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통과"라는 그 심사, 대체 뭘 보는 걸까
1장에서 그랬죠.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으면,
최소한 식약처 심사는 통과한 거다."
근데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 심사, 대체 뭘 기준으로 하는 걸까?
누가, 어떤 잣대로
"이건 통과, 저건 탈락"을 정하는 걸까?
그 기준을 전부 적어놓은 문서가 있어요.
정식 이름은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업계에선 그냥 **'공전'**이라고 불러요.

식약처가 만든,
엄청 두껍고 딱딱한 책이에요.
저는 회사 다닐 때
이걸 거의 옆구리에 끼고 살았어요.
원료 소싱, RA 업무하면서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수백 번은 넘겼을 거예요.
이 두꺼운 거, 여러분은 안 읽으셔도 돼요.
그건 제가 합니다.
오늘은 제가 이걸 어떻게 읽는지,
그 방법만 보여드릴게요.
이거 하나 알면, 광고 문구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전에는, 원료마다 딱 세 가지가 적혀 있습니다
공전을 펼치면
성분(원료)마다 자기 페이지가 있어요.
거기 온갖 게 다 적혀 있는데,
소비자인 우리가 볼 건 딱 세 개예요.
① 기능성 내용 — 이 원료가 "뭐에 좋다"고 말해도 되는지
② 일일섭취량 — 하루에 얼마를 먹어야 그 효과가 성립하는지
③ 섭취 시 주의사항 — 누가 조심해야 하는지
이 세 개가
효능의 '정답지'예요.
광고는 이 정답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로 채점하면 돼요.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까,
실제로 하나 펼쳐볼게요.

실제로 펼쳐봅시다: 루테인
눈 영양제, 한 번쯤 보셨죠.
부모님 드리려고
검색해보신 분도 많을 거예요.
광고 속 루테인은 이렇습니다.
"침침하던 눈이 밝아져요"
"시력 개선에"
"스마트폰에 혹사당한 눈을 위해"
"눈 건강 지킴이"
자, 그럼 공전에는
루테인이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마리골드꽃추출물'**로 등재돼 있습니다.
마리골드 꽃에서 뽑아낸 성분이 루테인이거든요.)
기능성 내용, 딱 이거예요.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한 번 더 읽어보실래요?
문장이 좀 이상하죠.
쓸데없이 길고,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요.
이거, 실수가 아니에요.
그 조건들이 전부 '한계선'입니다.
하나씩 뜯어볼게요.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경우에 한해서
"황반색소밀도를"
→ 시력이 아니라, 황반의 색소 농도
"유지하여"
→ 좋아지는 게 아니라, 유지
그러니까 이 문장은
"눈이 좋아진다"는 말이 아니에요.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황반 색소가,
덜 줄어들게 도와줄 수도 있다.
이게 전부입니다.
광고가 그렇게 외치던
시력 개선? 침침함 해소? 눈이 밝아진다?
공전엔 그런 말, 한 줄도 없습니다.
그래서,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방금 그 길고 이상한 문장.
그게 식약처가 허락한
루테인 효능의 전부예요.
여기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규칙이 하나 나옵니다.
공전에 적힌 그 한 문장이, 효능의 최대치다.
광고가 이 문장보다
조금이라도 더 대단하게 말하면?
그건 근거를 넘어선 거예요.
과장이거나, 아예 불법이거나.
그러니 앞으로 영양제를 볼 땐
이것만 하시면 돼요.
- 뒷면에서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문장을 찾는다.
- 앞면 광고랑 나란히 놓는다.
- 그 사이의 간극 = 여러분이 속고 있는 크기.
이 책에서 제가 성분마다 하는 일이,
사실 딱 이거예요.
근데, 여기 함정이 두 개 더 숨어 있어요
인정 문구만 봐도 절반은 이긴 거예요.
근데 광고는 여기서 또
두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속여요.
함정 1. 함량 — "레시피는 맞는데, 재료를 안 넣었어요"
공전은 그냥 "루테인 = 눈 건강"이라고 안 해요.
"하루에 이만큼 먹었을 때"라는
조건이 반드시 붙어요.
루테인은 하루 10~20mg.
이 숫자를 채웠을 때의 이야기예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라면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봉지에 아무리 "얼큰한 국물 맛"이라고 적혀 있어도,
스프를 눈곱만큼만 넣으면?
그냥 면 삶은 맹물이에요.
영양제도 똑같아요.
그 효능 문장(레시피)은
그대로 큼지막하게 베껴 적어놓고,
정작 원료(스프)는
쥐꼬리만큼 넣은 제품이 수두룩해요.
**문구는 진짜인데,
양이 가짜인 거죠.**
그래서 광고 문구만 보면 안 되고,
꼭 뒷면 '함량'을 봐야 해요.
이게 얼마나 교묘한지는,
뒤에 성분편에서 계속 걸려 나옵니다.
함정 2. 주의사항 — 광고엔 절대 안 나오는 것
공전에는 "이런 사람은 조심하세요"도 적혀 있어요.
근데 이건
광고에서 절대 못 보셨을 거예요.
방금 본 그 루테인 페이지,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이렇게 적혀 있어요.
● 영유아, 어린이, 임산부 및 수유부는 섭취를 피할 것
● 흡연자는 섭취 시 전문가와 상담할 것
● 과다 섭취 시 일시적으로 피부가 황색으로 변할 수 있음
…피부가 황색으로 변한다고요?
네. 공전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눈 영양제 광고에서
이 문장 보신 적 있으세요?
하나 더 볼게요.
다이어트로 유명한 가르시니아입니다.
● 어린이, 임산부, 수유부는 섭취를 피할 것
● 간·신장·심장 질환, 알레르기, 천식이 있거나
의약품 복용 시 전문가와 상담할 것
● 남성의 경우 과다 섭취를 피할 것
"먹기만 해도 쭉쭉 빠진다"던 그 광고는,
이런 얘기 한 번도 안 해줬죠?
공전은 다 알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공전? 여러분이 볼 필요 없어요
"그래서 이 두꺼운 공전, 제가 직접 봐야 하는 거예요?"
아니요.
그건 제가 대신 봐드릴게요.
공전 뒤지고, 논문 뜯어보고, 광고랑 대조하고.
그게 이 책이 하는 일이니까요.
여러분은 딱 하나만 하시면 돼요.
제품 뒷면 보기.
건기식이라면
뒷면에 '기능성 내용'이 적혀 있어요.
그게 바로 식약처가 허락한 그 한 문장이에요.
그 문장이랑,
앞면에 큼지막하게 적힌 광고 문구를
나란히 놓고 보세요.
둘이 다르다면?
그 차이가 벌어진 만큼,
여러분이 속고 있는 거예요.
자, 이제 공전이 뭔지 알게 됐습니다.
근데 여기서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똑같이 공전 심사를 통과했는데도,
어떤 원료엔 "식약처 개별인정!"이라는
훈장 같은 딱지가 붙어요.
그리고 그 딱지 하나에
가격이 몇 배로 뜁니다.
'개별인정'.
이게 대체 뭐길래
사람들은 이 단어에 지갑을 열까요?
다음 장에서,
이 마법의 단어를 파헤쳐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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