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2번째 혼잘여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이죠, 우리?
그동안 혼자서도 당차고 멋지게 잘 지내셨나요? 필요할 땐 도와주고 도움 받으면서 즐거운 일상을 보내셨나요?
오늘은 뉴스레터의 주어가 여성의 반댓말이라고 배운, 남성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제 인생의 주어는 여성이지만요. 바로, '남혐'과 '가부장제'입니다.
저는 사실, 남성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 없습니다.
두번째 혼잘여 뉴스레터 요약
- 스스로에게 든든한 사람 되기
- 가부장제의 핵심은 '남성의 여성 지배'
- 점점 늘어나는 든든한 여성들: 남성의 생존 경쟁자
- 위태로워진 가부장제의 현실
"내 평화는 내가 찾는다"
혐오는 강렬한 감정입니다. '여성혐오'로 시작된 '혐오'라는 단어의 뜻은 '미워하고 꺼림'이라고 하네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했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서로 미워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랬다면 혼잘여 뉴스레터가 쓰여질 일이 있었을까요.
막 성인이 된 제가 깨달은 사실은, '평화란 내가 장악했을 때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과 '필요하면 가지러 가면 된다는 것' 두가지였죠. 성인이 됐는데도 '나를 지켜주지 않을' 으름장까지 고분고분 들어야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런 시시한 협박들은 이제 성인이 된 여성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나를 지키는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그게 성인이자 독립개체입니다. 다행히 사회는 혼자 살면 낮아지는 생존율을 높일 방법으로 협력을 제시했습니다. 성인이 된 여성은, 함께 돕고 사는 동시에 스스로를 타인으로부터 지켜내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미디어가 보여주는 '든든한 남성'은 구독자님을 무작정 도와줄 수 없습니다. 당신은 가녀리고 보호받는 여성이 아닙니다. 애쓰지 마세요. 구독자님은 스스로에게 든든한 사람이 돼야 합니다.
가부장제 부수러 왔습니다
구독자님이 든든한 사람이 되는 것과 남혐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3년 전 지하철에서 아닌 척 성추행하던 남고딩이 싫고, 내 여자친구는 치마 입으면 좀...별로라는 모쏠 남선배가 찌질하다고 느끼는 게 남혐 아니냐고 되물으실 수도 있겠네요.
저는 남혐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가부장제'가 겨우, 아주 흐릿하게 보입니다. 안 보이신다구요?
단순하게 말하면, 가부장제의 핵심은 '남성의 여성 지배'입니다. 한마디로 성별에 기초해, 태어날 때 운 좋으면 지배하는 쪽에, 운 나쁘면 지배 당하는 쪽에 배치된다는 거죠. 그리고 구독자님과 저는, 운이 그다지 좋지 않았나봐요.
가부장제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2022년 비혼비출산 1인 여성 가구에게 가부장제의 아버지 가부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비혼비출산 1인 여성가구에게 가부장은 자기자신입니다.
'운 좋은 성별이 남성일 리가 없다, 평등하다', '요즘 남혐 당하는 남성들을 봐라, 그럴 능력이 있어보이냐', '저런 힘없고 비열한 남성은 예전 남성과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종류의 남혐(?)조차도 가부장제적이라고 느낍니다. '힘있고 정의롭고 능력있는' 남성이라면, 그에게 여성인 내 삶을 통째로 맡길만한가요? 사회에 남성다운 남성이 많다면, 그들과 결혼해서 남성들을 한 가정의 가부장으로 만들어주는 게 합리적인가요?
왜 인생의 소유권을 타인에게 맡기려고 하나요? 귀찮아서? 편해서? 저라면 그렇게 쉽게 덥썩 맡기려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돌려받을 수는 있대요? 누가요?
든든한 여성에겐 가부장제를 밀어버릴 힘이 있어요
저도 '든든한 여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의할 순 없습니다. 그래도 여성을 괴롭히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는 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제대로 알고나면 언젠가는 괴로움을 물리칠 수 있어요. 함께 힘내봅시다.
우선, 희소식은 나를 스스로 먹여살릴 각오를 마친 든든한 여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죠. 공식 정보부터 제시해보겠습니다.
*굵은 글씨로 색칠된 부분을 클릭하면 본 URL로 연결됩니다.
통계청에서 2019년 수치를 가져왔습니다. 뉴스레터에 필요한 부분만 들고 왔습니다. 간단합니다.
📢가구주가 미혼 여성인 가구는 148만7천 가구로 2000년 대비 2.6배 증가
📢여성 1인 가구는 291만4천 가구로 2000년 대비 2.2배 증가
❗2018년 결혼을 '해야 한다'는 여성의 비율은 43.5%로 남성(52.8%)보다 낮고, 2년 전 대비 4.1%p, 10년 전 대비 18.1%p 하락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여성의 비율은 28.6%로 남성(37.9%)보다 낮고, 2년 전 대비 5.6%p, 10년 전 대비 25.1%p 하락
⚠️2018년 자기 부모 및 배우자와의 가족 관계 만족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으리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볼까요.
