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만 시간을 내주시겠어요?
검색창을 열고
이렇게 쳐보세요.
수험생 눈 영양제.
초등학생 눈 영양제도 좋습니다.
어떤 화면이 나오는지
직접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기에
그 화면을 옮겨오지 않겠습니다.
특정 회사를 지목하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전부가 같은 방식으로
팔고 있습니다.
보셨나요?
그럼 하나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아이 눈 영양제,
사두신 것 있으세요?
있으시면
지금 꺼내주세요.
통 뒤를 보시면 됩니다.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힌 부분이요.
거기 두 문장이 있습니다.
그 두 문장을 같이 읽으려고
오늘 글을 씁니다.
■ 먼저, 공전을 펼치겠습니다
식약처가 만드는 문서가 하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공전.
어떤 원료를 얼마나 넣어도 되는지,
뭐라고 광고해도 되는지가
전부 적혀 있는 책입니다.
업계 사람들은
이걸 펼쳐놓고 일합니다.
광고는 회사가 씁니다.
하지만 이 문서는 회사가 못 씁니다.
그래서 여기부터 봅니다.
루테인 항목은
'마리골드꽃추출물'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두 줄만 옮기겠습니다.
먼저 기능성 내용입니다.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그리고 섭취 시 주의사항.
"영·유아, 어린이, 임산부 및 수유부는
섭취를 피할 것"
두 줄을 나란히 놓고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목적은 노화입니다.
그리고 어린이는
피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조금 전에 보신 화면을
다시 떠올려 주세요.
수험생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공전은 어린이를
피하라고 적어놨는데,
광고는 아이를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 오해는 하지 마세요
"어린이는 피할 것"이
어린이가 먹으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린이에게 안전한지
확인된 자료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단
피하라고 해둔 겁니다.
이 문구는 원래 없었습니다.
2020년에 식약처가
원료를 다시 평가하면서
새로 넣었습니다.
위험해서 넣은 게 아니라
확인이 안 돼서 넣은 겁니다.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애초에 아이에게 먹이려고
만든 원료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루테인 자체는 진짜입니다
여기서 한 발 물러서겠습니다.
루테인이 가짜라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루테인은 노란색 색소입니다.
당근이 주황색인 이유,
토마토가 빨간 이유와 같은 종류입니다.
색소가 들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시금치나 케일 같은
진한 채소에 들어 있고,
영양제 원료는
마리골드라는 노란 꽃에서 뽑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마리골드꽃추출물입니다.
■ 왜 노란색일까요
물체가 어떤 색으로 보이는 건
그 색만 튕겨내고
나머지는 삼키기 때문입니다.
루테인은 파란빛을 삼킵니다.
파란빛을 삼키고 남은 것이
우리 눈에 노랗게 보이는 겁니다.
"블루라이트 차단"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루테인은 실제로
파란빛을 흡수합니다.
■ 그리고 눈 안에 실제로 있습니다
눈 안쪽에
카메라 필름 같은 것이 있습니다.
망막입니다.
그 망막 한가운데,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지점을
황반이라고 부릅니다.
이 황반이 왜 '황'반이냐면
진짜로 노랗기 때문입니다.
루테인이 거기 쌓여 있어서입니다.
우리 몸은 루테인을 못 만듭니다.
식물만 만듭니다.
그래서 먹어야만 들어옵니다.
나이가 들면
황반의 루테인은 실제로 줄어듭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눈에 있다. 진짜.
파란빛 흡수한다. 진짜.
못 만든다. 진짜.
나이 들면 준다. 진짜.
전부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잘 팔리는 겁니다.
거짓말로 파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본론입니다.
■ 그럼 먹으면 잘 보이나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문구를 다시 봐야 합니다.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하여"
황반색소밀도.
말이 어렵죠.
쉽게 말하면
황반이 얼마나 노란가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핵심입니다.
루테인을 먹으면
황반색소밀도는 실제로 올라갑니다.
확실하게 올라갑니다.
여러 연구에서
똑같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황반이 노래진 사람이
더 잘 보게 됐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이 두 문장 사이에
틈이 있습니다.
이 틈 위에
시장 전체가 서 있습니다.
■ 근거가 된 연구를 보겠습니다
루테인 시장 전체가
연구 하나에 기대고 있습니다.
