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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IP 자본론_시작] '먼'가 공감되는 작고 귀여운 치이카와는 어떻게 극장까지 갔나

서사 없이 입장하고, 서사로 깊어지는 거꾸로 된 OSMU

2026.10.29 | 조회 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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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넷플릭스 코리아 메인 화면을 '먼작귀'가 채웠다.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는 '먼작귀'는 '먼가 작고 귀여운 치이카와'의 줄임말이다. 햄스터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이 작은 캐릭터는 같은 달 극장에도 걸렸다.

출발점은 2017년 X(트위터)에 올라온 그림 한 장이다. 줄거리가 없는 그림 한 장에서 시작한 캐릭터가 극장에 오르기까지 9년이 걸렸다.

원본 TV 애니메이션도 1분~1분 30초짜리 초단편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매력적인 캐릭터, 분명한 줄거리, 화려한 연출을 갖춘 작품이 많았다. 초단편인 만큼 어쩌면 당연하게도 치이카와의 원작 시리즈에는 화려한 서사가 없었다.

보통 OSMU는 탄탄한 서사를 먼저 쌓고 그 위에 굿즈와 영화를 올린다. 치이카와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서사(스토리)가 없는 캐릭터는 수명이 짧다는 업계의 편견을 치이카와는 어떻게 깨부수고 어떻게 극장과 넷플릭스라는 장편의 무대까지 올라갔을까? 우리도 제2의 산리오, 포켓몬이 될 K-캐릭터 IP를 발굴할 수 있을까?


작고 약한 캐릭터가 현실 세계(관)에 산다

작가는 '농담곰'으로 알려진 나가노다. 주인공은 셋이다. 치이카와는 눈물이 많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하치와레는 밝고 긍정적인 중심축이고, 우사기는 장난스럽지만 영리하다.

  왼쪽부터 우사기, 치이카와, 하치와레 순. 우사기는 토끼, 치이카와는 햄스터, 하치와레는 고양이를 모티브로 했다고 전해진다.
  왼쪽부터 우사기, 치이카와, 하치와레 순. 우사기는 토끼, 치이카와는 햄스터, 하치와레는 고양이를 모티브로 했다고 전해진다.

겉모습은 귀엽지만 세계는 팍팍하다. 캐릭터들은 먹고살려고 일하고, 자격증 시험에 거듭 도전하고, 좌절한다. 제작진도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놀이뿐 아니라 상당히 혹독한 이야기가 담겼다고 밝혔다. 하치와레는 무언가 갖고 싶은 게 생기면 토벌과 제초(노동)를 몇 번 해야 하는지부터 센다. 갖고 싶은 물건이 월급의 몇 퍼센트인지 따져 보는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


서사의 빈자리를 채운 건 '노동하는 2030'의 자기 투영이었다

팬덤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번개장터의 2026년 10월 데이터에서 치이카와 관련 상품 구매자의 86.8%가 여성이고, 20대 48.8%와 30대 23.1%를 합친 약 72%가 2030이다. 포털 검색량에서는 10대부터 30대까지 여성 모두에서 1위다. 극장에서도 20대가 흥행을 이끈다. CGV 관객 통계에서 한국 극장판 관객의 45%가 20대였고, 20%가 30대였다. 심지어 10월 말 기준 카카오톡 20대 인기 이모티콘 30위권에 먼작귀 시리즈 11개가 동시에 이름을 올릴 만큼 팬덤의 결집력이 단단하다.

총 12종의 출시 이모티콘 전체가 카카오톡 인기 이모티콘(20대) 차트 상위 31위 내에 모두 진입하며 라인업 전반의 높은 상업적 성과를 기록 중이다.
총 12종의 출시 이모티콘 전체가 카카오톡 인기 이모티콘(20대) 차트 상위 31위 내에 모두 진입하며 라인업 전반의 높은 상업적 성과를 기록 중이다.

소셜 빅데이터에서 치이카와의 핵심 연관어는 '알바', '자격증', '노동'이다. 취업 경쟁과 물가 상승에 지친 2030이 이 세계에 자기 일상을 겹쳐 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평론가는 이 작품이 메시지도 설명도 없이 세계를 펼쳐 놓기만 해서, 관객이 공감하고 해석하고 굿즈를 사는 방식으로 직접 참여한다고 분석한다. 서사가 비어 있는 자리를 관객이 자기 현실로 채웠고, 2030 여성 팬층이 이후의 모든 확장을 받쳤다.

소비도 같은 방향이다. 지친 일상에서 캐릭터를 응원하는 활동(오시카츠, 최애 활동)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과 겹치고, 팝업스토어 오픈런과 쿠지(복권 시스템), 한정판 굿즈 구매로 이어진다. 굿즈샵에서 10월 8일 한정판 신제품이 나왔을 때는 전날 밤부터 줄이 늘어섰다. 최근에는 20대 남성 검색어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해 팬층이 여성향 서브컬처 바깥으로 넓어지고 있다.(2030 여성 팬덤에서 시작된 유행이 대중적인 커플 문화와 남성층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추세를 보인다.) 뒤에서 다룰 극장판과 LG트윈스, 올리브영 협업의 바탕에도 이 팬층이 있다.


