안녕하세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평범도 범이다입니다🐯
꽃 피는 4월입니다🌸 비상계엄이 마음을 얼렸던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금 불빛으로 세상을 밝힌 따듯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4월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1주기였습니다. 이번 범레터는 ‘기억’에 집중합니다. 남겨진 이들의 시간과, 그날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레터의 마지막 장엔 읽다 보면 마음이 말랑~해지는 이야기, 호랑이표 꿀떡까지 준비했으니 챙겨 가세요! ✨
오늘의 범레터가 건네는 이야기 ✉
✍️ 칼럼|‘그러게’라는 단어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칼럼|아들의 신발은 11년이 걸려 돌아왔다
🔊 인터뷰|보고 싶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의 연극
🔔 오늘의 꿀떡|노란 리본의 변화
칼럼|‘그러게’라는 단어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이후, 반복되는 2차 가해에 대하여
4월이면 봄이 옵니다. 그러나 어떤 봄은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10월의 끝자락, 단풍이 지듯 그렇게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참사를 두 번 마주했고 여전히 그날을, 그해의 봄과 가을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참사가 일어난 순간,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애도의 물결 속에 위로와 공감이 이어졌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곧이어 누군가는 비난의 화살을 겨누기도 했습니다.
“그러게 왜 배를 탔느냐.”, “그러게 왜 이태원에 갔느냐.”, “그러게 적당히 보상금 받고 끝내지 왜 질질 끄냐.” 희생자와 생존자, 그 가족들까지 한순간에 죄인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참사를 맞닥뜨린 이들을 향한 2차 가해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5년에는 한 20대 남성이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든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어묵은 일부 커뮤니티 사용자들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으로 사용돼 특히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에 유가족과 단원고 측이 작성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남성은 어머니의 설득을 통해 경찰에 자진 출두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태원 참사 후에는 2차 가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참사 생존자였던 한 학생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참사로 친한 친구 둘을 잃고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친구들의 빈소를 찾아 병원을 나선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맹렬한 비난이었습니다. 유족은 피해 학생이 생전 악성 댓글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는데요. 우리는 참사를 두 번이나 겪고도, 그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마저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정부와 언론은 오히려 2차 가해를 거들었습니다. 두 참사 이후 일어난 2차 가해엔 모두 이들의 공모가 있었죠.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 자극적인 보도로 이른바 클릭 수 증가를 노린 언론. 이에 더해,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가해진 군 기무사의 사찰에 국가 피해 배상을 요구했던 소송은 2024년 결국 기각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어진 악성 댓글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미적지근했습니다. 일부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형식적인 수사를 하는 데에 그쳤죠. 언론은 여전히 정치인들의 망언을 비롯한 자극적인 발언들을 기사 제목에 노출하며 참사의 본질보다는 정쟁과 논란에 집중했는데요. 세월호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해 온, 2차 가해 방지에 대한 담론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참사 앞에서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은 ‘그러게’라는 단어로 가벼이 평가될 존재가 아닙니다. 그 누구도 죽음을 예견하고 그곳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게 왜 거기 있었느냐.”는 말은 그저 참사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며, 사회적 책임과 구조적 문제를 흐릴 뿐입니다.
또, ‘그러게’의 가벼움을 직시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가 2차 가해를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시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은 물론, 정부와 언론의 역할 변화도 절실합니다. 희생자와 생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은 그들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더 이상의 ‘그러게’가 없도록. 남은 ‘그러게’의 흔적이 없도록. 우리를 돌아볼 때가 온 것입니다.
칼럼|아들의 신발은 11년이 걸려 돌아왔다
: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연극 <별망엄마> 리뷰
세월호 참사 11주기. 안산에서 열린 4월 연극제에서 또 하나의 ‘기억 공연’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별망엄마>는 안산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별망산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이번 연극에서는 고깃배를 타고 나가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기다리다 산이 되어 버린 엄마의 이야기로 재탄생했습니다. 불과 몇백 년 전까지 바다였던 도시 안산이 가진 전설은, 세월호 엄마들로 구성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의 현실로 연결됩니다.
[어떤 세월은 흐르지 않고 멈춰 있다]
“대복아, 네가 좋아하는 냉이된장국이다. 든든히 먹고 힘내서 돌아와라.”
극 중 ‘대복 엄마’는 아들 ‘대복’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산꼭대기에서 매일 등을 밝히고, 밥상을 차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대복 엄마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대복 엄마가 밝혀 둔 불빛이 산짐승을 끌어들여 마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대복 엄마는 혹여나 아들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어 돌아오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 등을 끌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노란리본 극단의 현실과 겹쳐집니다.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기다리는 대복 엄마는 단지 무대 위 허구의 인물만이 아닙니다.
노란리본 극단의 배우들은 늘 자기소개에 ‘2학년 몇 반 누구 엄마’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11년이 흘렀어도, 세월호 아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2014년에 멈춰 있습니다. ‘그만 좀 하라’는 차가운 시선과 말들이 11년 동안 끊임없이 그들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대복 엄마가 꿋꿋하게 등을 밝히듯, 세월호 엄마들은 노란 리본을 달고, 아이의 이름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무대에 섰습니다.
<별망엄마>는 묻습니다. 애도의 끝은 어디인가. 시간이 흐른다고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이 멈출 수 있는가.
