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원입니다. 가을에 첫 인사를 드렸는데, 어느새 영하까지 떨어지는 겨울이 되었네요. 봄가을은 짧아서인지 지나갈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 가을은 글로 남길 수 있어 아쉬움이 덜한 것 같아요. 여러분의 가을도 글로, 사진으로, 향기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겨울이 찾아온 만큼, 오늘은 계절의 변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거리는 유난히 조용하고 차분합니다. 바닥엔 붉은색 단풍잎이 가득하지만, 바람은 어느새 겨울의 차가움을 한껏 뿜어내고 있죠. 저는 이러한 계절의 경계에 설 때마다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해요.
여러분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복하는 루틴이 있나요? 제겐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계절이 바뀜을 인정하고 새 계절을 맞이하는 행동이 있어요. 봄에는 꼭 로맨스 드라마를 몰아보곤 해요. 이상하게 봄은 조금 더 부드러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달까요. 사랑 이야기 속 따뜻한 대사들이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여름이 다가오면 집 오는 길에 요맘때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사요. 샤워 후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말리며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 때, 여름이 왔음을 느낀답니다. 가을에는 떨어지는 단풍잎을 손으로 잡아보기도 하고, 갓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발로 밟아보기도 해요. 귓가에 들리는 바스락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떨어지는 단풍잎은 소원을 이루어줄 것만 같은 기분을 주더라고요. 겨울엔 창문에 입김을 불어 하트를 그려요. 코 빨개지며 그리는 하트에 조금 더 다정한 겨울을 보내보자는 다짐을 녹이면서.
계절이 바뀔 때면, 마음의 서랍도 한 번씩 열어보곤 합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옷장을 정리하듯, 감정과 기억을 마음의 서랍장에 차곡차곡 쌓는 거죠. 봄에는 구석에 있던 설렘과 용기를 꺼내어 새로운 사람에게 다가가고, 여름에는 과했던 열정을 서랍에 넣으며 숨을 골라요. 가을엔 잘 익은 곡식을 수확하듯 지금껏 이뤄온 것들을 꺼내보고, 겨울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가장 소중한 기억과 감정만 모아 마음의 안감을 조금 더 두텁게 만듭니다.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도, 작은 것에 분노하는 내 못난 마음도 서랍에 넣으며 새 계절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은 마음을 담기도 하고요. 가져가고 싶은 추억이 많은 계절에도, 마음 속 빈 자리를 만들어야 새로운 시간과 계절이 스며들 수 있으니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다시 느낍니다.
새로운 계절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간 계절을 잘 정리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아요. 계절을 열쇠 삼아, 헝클어진 마음 서랍장을 정리하다 보면, 붙잡아야 하는 것과 놓아야 하는 것도 자연스레 보이더라고요. 지금 우린 계절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의 서랍을 천천히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나간 계절을 정리하고, 새 계절을 맞이할 당신에게,
채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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