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7 번째 혼잘여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앞으로 이어질 혼잘여 뉴스레터는 조금이나마 구독자님께 힘을 북돋아드릴 방향으로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여성을 위한 현실이 텅 비어있다고 해도요.
오늘의 혼잘여 주제는 '성별 임금 격차'입니다. 그러니까 운 나쁜 여성은 운 좋은 남성보다 월급을 덜 받습니다. 우리가 비혼비출산인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경력이 단절된 적도 없는데, 이상하죠.
개인적으론 지겨운 주제지만, 혼잘여 외전을 준비하면서 심각함을 느끼고 진지하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해외에서 보는 한국여성의 현실과 한국 여성이 바라보는 한국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깨닫게 됐어요.
한국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과 꽤 비슷한 지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가부장제가 마련해준 여성의 역할을 열심히 실행하면서, 성평등을 넘어 때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우월감도 잠깐 느낍니다. 여성 중에는 자신이 최상위 여성이라고 착각하고요. 그게 사실이라면 즐거워야겠죠. 그렇지만 저는 그 여성이 지난주에 외모 강박과 결혼 압박으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걸 들었습니다. 가부장제는 같은 맥락으로 칭찬하고 비난합니다. 그 비좁은 맥락에 구겨넣느라, 어제는 즐거웠다가 오늘은 힘든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잘 챙겨주세요.
구독자님과 저는 앞으로 가부장제가 허락한 범위 내의 삶을 살지 않는 방향을 스스로 찾아나설 겁니다. 가부장제가 마련해준 욕망 같은 건 저라는 개인의 앞길에 방해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거니까요. '번식 욕구'나 '말 잘 듣는 남성과의 연애결혼' 같은 역사 이전 시대의 유물은 가부장제 박물관에 기부하도록 해요.
일곱 번째 혼잘여 뉴스레터 요약
- 여성으로 정규직 월급받기 첫 난관, 채용 성차별
- 성별 임금 격차, 정당화하기 난감해진 가부장제
- 대한민국도 '임금 투명성'에 익숙해질 때가 됐죠
여성으로 정규직 월급받기 첫 난관, 채용 성차별
*밑줄 그은 텍스트를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합니다.
이번엔 친근한 '사람인' 데이터를 소개하면서, 성별임금격차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우리는 정규직으로 입사부터 시작해야겠죠. 가볍게 채용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기업 60%, 채용 시, 지원자 성별 고려한다”는 사람인 HR(인사 분야) 매거진 글입니다. 무려 48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네요. 여기서 고려하는 성별은, 여성은 아닙니다.
2018년 글입니다. 벌써 4년은 지난 조사결과입니다. 그런데 그다지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취업이 쉽지 않은 세상인데, 여성은 한층 더 힘듭니다. 이럴 리가 없다고요?
사람인은 꾸준히 동일 주제로 조사했습니다. 2015년에는 192개사, 2018년에는 489개사, 올해는 72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습니다.
"기업 10곳 중 6곳에서 채용 시 선호하는 성별이 있으며,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5년 글 첫 문장입니다. 제목은 “기업 절반 이상, 채용 시 선호 성별 있다!”입니다. 올해 동일 주제로 작성한 보고서 제목도 “기업 절반 이상, 채용 시 선호 성별 있다!”입니다. 7년동안 대한민국 기업의 채용면접 트렌드는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게다가 실제 지원자들의 성별 스펙은 비슷한 편이며, 고득점 비율은 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여성이 정규직으로 월급 받는 첫 관문부터 난관이네요. 그렇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가부장제픽(pick!) 추천상품인 '결혼'을 선택할 순 없죠. 결혼한다고 해도 갑자기 그 문제가 해결되진 않거든요. 저와 구독자님은 스스로 돈 벌어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사람이 될 겁니다.
성별 임금 격차, 정당화하기 난감해진 가부장제
2020년 성별 평균소득은 남자(371만원)가 여자(247만원)의 약 1.5배였습니다. 통계청 발표입니다. 예...뭐, 전년 대비 소득이 늘었다는데, 2016년에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이 63만원 벌다가, 2020년에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이 66만원 벌었으니, 많이 늘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성별 임금 격차'라는 단어는 퍽퍽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월급이 적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을 정당화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비혼비출산 트렌드가 늘어나면서 이 시도들도 순식간에 무력화됐습니다. 90년대생~00년대생에게 아래 개념은...존재 여부가 신기한 수준입니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라는 말밖엔 못 들을 겁니다.
- 여성은 결혼출산해서 직장에서 이탈할 거라, 채용하지 않고, 임원직에 기용하지 않고, 월급도 적게 주는 게 당연하다.
- 여성이 경력단절되기 전엔 입사시 월급은 같다.
-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근무시간이 적다.
- 남성은 군입대 기간동안 취업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버는 돈이 적다.
- 남성이 더 어려운 일을 한다.