AREDS2라는 미국 연구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진행했고
2013년에 발표됐습니다.
4천 명 넘게 참여했고
5년을 지켜봤습니다.
허술한 연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분야에서
가장 잘 만든 연구입니다.
그런데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이걸 봐야 합니다.
참가자 전원이
이미 황반변성 환자였습니다.
그것도 상태가 나쁜 쪽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이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어땠느냐.
실패했습니다.
루테인을 더 먹은 사람과
안 먹은 사람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데이터를 쪼개서
평소 채소를 거의 안 먹던 사람들만 골라내니
거기서만 조금 차이가 보였습니다.
연구진도 이건 정식 결론이 아니라고
논문에 직접 써놨습니다.

■ 의사들은 뭐라고 할까요
미국안과학회라는 곳이 있습니다.
전 세계 안과 의사들이 보는
진료지침을 만드는 곳입니다.
광고가 아니라
의사들끼리 보는 기준입니다.
거기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게
이 보충제를 쓸 근거가 없고,
징후가 없는 사람에게
예방 목적으로 쓸 근거도 없다"
돌려 말한 게 아닙니다.
근거가 없다고 썼습니다.
전 세계 연구를 모아서
검토하는 곳의 결론도 같습니다.
차이 없음.
■ 왜 하필 '색소밀도'였을까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이 원료를
직접 다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루테인 회의실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제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기능성 자료를 만드는 순서는
원료가 달라도 같았습니다.
가장 먼저 정하는 것이
이겁니다.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측정 항목을 잘 고르면
자료가 통과합니다.
못 고르면 떨어집니다.
그래서 회의는
"이게 얼마나 효과 있나"보다
"뭘 재면 결과가 나오나"에
훨씬 가깝게 흘러갑니다.
이제 다시 보겠습니다.
시력을 재면
연구는 실패했습니다.
색소밀도를 재면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색소밀도를 잰 겁니다.

이건 부정행위가 아닙니다.
규정 안에서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다만 소비자가 궁금한 것과
회사가 재는 것이
처음부터 다른 항목이라는 것,
그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큽니다.
■ 그럼 아이 눈은 어떻게 하나요
한국 청소년 시력,
실제로 심각합니다.
작년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력이 기준에 못 미친 학생 비율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열 명 중 세 명.
중학교 1학년, 열 명 중 여섯 명.
고등학교 1학년, 네 명 중 세 명.
그래서 뭐라도 먹이고 싶어지는 겁니다.
당연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아이 눈에 대해
제대로 효과가 증명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영양제가 아닙니다.
밖에 나가는 겁니다.
중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천 구백 명을 3년간 지켜본 연구가 있습니다.
한 그룹만
학교에서 하루 40분씩
밖에 더 있게 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3년 뒤 근시가 생긴 비율이
그냥 지낸 아이들은 열 명 중 넷,
40분 더 나간 아이들은 열 명 중 셋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아이 눈 연구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결과가 분명한 연구입니다.

이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생활 습관을 조언하려는 게 아닙니다.
근거의 무게를 비교해 보시라는 겁니다.
한쪽은 환자 대상 연구에서
1차 지표가 실패했고,
한쪽은 아이 대상 연구에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광고가 붙은 건
앞쪽입니다.
■ 이건 루테인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오늘 나온 수법 하나에
이름을 붙여두겠습니다.
측정 항목 바꿔치기.
소비자가 궁금한 건
"잘 보이나?"
회사가 재는 건
"황반이 노래졌나?"
재기 쉽고
확실하게 변하는 쪽으로
갈아끼우는 겁니다.
이 수법은 콜라겐에서 또 나옵니다.
유산균에서도 나옵니다.
이름만 바뀝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마리골드꽃추출물 500mg"과
"루테인 20mg"은
완전히 다른 숫자입니다.
앞은 원료 전체 무게,
뒤는 그 안에 든 루테인 무게입니다.
주스 500ml와
과일 함량 20%가 다른 것과 같습니다.
큰 숫자가 앞에 적혀 있으면
일단 의심하시면 됩니다.
■ 그래서, 이렇게 판단하시면 됩니다
오늘 정리는
'뭘 드세요'가 아니라
'어떻게 판단하세요'입니다.
