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그 영양제, 효과 있어서 파는 거 아닙니다

"전직 제약회사 RA가 털어놓는 첫 이야기."

2026.08.08 | 조회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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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이래요.

"팔아야 하니까, 효과 있는 '척'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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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까지 단언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제가 바로,

그 '척'을 만들던 사람이거든요.

저는 한국의 유명 제약회사

건강기능식품 부서에서

RA(인허가) 업무를 했습니다.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하고,

그게 팔아도 되는 물건인지 식약처와 협의하고,

그 원료를 팔기 위한 마케팅 자료를 직접 만들고,

B2B 영업까지.

"초저분자 콜라겐, 흡수율 8배!"

"4중 코팅으로 위산 뚫고 장까지 살아서!"

"청정 노르웨이산 오메가3"

이런 광고 문구, 한 번쯤 보셨죠?

아니, 아마 사서 드셔보셨을 거예요.

이런 문장을 만들어내는 쪽에,

제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손에 그 원료가 들어가기 전,

가장 앞단에 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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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광고를 만들던 제가,

정작 이 영양제들을 거의 안 먹습니다.

만들던 사람이, 안 먹는다.⁠

좀 이상하죠?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하나씩 말씀드릴게요.

■ 근데 저도, 원래는 여러분과 똑같았어요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건기식.

이거 다 같은 말일까요?

부끄럽지만 저도

이 업계에 들어오기 전엔

그냥 다 같은 말인 줄 알았습니다.

몸에 좋은 거.

약국이나 쿠팡에서 파는 거.

엄마가 사다 놓고 잔소리하는 거.

그런데 이게,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더라고요.

그 사실도,

업계에 직접 들어가서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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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면 알수록,

불편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 그래서 제가, 이 글을 씁니다

마케팅 자료를 만들 때,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과학적으로 정확한 근거를 찾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잘 팔릴 만한 논문을 찾는 것"이었어요.⁠

효과가 확실해서 파는 게 아니라,

팔아야 하니까

그럴듯해 보이는 연구를 어떻게든 끌어모으는 거죠.

표본이 몇십 명밖에 안 되는 연구.

효과가 겨우 살짝 있는 연구.

심지어 그 원료 회사가 돈을 댄 연구.

그중에서 "이건 좀 있어 보이는데?" 싶은 걸 골라,

법에 안 걸리는 선까지 최대한 부풀립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문장 한 줄이

여러분 지갑을 엽니다.

내세울 데이터가 부족하면요?

아예 시험을 새로 맡기기도 해요.

근데 그 시험이라는 게,

"이 원료가 진짜 효과 있나?"를 냉정하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효과 있게 나오도록" 판이 짜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하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맞춰가는 거죠.

 

그 안에서 몇 년.

저는 계속 불편했습니다.⁠

"이거… 근거가 이것밖에 없는데,

이렇게까지 팔아도 되는 건가?"

그리고 어느 순간 확실해졌어요.⁠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쉽게 속고 있다.⁠

이 문제의식이 저를 못 견디게 만들었고,

그게 제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 '공전'이라는 게 있습니다

여러분, 이거 아세요?

건강기능식품에는

「건강기능식품 공전」이라는

국가 공식 기준서가 있습니다.

식약처가 만든 두꺼운 책이에요.

"이 원료는 이런 기능이 있다고 표시해도 된다."

"이 원료는 하루에 이만큼까지만 써라."

"이건 이렇게만 광고해라."

이게 다 적혀 있습니다.

저는 이 공전을 옆에 끼고

식약처 담당자와 미팅을 했습니다.

원료 하나 통과시키려고

이 기준을 몇 번이고 들여다봤어요.

그래서 압니다.

시중 광고가 이 공전에서

얼마나 멀리 도망가 있는지를요.

■ 세상엔 두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이 있습니다

딱 두 단어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고시형, 그리고 개별인정형.

어렵지 않아요.

 

고시형은,

이미 검증이 끝나서

공전에 이름이 올라간 원료입니다.

비타민, 홍삼, 오메가3, 유산균 같은 것들.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말하자면 "공공재" 같은 거죠.

개별인정형은,

어떤 회사가 "우리 원료, 이런 효과 있어요" 하고

자료를 잔뜩 내서

식약처한테 따로 도장을 받은 겁니다.

그 회사만 최소 6년간 독점으로 쓸 수 있어요.

그래서 비싸고, 광고에서 유난히 강조됩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이래요.

