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감성에세이/광대

항상 웃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2023.10.27 | 조회 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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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웃지 않아도 돼. 편한 표정을 지어보는 게 어때?

편한 표정을 지어 보라는 말.

그건 우리에게 세상 무엇보다도 어려운 말이다.

그만 웃으라는 것, 항상 웃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게 아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없다. 그렇기에 그저 웃기만 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인기 많은 사람도 아니고, 어여쁘거나 잘생긴 사람도, 친절하거나 다정한 사람도 아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짐작하고 있다.

그들은 내 '겉모습'을 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것은 내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내 속내는 더럽고 이기적이며 추잡하다.

그런 모습을 어떻게 밖으로 내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용서를 빌고, 또 곱게 포장할 수 있을까.

당연한 수순이다. 내가, 우리가 이런 진실을 계속해서 숨기고 감추는 것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화장을 하고 옷을 입으며 내 외적인 형태를 꾸미는 것과 같다. 단지, 우리는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는 것일 뿐이다.

 

광대를 본 적이 있는가.

광대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결국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광대는 그 사람들을 보며, 공연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만연한 웃음을 띠우고 있다.

그렇다면 상황을 바꿔보자.

만일 광대가 웃고 있지 않았더라면? 미소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연극을 보이고 있었다면?

그럼에도 사람들은 광대를 보고 웃어줬을까. 아무리 웃긴 개그이며 상황이라 한들, 즐거움에 찰 수 있었을까.

광대의 밝지 않은 표정을 보고서도 여전히 그에게 집중했을까.

 

그것이 우리가 웃음을 잃지 못하는 이유이다.

사람들의 가볍디 가벼운 관심을 잃게 될까 봐, 그 속에서 배제되버릴까 봐, 사람들이 더는 내게 웃어주지 않을까 봐.

무섭고 두려워서, 타인의 시선이 지독히고 따갑고,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책망만 깊어져서.

겁에 질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쓴다. 그렇게 하나의 광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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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백까마귀

우울증을 가다듬는 중인 글쟁이의 감성 에세이. (위로 한 스푼, 공감 한 스푼) / 가끔 쓰는 여행 힐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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