하나. 아이에게 먹이려던 경우.
공전에 어린이는 피하라고 적혀 있고,
기능성 목적은 노화입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근거는 없습니다.
둘. 성인 본인이 먹으려던 경우.
황반색소밀도 유지가
인정된 전부입니다.
시력 개선, 노안, 블루라이트 차단은
인정된 기능성이 아닙니다.
광고에 그 말이 있으면
그건 공전 밖의 이야기입니다.
셋. 안과에서 황반변성 진단을 받은 경우.
이 경우는 다릅니다.
논의할 근거가 있는 상황이므로
안과에서 상담하시면 됩니다.
특히 흡연 이력이 있으면
성분 조합이 달라져야 합니다.
혼자 정할 일이 아닙니다.
넷. 그래도 구매하신다면.
뒷면에서 "루테인으로서" 몇 mg인지 확인.
인정된 일일섭취량은
루테인으로서 10~20mg입니다.
성분이 많이 들어간 제품일수록
각각의 함량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다섯. 가격.
재작년에 소비자원이
루테인 열두 개 제품을 시험했습니다.
전부 함량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치 가격은
최대 네 배 차이가 났습니다.
비싼 제품에 뭐가 더 들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루테인은 사기가 아닙니다.
진짜 있는 색소고,
진짜 눈에 쌓이고,
진짜 파란빛을 흡수합니다.
다만 "먹으면 더 잘 보인다"는 말만
없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한 문장이 빠져 있다는 걸
우리는 보통
모른 채로 삽니다.
다음 편에서는
눈 영양제의 다른 축을 보겠습니다.
"눈의 피로 개선"이라는 문구입니다.
이번엔 무엇을 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재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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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한 자료
[규제]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건강기능식품 공전), 마리골드꽃추출물 항목. 기능성 내용, 일일섭취량(루테인으로서 10~20mg), 섭취 시 주의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 재평가 결과 보고서」, 2020. 어린이·임산부·수유부·흡연자 관련 주의사항 추가.
[임상 연구]
AREDS2 Research Group. Lutein + zeaxanthin and omega-3 fatty acids fo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the AREDS2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3;309(19):2005-2015. 참가자 4,203명, 전원 중등도 이상 위험군. 루테인 10mg + 지아잔틴 2mg, 5년 추적. 1차 평가지표에서 유의한 차이 없음(위험비 0.90, 98.7% CI 0.76-1.07, P=.12).
AREDS2 Research Group. Secondary analyses of the effects of lutein/zeaxanthin on AMD progression: AREDS2 report No. 3. JAMA Ophthalmology. 2014;132(2):142-149. 식이 루테인 섭취 최하위 5분위에서만 위험비 0.74(95% CI 0.59-0.94).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사후 분석.
He M, Xiang F, Zeng Y, et al. Effect of time spent outdoors at school on the development of myopia among children in China: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5;314(11):1142-1148. 광저우 초등학교 1학년 1,903명, 3년 추적. 하루 40분 야외활동 추가. 누적 근시 발생률 30.4% 대 39.5%.
[진료지침·종합 검토]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Preferred Practice Pattern, 2024. 중등도 미만 환자에 대한 사용 근거 없음. 징후가 없는 사람에 대한 예방적 가치 근거 없음.
Evans JR, Lawrenson JG. Antioxidant vitamin and mineral supplements for slowing the progression of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23. 26개 연구 종합. 루테인·지아잔틴 단독은 진행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 없음(상대위험도 0.94, 95% CI 0.87-1.01).
[국내 자료]
한국소비자원, 「비교공감」 제2023-16호, 루테인 건강기능식품 비교시험, 2023.10. 12개 제품 전부 루테인 함량 기준 충족. 일일섭취량당 가격은 최대 4배 차이.
대한안과학회, 「2025 눈의 날 팩트시트」. 2024년 학교 건강검진 기준 나안시력 0.7 이하 학생 비율. 초1 30.8%, 초4 52.6%, 중1 64.8%, 고1 74.8%.
[성분 정보]
PubChem CID 5281243. 루테인 분자식 C40H56O2, 분자량 568.87. 최대 흡수 파장 약 445nm(청색광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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