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감성에세이/아까움 또는 미련

죽기에는, 지금까지 버텨온 게 너무 아까워서

2023.10.29 | 조회 4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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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지 못할까. 이렇게라도 비참하게 버티고 버티며, 살아있는 이유가 뭘까.

하루에 수어 번씩은 하는 고민이다. 그러다 끝내 답을 찾지 못하고 하루를 흘려보내게 하는 질문이다.

나는 죽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죽고 싶었다.

지쳐 있었다. 힘이 없었다. 한없이 늘어지고 말았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여전히 의지가 없으며, 누군가가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면 얌전히 따라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 손으로 삶을 끝내는 것이라면, 글쎄. 그럴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어찌 보면 멍청하게도. 나는 미련이 많다.

삶에 미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게 고통과 불안을 안겨 주는 삶 자체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날 내가 쌓아올린 시간이 있기에, 그리 악착 같이 버텨냈던 노력과 피로가 있기에.

이를 악물었다.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려 발버둥 치던 때가 있었다.

그것이 우리에겐 칼의 형태로, 폭언의 형태로, 자책과 후회의 형태로 나타났을 뿐이다. 남들과 조금 다른 방향이었을 뿐이다.

허나 분명히 발악했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것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다. 잃고 싶지 않다.

내가 어떻게 버텨왔는데, 어떻게 참고 살아왔는데.

그 모든 걸 한순가에 져버릴 수 없다. 나는 그만큼 무능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매 순간, 아프고 힘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충동을 이기지 못할 때마다, 팔이 저리고 붉은 선혈이 보이며, 끝내 높은 하늘을 향해 올라설 때마다.

나는 되뇌기를 반복한다.

 

"버리고 싶지 않아. 허망하게 짓밟고 싶지 않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 시간을, 고통을 내 손으로 없애고 싶지는 않아."

 

아까워서 하루를 더 살았다. 그것은 또 하나의 미련이 되었다.

불어난 미련이 아까워 다시 하루를 살았다. 그것은 더욱 커진 미련이 되었다.

그렇게 살아 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아까움과 미련에 치우쳐서,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살아 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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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백까마귀

우울증을 가다듬는 중인 글쟁이의 감성 에세이. (위로 한 스푼, 공감 한 스푼) / 가끔 쓰는 여행 힐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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