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제"라는 말은, 사실 법에 없습니다
"나 영양제 먹어."
"엄마, 영양제 좀 챙겨 드세요."
이 말, 참 많이 쓰죠.
근데 좀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드릴게요.
"영양제"라는 말은, 법에 없습니다.
약국의 그 알약.
쿠팡의 그 캡슐.
인스타 공구의 그 가루.
우리가 "영양제"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이것들.
사실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 개의 세계에 흩어져 있어요.
그리고 그 셋은
"효과를 증명한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걸 모르면 평생 속아요.
오늘은 이거 하나만 확실히 잡고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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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층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쉬워요.
1층 — 의약품
2층 — 건강기능식품
3층 — 일반식품
위로 갈수록 "효과를 증명하라"는 요구가 빡세지고,
아래로 갈수록 그냥 풀립니다.
하나씩 볼게요.

1층. 의약품
"치료한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등급
병을 고치는 것.
그게 의약품입니다.
이 등급은
"이 병을 치료한다", "예방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대신 그만큼 증명해야 합니다.
수백,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효과와 안전성을 다 통과해야
비로소 "약"이 됩니다.
그래서 약은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같은
애매한 말을 쓰지 않아요.
"치료합니다."
당당하죠.
이건 꼭 기억해두세요.
"치료", "완치", "예방"은
의약품만 쓸 수 있는 단어입니다.
식품이 이 단어를 쓰면?
그 순간 불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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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건강기능식품
"도움을 줄 수 있음"의 세계
자, 여기가 핵심입니다.
여러분이 사는 "영양제" 대부분이
사실 이 등급이에요.
건강기능식품(줄여서 '건기식')은
식약처 심사를 받습니다.
-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고,
- 인체적용시험이나 과학적 근거를 내고,
-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문구를 승인받고.
이 과정, 제가 직접 해봤는데
생각보다 꽤 빡셉니다.
그런데 영양제 광고를 잘 보세요.
문장이 죄다 이렇게 끝나요.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왜 하나같이 "도움을 줄 수 있음"일까요?
왜 "눈이 좋아집니다"라고
시원하게 말을 못 할까요?
법으로 그렇게 못 하게 돼 있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진짜로 병을 고칠 만큼 효과가 확실하면,
그건 '의약품'으로 분류됩니다.
근데 그 정도는 아니니까
'식품'으로 남은 거예요.
건기식은 이름 그대로
건강기능"식품"입니다.
밥이랑 같은 '식품' 칸에 있는 거죠.
그러니 "치료한다"고는 못 하고,
딱 "도움을 줄 수 있음" 정도까지만
허락받은 겁니다.
(성분에 따라 "도움을 줌"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어쨌든 딱 '도움'까지예요. 그 위는 없습니다.)
이 애매한 어미가
사실은 법이 그어놓은 선이에요.
여기서 한 발만 더 들어가 볼게요.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이 말.
뒤집으면 이런 뜻이에요.
"효과가 있긴 한데, 있어봤자 미미하다."
그 자백을, 법이 시킨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까지 말해요.
시중에 파는 영양제, 대부분은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봐도 됩니다.
물론 예외는 있어요.
근데 정말 소수예요.
그 소수를 가려내는 게
이 연재가 할 일이고요.
어쨌든 이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아는 게
여러분의 첫 번째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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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식에는 이 마크가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에는
반드시 이 도장이 찍혀 있어요.

출처: 식품안전나라
포장 어딘가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글자와
이 마크가 있으면,
최소한 식약처 심사는 통과한 물건이에요.
일단 바닥은 넘은 겁니다.
(그 위가 진짜냐는, 앞으로 계속 따질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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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일반식품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세계
그럼 이 마크가 없는 건 뭘까요?
그냥 식품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이 제일 크게 속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요즘 인스타에서 난리 난 애사비(사과식초 음료).
"한 달 먹고 5kg 빠졌어요"
"아침에 한 잔이면 디톡스 끝!"
이거, 건강기능식품일까요?
아니요.
애사비는 그냥 일반식품이에요.