[신발이 돌아오기까지, 11년]
대복이와 함께 배에 탔던 친구 ‘동구’가 살아 돌아옵니다. 동구는 아들에 대해 묻는 대복 엄마에게 배에서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죄책감 끝에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배 안에서 신발을 잃어버려 추워하니 대복이가 신발을 벗어 주더라고. 배가 기울자 대복이가 “우리 다 같이 살아 나갈 테니, 너 먼저 가.”라며 동구를 먼저 탈출시켰다고. 동구는 이 이야기와 함께 대복이의 신발을 내밉니다.
대복 엄마는 동구를 탓하지 않습니다. 아들의 신발을 조심스레 쓰다듬고, “신발을 벗어 준 게 우리 아들답다.”고 중얼입니다. 그리고 그 신발을 동구에게 다시 신겨 주며 서로의 마음을 감싸 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이 장면의 비하인드가 전해졌습니다. 대복 엄마 역 김명임 배우의 아들 수인이는 세월호에서 자신이 먹은 사탕 껍질까지 주머니에 넣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유품 중 단 하나, 신발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김명임 배우는 연극 속에서 신발을 받는 순간, “11년이 걸려 아들의 신발이 돌아온 것같이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수인 엄마도, 객석도 모두 함께 울었습니다.
[함께 기억하고 행동하는 힘]
결말부에서, 마을 사람들은 대복 엄마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등을 밝힙니다. 극 중 대복이는 끝내 돌아오지 않지만, 대복 엄마의 바람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엔 어쩌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김명임 배우가 11년 만에 연극 무대 위에서 수인이의 신발을 받게 되었듯이.
그 신발은 단순한 유품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무대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 엄마들과, 그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인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낸 ‘기억의 증거’입니다.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기에, 비로소 신발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관객이자 이웃이며,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입니다. 연극 속 마을 주민들처럼, 우리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연대의 불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말로만 끝나선 안 됩니다. 함께 기억하고 행동해야 완성됩니다.
앞으로 11년보다 더 긴 시간이 흘러도, 서로의 아픔에 함께 손을 맞잡으며 온기를 나눈다면. 대복이가 길을 찾아 돌아올 때까지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등은 꺼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보고 싶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의 연극
: <별망엄마>, 두 배우와의 인터뷰
<별망엄마>를 공연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배우 두 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번 연극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배우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답변 일부를 글로 옮겨 소개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발췌문 아래에서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한 씨 역 - 최지영 배우(순범 엄마)
👦동구, 대복 역 - 이미경 배우(영만 엄마)
Q. 연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엇인가요?
👦: 연극에서 대복이는 정말 우리 아이들인 거잖아요. 극 중에서 사람의 목소리든, 어떤 목소리든 다 바람을 타고 다닌다는 산신령들의 이야기에, 대복이와 대복이 엄마가 대화를 나누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대복이가 엄마에게 ‘잘 지내고 있다고, 엄마도 잘 지내고 있으라고’ 하는 그 대사를 할 때마다 아이들 생각도 많이 나고. 정말 그렇게 목소리가 바람으로 흘러 아이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대사가 마음이 아파요.
Q.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엄마들의 이야기. 그리운 아이들, 보고 싶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의 이야기거든요. 그 엄마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고, 안전한 세상을 바라고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싶고요.
오시는 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연극이 아프지만은 않아요. 재미있고 코믹한 부분도 많으니까, 너무 아플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엄마들을 응원한다는 그런 마음으로, 그리고 함께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신다 생각하시고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전달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인 거 같아요.
Q. 20대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으신가요?
👩: 그냥 한마디로 딱 잘라서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 세상 걱정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짓눌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들을 해냈으면 좋겠고요. 참사가 일어났을 때 초중학생이었을 텐데, 이 참사와 이후에 일어난 참사에도 관심을 갖고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우리 아이가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마음껏 꿈꾸면서 즐거운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으로 우리 아이한테 말하듯이 여러분들께 전합니다.
이미경 배우님의 말씀처럼, 참사 당시 우리는 초중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슬픔, 분노, 무력함을 기억하는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를 억울한 죽음 앞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 불합리함에 맞서 연대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세월호 세대’ 청년들은 잊지 않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연극이 끝나도, 기억은 계속되니 두 배우분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함께 기억해 주세요.
4월 연극제는 티켓 비용 없이 무료로 진행된다고 하니까요. 한번 둘러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4월 연극제 인스타그램 👇
오늘의 꿀떡|노란 리본의 변화
🐯 안 잡아먹고 떡 하나 주지~
꿀떡 넘어가지만 유익한 이야기, 오늘의 꿀떡은 🎗노란 리본🎗입니다.
노란 리본,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
노란 리본의 시작은 전쟁에 참전한 군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미였어요. 대한민국에서는 2014년, 세월호 탑승객들이 세월호에서 무사히 생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노란 리본을 달기 시작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무사 귀환의 상징이 아니라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상징이자,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우리의 염원이 되었습니다.
📍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 더는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 나와 우리 가족, 미래의 아이들이 살아갈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옷과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아 보는 건 어떨까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함께라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되니까요! 💪💛
잠깐, 꿀떡까지 잘 챙기셨나요? 😎
이번 범레터에서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할 2014년 4월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이리도 흘렀지만 ‘기억’은 이어지네요.
유독 비바람이 들이치는 요즘에도 그 가운데 햇볕이 쨍하니 내리쬐는 날이 있었습니다. 꽃이 많이 져서 아쉽기도 하지만 봄을 만끽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잖아요. 좋아하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문득 귀 기울여 보고. 처음 보는 뉴스레터를 끝까지 읽어 내리기도 하면서요.
범레터는 앞으로도 찾아와 여러분의 시간을 든든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
다시 만나요!
📧 4월 29일, 다음 범레터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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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새
연극제 이야기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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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맘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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