혼잘여는 비혼비출산 사회초년생 직장인이 쓰는 뉴스레터니까, 사실 기혼기출산여성의 일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가볍게 다뤄보겠습니다. 주위의 '언니들'이나 가부장제 압박이 심한 '소도시' 여성들을 떠올려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군입대 기간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손해'라는 문장을 위 그래프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회색 막대가 항상 검정색 막대보다 높죠? 평생에 걸쳐 남성 임금은 여성 임금보다 높다는 뜻입니다. 뭐야...자랑하는 건가요? 예, 다음 토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취준생~사회초년생인 2030대에도 회색이 검정색보다 높죠? 여성이 결혼출산으로 경력단절되기 전엔 월급이 동일하다는 주장도 무력화됐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 2014년 8월과 2015년 2월 졸업한 대학생 1만8082명을 표본으로 삼은 데이터를 볼까요. 2016년 남성(219만8000원)이 여성(174만5000원)보다 45만원 넘게 월평균 소득이 높습니다. 대졸 첫 입사인데, 운 좋은 남성에 비해 운 나쁜 여성은 월급이 적습니다. 여성이 결혼출산하기 전입니다.
*현재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의 '성별 월평균 근로소득' 항목을 포함한 '근로소득' 카테고리의 자료만 'loading' 표시가 반복되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여성은 결혼출산으로 직장을 이탈할 거라는 문장은 저와 구독자님이 비혼비출산인이라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음 토픽으로 넘어갑니다.
남성이 더 어려운 일을 한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어려운 척하는 건 봤어도......이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네요. 오히려 기분을 달래주면서 일해야하기에 시간이 두배로 드는 남성 동료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 아무도 제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죠...?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근무시간이 적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문장에는 경력단절 여성이 잔뜩 포함됐습니다. 저출생 편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가정 내 근로시간은 '근로'로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으며,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여성친화형 시간제 일자리'는 대부분 단시간/초단시간 근로자로 구성됩니다. 주 52시간제가 기본인 대한민국에서 단시간 근로자는 36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15시간 미만을 근무합니다.
일 잘하는 여성 편, 기억 나시나요? 직장에 3040대 여성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출산육아를 시작한 여성들이 단시간 근로자로 복귀하면서 '총 여성 근로시간'이 줄어듭니다. 혼잘여 유니버스...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소개한 학술연구 결과를 참고하시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별 임금 격차 문제로 OECD 국가 중 1위를 무려 30년째 경신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진 걸로 1위입니다. 뒤에서 1등입니다.
기혼기출산과 관련된 데이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비혼비출산 직장인, 또는 비혼비출산 직장인이 될 구독자님, 가부장제를 끌어내리고 즐겁게 돈 버는 삶 즐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대한민국도 '임금 투명성'에 익숙해질 때가 됐죠
'혼잘여가 어렵다'는 평가를 소수의 구독자에게서 들었는데, 제가 보기엔 '익숙한 가부장제'가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 시점에서의 '부담스러움' 같거든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저도 자축할게요. 혼잘여를 연재하는 보람이 있네요.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은 내용인데, '채용 성차별 문제'에서 '최종 합격 성비 뿐 아니라,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난해에 적발된 수많은 '채용 성비 불균형 사건'에서 시작된 논의입니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적 필터링 질문이 난무했다는 점을 들켰지만, 최종 합격 성비가 5:5에 가깝다는 걸 내세웠고 비판받은 사례들입니다. 심심하시면 읽어봐주세요.
'여성 고용 할당제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던데, 이 논의도 시간이 흘러버린 고리타분한 내용입니다. 학교·학과·학점이 같아도 여성 소득은 남성의 82.6%에 불과하며, 임금 차별 없는 공무원·교사로 여성 응시자가 몰려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성 고용 할당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극히 적고, 도입해도 임금 차별은 또다른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스펙 고득점 비중은 여성이 더 높아도 남성을 고용합니다. 여성인 저를 걱정하고 살아도 충분히 바쁜 세상입니다. 여성 고용 할당제를 도입한 기업이 있다면 거기에서 일해보고 싶네요.
대한민국에서 다룰 성별 임금 격차는 이 정도로도 숨이 좀 답답하지만, 해외에서는 기업에게 정기적으로 성별 임금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기 보고는 물론이고요. 혼잘여에서는 다루지 않을 예정이지만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지난 휴회 뉴스레터'에서 부탁드렸던, 외전에 관한 다양한 의견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8편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외전으로 '일상에서 비혼비출산을 공격하는 가부장제로부터 방어하는 방법'을 다루려고 합니다. 어려운 데이터를 쉽게 풀어쓰면서요.
비혼비출산을 시도해보신 구독자님의 사소한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완전무결하지 않기에, 스스로 비혼비출산인이 아니라고 단정짓지 않으셔도 됩니다.
byecoconut@naver.com으로 보내주시는 메일과 하단 댓글 모두 좋습니다. 메일함을 매일 열어보고 있답니다. 아무도 오지 않으셨지만...이번주도 기다릴게요.
기나긴 혼잘여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드실 때면, 혼잘여가 메일함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또다른 멋진 일주일 보내실 수 있길.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hanji
매번 올려주시는 정보들 통계자료로 분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잘 알아요 볼때마다 가부장제의 더러움에 기분이 안좋아지지만 하지만!!! 끝까지 살아 남읍시다!!!!!! 같이 힘내요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661)
응원 감사합니다! 같이 힘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