법적으로는 음료나 가공식품에 가깝습니다.
- 식약처 기능성 심사? ❌안 받았어요.
- 인체적용시험? ❌필요 없어요.
- 효능 입증? ❌안 해도 됩니다.
무슨 뜻이냐면.
그냥 먹어도 되는 식품이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편의점 주스 한 잔이랑
법적으로 거의 똑같은 취급입니다.
근데 그걸
"다이어트에 효과 있다"는 것처럼 파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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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등급이 낮을수록 광고는 더 화려합니다
여기서 진짜 아이러니 하나.
증명을 가장 안 한 3층(일반식품)이
가장 자극적으로 팔려요.
왜일까요?
심사를 안 받았으니까,
문구를 검사할 사람도 없거든요.
식약처가 "이 표현 써도 되나?"를 걸러주는 건
2층(건기식)까지예요.
3층은 아예 그 검사망 밖에 있습니다.
그러니 "한 달 5kg" 같은 말을
겁 없이 던지는 거예요.
(물론 이런 것도 부당광고로 걸릴 수 있어요.
근데 단속은 늘 한 발 늦죠.)
정리하면 이렇게 뒤집혀 있습니다.
증명은 3층이 제일 안 했는데,
자신감은 3층이 제일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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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3층이 2층 흉내를 냅니다
여기서 하나 더 말씀드려야겠어요.
사실 이게 요즘 제일 헷갈리는 지점이거든요.
2020년 12월,
법이 하나 바뀌었습니다.
일반식품도 조건만 맞으면
포장에 기능성을 적을 수 있게 됐어요.
정식 이름은 '기능성표시식품'.
건기식에 쓰는 기능성 원료를
일정량 이상(건기식 1일 섭취기준량의 30% 이상)
넣으면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이 들어 있습니다"
...어때요?
건기식 문구랑 거의 똑같이 생겼죠.
근데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건기식은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 이 제품이 도움을 준다는 뜻이에요.
기능성표시식품은
"○○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원료가 들어 있음"
→ 그런 원료가 들어는 있다는 뜻이고요.
'알려진'과 '들어 있음'.
이 두 단어가 법적으로 결정적입니다.
제품의 효과를 말한 게 아니라,
원료를 소개한 것뿐이거든요.
게다가 이건
식약처가 심사한 것도 아니에요.
업계 협회에서 자율로 심의합니다.
그래서 이런 제품엔
법으로 이 문구를 반드시 넣게 돼 있어요.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
...이 문구, 포장 어디에 붙어 있는지
찾아보신 적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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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사비, 다시 봅시다
실제 사례 하나 볼게요.
요즘 나오는 애사비 음료 중에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원료가 들어 있다"고
적힌 제품들이 있어요.
그럼 애사비가 혈당에 좋다는 뜻일까요?
아니요.
그 기능성은 애사비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제조사가 따로 넣은 식이섬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에서 나온 거예요.
포장 전면에는 애사비가 주인공처럼 크게 적혀 있고,
정작 인정받은 기능성은
그 옆에 슬쩍 넣은 식이섬유 몫인 거죠.
이게 3층의 진짜 기술입니다.
거짓말은 한 마디도 안 했어요.
근데 소비자는 전혀 다른 걸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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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부터 이것만 보세요
복잡하게 외울 거 없어요.
제품 뒷면에서 세 가지만 확인하세요.
-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가? → 이게 제일 확실합니다. 마크가 없으면 건기식이 아니에요.
- 문구가 어떻게 끝나는가?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 건기식 (2층) "○○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원료가 들어 있음" → 일반식품 (3층)
-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가 어딘가 적혀 있진 않은가? → 이 문장이 있으면, 아무리 그럴듯해도 3층입니다.
이거 하나만 몸에 배어도
마트에서 헛돈 쓸 확률이 확 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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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말이죠.
2층(건기식)이 통과했다는 그 "심사".
그게 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뤄지는 걸까요?
그 기준을 담은
식약처의 두꺼운 문서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공전'.
다음 편에서
그 문서를 같이 펼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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