영양제 - 고시형 vs 개별인정
영양제 - 고시형 vs 개별인정

 

여기서 마케팅이 시작됩니다.

"식약처 개별인정 원료!"

이 한 줄이 붙는 순간

가격이 몇 배로 뜁니다.

그런데요.

그 "도장"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어요.

저도 몰랐으니까요.

 

■ 식약처 인정, 믿어도 될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식약처 기준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 뉴스레터 곳곳에서

"식약처가 인정했다는데 근거가 이 정도밖에 안 돼?"

싶은 경우를 계속 보시게 될 거예요.

그래도 제가 공전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게 그나마 넘어야 하는 '커트라인'이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식약처 통과 못 한 성분은 볼 것도 없습니다.
그건 그냥 일반식품이거나,
광고 속에만 존재하는 효과예요.

 

식약처 인정은

"커트라인은 통과했다"는 뜻이지,

"수석 합격"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커트라인은 넘었다.

근데 그 위로, 어디까지가 진짜냐?"

 

■ 그래서, 이 뉴스레터는 뭐가 다르냐

세상에 영양제 정보는 넘칩니다.

유명 약사 유튜버.

쇼닥터.

블로그 체험단.

저, 그 유명한 약사 유튜버분들…

이름 대면 다 알 만하실 분들,

업무상 정말 많이 만나봤습니다.

미팅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요.

공부량 많고, 뛰어난 분들인 거 압니다.

근데 제가 직접 겪어본 결론은요.

"결국, 파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전문가 타이틀 달고 있으면

믿고 싶잖아요.

근데 그 사람이 '파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의심하셔야 합니다.

여기는

특정 브랜드한테 돈 받고 쓰는 광고가 아닙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

저는 이 영양제들을 거의 안 먹어요.

주변에서 "뭐 먹으면 좋아?" 하고 물어도,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한

딱히 권하지 않고요.
(문제가 있다면 영양제가 아닌 진료받고 의약품을 처방받게 합니다.)

파는 사람이 아니라,

안 먹는 사람이 쓰는 글.

그게 여기예요.

제가 하는 건 딱 이겁니다.

  • 공전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펼쳐서 보여드리고
  • 그 원료의 진짜 논문을 뜯어보고 (대조군은 있는지, 표본은 몇 명인지, 누가 돈을 댔는지)
  • 실제 판매 페이지가 어떻게 교묘하게 말을 비트는지 대조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안 되더라고요.

까기만 하면

여러분한테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거야?"

이렇게 되면

제가 글 쓰는 의미가 없죠.

까는 건 사실 제일 쉬워요.

정작 어려운 건,

"그래서 뭘 먹어야 하는데?"에 답하는 겁니다.

그래서 매 편 끝에

"그래서 이건 진짜" 코너를 넣을 거예요.

과대광고를 다 걷어내고도

근거가 살아남는 성분.

싸고, 재미없고, 광고엔 안 나오지만

진짜 효과 있는 것들.

속지 않게 만드는 것.

그리고 진짜를 쥐여드리는 것.

이 두 개가 목적입니다.

 

■ 마지막으로, 자격 얘기

민망하지만,

"너 뭔데?" 하실 것 같아서요.

  • 면역학 석사, SCI급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
  • 국내 유명 제약회사 건기식 원료 평가 및 RA(인허가) 업무
  • 유산균 원료 QA, 화장품 인허가 경험
  • 원료 수입, 식약처 미팅, 시험 협의, 마케팅 자료 작성까지 직접

그리고 지금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서

DNA, 펩타이드, CRISPR, 단백질 같은

최신 생명과학 기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매일 '진짜 과학'이 뭔지 체감합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나요.

건기식 업계에서 봤던 것들이.

주변 사람들 다 건강에 관심이 폭발하는데,

그만큼 마케팅에 휘둘리는 걸 보면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씁니다.

자, 그럼.

지금 여러분 서랍에 있는 그 영양제부터

같이 하나씩 뜯어봅시다.

────────────────

앞으로 이 뉴스레터에선,

성분 하나하나를 이렇게 뜯어볼 거예요.

눈, 간, 관절, 다이어트, 피부, 면역…

여러분 서랍에 있는 그 영양제, 거의 다 다룹니다.

광고가 아니라, 공전과 논문으로요.

놓치고 싶지 않으시면, 구독해두세요.

다음 편은 곧 찾아올게요.

— BioInsider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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