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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 삶의 이유

얼마나 크고 중요한 이유가 필요할까

2023.08.15 | 조회 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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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유 없이도 성실히 살아간다는 걸 알고 있어.

 

살아가는 데에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하고, 넘어졌다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에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무언가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게 무엇일까.

늘 하는 고민들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뒤에 항상 따라붙는 비관이 있다.

그렇다면 왜 나는 깨닫지 못할까. 남들은 쉽게 알아채서 삶의 이유를 삼고 목적을 품어 저리 열심히들 살아가는 데, 왜 나는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혼자 허우적대고 있을까.

나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괴물이라 칭하고, 동 떨어진 꼬맹이처럼 표현한 적이 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런 내 모습을 부정하고, 불행하다고 여기며, 그걸 무기로 남을 함부로 대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 내가 무얼 바라며 지내고 있는지. 대답하기 세상 어려운 물음들이다.

 

"모르겠어."

 

그 대꾸 하나로 답하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모두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향해 달려들고, 나는 머뭇거림 끝에 다시금 '모르겠다'라는 말을 꺼내도 결과는 같았다.

그들은 내게 답을 요구했다. 그들은 내게 답을 요구한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우리도 알지 못하는 답을 말하라 다그치고 강요한다. 그렇게 가까스로 뱉어낸 억지스러운 대답은 우리의 진심이 아니며 의견이 아닐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그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답을 줘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것을, 물음을 내보여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것을.

한 번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인생은 요리야. 우리는 요리사고. 그 요리를 가꾸어내는 것이 요리사의 기쁨이잖아."

 

글쎄. 동의는 하지만 공감하기는 힘들다. 인생이 요리라는 것도 어울리는 비유고, 그렇기에 우리가 요리사라는 것 또한 맞는 말이지만. 요리를 가꾸어내는 게 요리사의 기쁨이라는 것도 분명히 옳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그 요리를 꼭 주어진 시간을 다 써가며 완성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버려질 요리인 걸 알잖아."

날카로운 목소리였을까.

"그런데 그리 열심히 요리를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어."

처절한 외침이었을까.

 

삶에는 끝이 존재한다. 요리도 결국은 누군가의 위로 들어가 사라지거나 버려지게 된다. 그걸 알면서 이 순간의 기쁨만을 위해, 행복과 성취감만을 위해 힘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게다가 그 과정 속에는 긍정적인 것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정할 수도 없이 힘들고, 지치고, 피로하며, 때론 모든 걸 내던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그들 모두가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 살아가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

내가 요리사이고 내 요리이다. 내 삶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럼 조금 빨리 결말을 맺어도 괜찮지 않을까. 주어진 시간을 다 쓰지 않은 채 요리를 완성시켜도 괜찮지 않을까.

창문 너머의 밤은 사납게 불어 치고, 한밤중의 소음은 내 기척 만으로 충분하다. 옥상 위의 서늘한 감각이 스치면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고, 매서운 날붙이를 쥘 때면 괜스레 ㅁ심장이 쿵쾅거린다.

삶의 이유가 없다. 사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나는 그렇다. 우리는 그렇다. 언젠가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의 경계선이 모호해져서, 정말 바다에 흘려보내 듯 내려놓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것이 하나의 위로가 되기에, 나 혼자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이 따스한 위안이 되기에.

 

"삶의 이유라는 거창한 걸 찾을 필요는 없어."

 

그냥 지금 이 순간 눈을 뜨고 있고 싶다는, 작은 이유 하나를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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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백까마귀

우울증을 가다듬는 중인 글쟁이의 감성 에세이. (위로 한 스푼, 공감 한 스푼) / 가끔 쓰는 여행 힐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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