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Interview

'대작'보다 '관여도'에 집중하는 법

웹툰 IP는 영상화 타깃이 아니라, 코어 팬덤의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입니다

2026.05.19 | 조회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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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웹툰 IP 비즈니스입니다.

화면 속 이야기가 글로벌 OTT 드라마로 재탄생하고, 대형 팝업스토어를 마비시키며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하지만 화려한 흥행 기록 뒤에는 원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치밀한 운영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치열한 웹툰 전쟁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IP의 미디어믹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5년 차 전문가의 시선은, 화려한 지표보다 조금 더 깊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웹툰 IP 산업의 냉정한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OO 웹툰에서 IP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는 5년 차 입니다. 입사했을 때가 마침 웹툰 영상화 붐이 본격적으로 터지던 시기였는데,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벌써 5년이 흘렀네요.

요청하신 질문들에 대해 제가 현업에서 매일 부딪히며 느끼고 고민하는 바를 바탕으로,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1. 최근 산업 현황 및 시장 변화

Q. 최근 1~2년간 웹툰 IP 시장에서 가장 체감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드라마화 일변도에서 '팬덤 기반의 MD·팝업스토어'로의 축 이동입니다." 과거에는 IP 사업이라고 하면 무조건 드라마나 영화 계약을 따내는 것이 전성기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드라마 제작 시장이 위축되고 편성 갭이 커지면서 호흡이 너무 길어졌어요. 반면, <화산귀환>, <마루는 강쥐>, <냐한남자> 같은 작품들이 증명했듯 '내 장르, 내 새끼'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코어 팬덤 비즈니스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마루는 강쥐 팝업스토어
마루는 강쥐 팝업스토어

이제는 기획 단계부터 "이 작품은 영상화 타깃이다", "이 작품은 MD와 팝업스토어 타깃이다"를 명확히 나누어 전략을 짭니다.

Q. 웹툰의 글로벌화가 실무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계약 구조의 글로벌 스탠다드화, 그리고 현지화(Localization)의 고도화입니다." 과거에는 국내 판권을 먼저 정리하고 해외는 에이전시를 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처음부터 글로벌 동시 연재와 글로벌 2차 확장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설계합니다.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첫날 시총 4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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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나 유럽, 일본 현지 제작사들과 직접 라이선싱을 논의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법무적·문화적 리스크를 검토하는 프로세스가 훨씬 꼼꼼해졌습니다.


2. IP 실무 프로세스 및 밸류체인

Q. 2차 저작물 확장을 결정하는 내부의 핵심 기준은 무엇인가요?

"단순 '조회수(PV)'보다는 '독자 관여도(Engagement)'와 '시각적 확장성'입니다."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드라마나 굿즈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댓글의 밀도(단순 "재밌다"가 아니라 캐릭터의 서사를 분석하는 댓글이 많은지), 팬아트 생산량, 그리고 무엇보다 '비주얼과 세계관의 독창성'을 봅니다.

드라마화 된, 될 예정인 네이버 웹툰
드라마화 된, 될 예정인 네이버 웹툰
  • 영상화: 캐릭터의 서사적 결핍과 에피소드 간의 유기적 연결성(드라마 구조에 맞는지)을 봅니다.
  • MD/팝업: 캐릭터의 '귀여움'이나 밈(Meme) 요소, 소장 가치가 있는지가 최우선입니다.

Q. 작가(또는 CP사)와의 협상에서 가장 조율하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2차 저작물에 대한 '원작자의 관여 범위'와 '독점 기간' 설정입니다." 작가님들은 당연히 자신의 분신 같은 작품이 변형되는 것에 조심스러우십니다.

특히 영상화 과정에서 각색이 들어갈 때 어디까지 작가님의 컨펌을 받을 것인가(원작 훼손 이슈)를 조율하는 게 가장 지난한 과정입니다. 또한, 제작사들은 긴 시간 동안 독점권을 묶어두길 원하지만, 저희는 빠르게 사업화를 해야 하므로 홀드백(Holdback) 기간을 팽팽하게 밀당하곤 합니다.