이제 성인이 된 여성들은 남성을 '날 먹여살리고 평생을 책임져줄 로맨틱한 존재'가 아닌, '동등한 경쟁자'로 보고 있습니다.
시각에 따라 로맨스가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혼잘여에선 다루지 않습니다. 가부장제 로맨스는 운이 나쁜 여성에게 유해하니까요.
한겨레가 공개한 여성가족부 조사결과는 현실을 한층 더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가부장제가 이미 밀려나고 있다면?
여러 통계를 보니, 가부장제가 그렇게까지 두렵지 않죠?
성인 여성은 단지 남성의 생존 경쟁자, 그러니까 자력으로 돈 버는 직장인이 되겠다고 결정했을 뿐인데, 가부장제는 그런 성인 여성들을 두려워합니다. '왜 자꾸 남성과 연애하지 않고, 결혼하려고 하지 않냐'면서요.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말했듯이, 여성 인생 속 남성의 탈부착은 혼잘여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혼잘여의 관심사는 제목처럼,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의 삶입니다.
구독자님의 하루를 둘러싼 가부장제를 직시해보세요. 24시간의 구성비율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부담스러워서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내가 여성이며, 남성의 경쟁자'라는 사실도 좀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가부장제의 위태로움은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부장제에게 밥그릇을 넘기지 마세요. 내 밥그릇은 내가 지킵니다. 혼자서도 잘 살려면 그래야만 해요.
가끔 외로울 때도,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인생의 소유권을 가부장제의 운 좋은 남성에게 넘겨도, 그 힘듬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물론 모두 사라질 거라며 어르고 달래다가 화내는 사람들만 가득한 세상이지만요.
수없이 보셨겠지만 그 힘듬은 '여성만 견뎌내야할 고통'으로 체념하고 난 뒤에야, 그러니까 아이 둘을 혼자 육아하고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쯤에야, 여성에게 어머니로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줍니다.
이번 세대도 눈 딱 한 번만 감고 남성과 [연애/성관계/결혼/출산/육아/남편 뒷바라지]해달라는 요청에 져주지 마세요. 그게 '구독자님이 진정으로 바라는 욕구'라는 수많은 속삭임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응하세요. 이내 그러다 너만 불리해진다는 공갈(恐喝,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며 을러댐)이 돌아오겠지만, 요즘 저는 '가부장제 유지에 소모품으로 쓸 여성이 이렇게나 꼭 필요한가보다'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님은 분명,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습니다. 든든한 여성이 돼, 또다른 든든한 여성의 조력자가 돼주세요.
혼잘여를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구독자님의 양 어깨를 힘있게 툭툭 쳐주세요.
오늘도 힘찬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
댓글 6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갸
가부장제가 아닌 새로운 가족 개념과 방식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네요. 이탈이 심해질 수록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더 억압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당신도 저도 이런 세상에서 잘 살아내길 빕니다. 오늘도 혼자서 잘 살아내시길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661)
가족 개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여성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탄탄한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톳
우리는 학창시절 가끔 선생님들께 '너희는 서로의 경쟁자다.'라는 말을 듣고 살았죠. 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그들은 경쟁자는 커녕 내 밥그릇을 가질 기회조차 비웃으며 막고. 기껏해야 연애상대쯤으로 보곤 합니다. 끝까지 경쟁자로서 남을 겁니다. 나를 위해 밥을 하고. 목소리를 낸 후에 돌아오는 냉소나 비판, 무례한 침묵이 남지 않을 그 날들이 지난 후에도.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661)
경쟁자가 된 뒤에는 분명 톳님께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겁니다. 힘내시길.
의견을 남겨주세요
배경
가입한 비혼여성 커뮤니티라든지 트위터라든지를 보면 "힘들지만 같이 이 시기를 이겨내자"는 말들이 많더라고요... 아직 성인이 아니라서 주변에선 '니 할 일'에나 집중하라지만, 지금 하루하루도 힘든데 나중엔 제가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할지 막막하고 문득 두렵곤 했어요. 하지만 혼잘여님 글을 읽고 나니, 제대로 마주하지 않아서 두려운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막상 마주하는 그때엔 생각보다 별 게 없을지도 모르고, 이미 톡톡히 쓰러지지 않을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르니까 꼭 지금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죠. 무엇보다 지금도 이렇게 살아있고 다른 든든한 여성들도 그러한 걸요.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전달되는 것 같아요. 힘 듬뿍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친구한테도 추천할게요!)
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661)
너무 겁내지 마세요. 지금 할 일에 집중해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두신다면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도 생각보다 쉽게 툭툭 털어내고 나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제가 자주 되뇌는 말은, '하다 보면 되겠지', '일단 해보자', '해보고 안되면 그 때 생각하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입니다. 배경님도 분명 스스로를 지켜내실 수 있을 겁니다. 필요하면 주위에 도움을 자주 요청하세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