3. 실무 노하우 및 위기관리 (Hacks)

Q. '원작 팬'과 '대중'을 모두 만족시키는 검수 노하우가 있나요?

"싱크로율보다는 '핵심 정서(Core 테마)'를 지키는 각색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5년 동안 깨달은 점은, 원작 만화의 컷 연출을 그대로 실사화하면 높은 확률로 어색해진다는 것입니다. 매체의 문법이 다르니까요.

각색 예정인 웹툰 '재혼황후' 드라마화. 중세 서양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었을지를 두고 원작 팬덤의 궁금증이 집중되었다.
각색 예정인 웹툰 '재혼황후' 드라마화. 중세 서양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었을지를 두고 원작 팬덤의 궁금증이 집중되었다.

저희는 제작사에 각색의 자율성을 주되,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핵심 정서(예: 찌질하지만 따뜻한 위로, 혹은 카타르시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칩니다. 이 핵심만 살아있으면 원작 팬들도 결국 "이해할 만한 각색"이라며 응원해 줍니다.

Q. 기대가 컸으나 아쉬웠던 사례, 반대로 반전 대박이 났던 사례는?

  • 아쉬웠던 사례: 탑티어 조회수의 액션/판타지 웹툰이었는데, 지나치게 방대한 세계관을 12부작 드라마에 무리하게 압축하려다 보니 원작 팬과 대중을 모두 놓친 경우가 있었습니다. 웹툰의 장편 서사를 쪼갤 때의 영리한 가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죠.
  • 반전 대박 사례: 일상·개그물이나 마이너한 감성의 작품이었는데, 캐릭터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생활 밀착형 굿즈가 대박이 나면서 역으로 웹툰 유입이 폭발한 케이스입니다. IP의 힘은 대작 장르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냐한남자> 춘배 카카오톡 이모티콘
<냐한남자> 춘배 카카오톡 이모티콘

4. 향후 전망 및 커리어 역량

Q. 웹툰 플랫폼 IP 사업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덕후의 눈과 냉철한 비즈니스맨의 머리를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 역량'입니다." 기본적으로 웹툰을 좋아하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지만, 결국 실무자는 계약서를 쓰고 숫자를 맞추는 사람입니다. "이 웹툰 너무 재밌으니까 드라마 만들어요"가 아니라, "이 웹툰의 타깃층이 소비력이 있는 20대 여성이고, 최근 OOO 장르의 ott 수요가 늘었으니 제작비 대비 ROI가 나올 것이다"를 제안서와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수많은 이해관계자(작가, 제작사, 투자사, 내부 유관부서)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커뮤니케이션 맷집이 정말 중요합니다.

 

5년 전만 해도 '웹툰을 딴 걸로 바꾼다'의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처음부터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IP)을 키워나간다'는 느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핵심정리

첫째, 하이브리드 인재의 필요성: 웹툰에 미친 '덕후의 감각'과 계약·숫자를 조율하는 '냉철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동시에 갖춘 피디(PM) 역량이 핵심.

둘째, 흥행 지표의 패러다임 전환: 단순 조회수(PV) 중심에서 독자 참여도(Engagement)와 시각적 확장성을 분석해 영상화와 MD 타깃을 이원화하는 전략 필수.

셋째, 코어 팬덤 비즈니스의 급성장: 드라마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팝업스토어, 이모티콘 등 팬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캐릭터 중심의 라이선싱 비즈니스로 축 이동.

넷째, 영리한 각색과 가공 노하우: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매체의 문법에 맞게 압축하되, 원작 팬과 대중을 모두 잡기 위해 작품의 '핵심 정서(Core 테마)'를 사수하는 검수 능력.

다섯째, 글로벌 라이선싱 표준화: 나스닥 상장 이후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동시 연재 및 국가별 현지화(Localization) 리스크를 고려한 글로벌 스탠다드 계약 구조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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