귀엽지만 치밀한 치이카와의 성장 전략을 타임라인으로 뜯어보자

2017년 나가노 작가가 X(트위터)에 올린 그림 한 장이 시작이었다. 이후 2020년 공식 연재를 거쳐 2022년 일본에서 TV 단편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까지, 데뷔 후 6년은 '짧은 그림'만으로 팬을 모으는 데 집중한 시기였다.

팬덤이 임계점을 넘자 확장에 속도가 붙었다.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세이렌 편'을 연재해 장편 서사를 얹었고, 2024년 넷플릭스 재팬에 진출했다. 마침내 2025년에 들어서는 현지 굿즈 앱 '치이카와 포켓' 및 상설 테마파크 '치이카와 파크'까지 오픈한 것에 이어, 2026년 7월 24일 일본 극장판 개봉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 시장의 스케일업 과정도 동일한 공식을 따른다. 2022년 홍대 소품숍 스탬프 랠리로 가볍게 반응을 검증한 뒤, 2026년 2월부터 8월까지 대규모 팝업 매장과 이종 산업 협업을 몰아쳤다. 그리고 팬덤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9월, 넷플릭스 시즌 2 공개(20일)와 극장판 개봉(30일)을 연달아 터뜨렸다.

과연 치이카와의 성공이 우연일까? 치이카와의 확장은 철저한 계산의 결과다. 팬을 모으고, 반응이 검증되면 다음 사업화로 넘어갔으며, 그 검증된 성과를 레버리지 삼아 다시 더 큰 팬덤을 끌어들였다. 이 거대한 순환 고리가 완성된 뒤에는 팬들이 기꺼이 돈을 쓸 수밖에 없도록 0원에서 수만 원까지 이어지는 끊기지 않는 '가격 계단'이 촘촘하게 놓여 있었다.


첫 번째 계단. 성실한 연재로 쌓은 팬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무료 영상으로 입구를 넓혔다

치이카와가 폭발적인 팬덤을 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X(트위터) 연재였다.

놀라운 것은 콘텐츠의 '공급 빈도'다. 일본 매체(nippon.com) 보도에 따르면, 연재 개시 후 3년(약 1,100일) 동안 만화가 올라오지 않은 날은 약 200일에 불과했다. 무려 80%에 달하는 날짜에 '무료 신작'이 투고된 것이다. 2023년 4월 작가의 입원으로 연재 주기가 느려지자 현지에서 뉴스가 될 정도였으니, 대중에게 치이카와의 일상적인 공급은 이미 기상이나 식사처럼 당연한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치이카와(먼작귀)의 한 장면으로, 주인공 치이카와가 '무챠우마 요거트' 경품 이벤트에 당첨되어 집을 얻게 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치이카와(먼작귀)의 한 장면으로, 주인공 치이카와가 '무챠우마 요거트' 경품 이벤트에 당첨되어 집을 얻게 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이렇게 촘촘한 연재로 락인(Lock-in)된 팬덤은 2022년 TV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어지며 확장에 불을 붙였다.

2022년 4월 4일, 일본 후지TV 〈메자마시 TV〉 아침 방송 코너용으로 방영을 시작한 애니메이션은 곧바로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와 날개를 달았다.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의 다시보기 조회수는 4억 회를 돌파했고, 국내 누적 조회수도 1,900만 회를 넘겼다.

원작 만화가 그랬던 것처럼 애니메이션 역시 한 편의 길이가 매우 짧고 무료로 풀렸기에, 대중은 어떠한 진입 장벽이나 비용 부담 없이 치이카와의 세계로 가볍게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서사나 세계관을 공부할 필요조차 없는, 가장 넓은 '무료 입구'가 열린 것이다.


두 번째 계단. 소액 상품으로 지갑을 열게 하고, 가능성을 증명했다

상품 판매는 팬들이 실제로 지갑을 연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됐다. 2021년 단행본 출간과 함께 첫 상설 굿즈 매장인 '치이카와 랜드'가 문을 열며 오프라인 유통이 본격화됐고, 이듬해 애니메이션 방영을 기점으로 매장은 일본 전국 주요 도시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일상 소비재로의 침투는 더 매서웠다. 1회 1,100엔짜리 쿠지부터 다이소 한정 컬렉션, 라멘 가게와 제과점 등 F&B 콜라보가 쏟아졌다. 팝업스토어는 모바일 번호표가 없으면 입장조차 불가능했고, 2024년 쿠라스시(초밥 프랜차이즈)와 협업한 달에는 해당 브랜드의 기존점 매출이 전년 대비 23%나 폭증했다. 열기는 해외로도 번져 상하이 팝업스토어에서는 단 3일 만에 약 15억 원(800만 위안)의 매출을 쓸어 담았다.

치이카와 쿠지는 굿즈를 걸고 진행하는 ‘꽝 없는 뽑기(복권)’로 티켓 한 장을 구매하면 반드시 A상, B상, C상 등 정해진 등급의 상품 중 하나를 받는다.
치이카와 쿠지는 굿즈를 걸고 진행하는 ‘꽝 없는 뽑기(복권)’로 티켓 한 장을 구매하면 반드시 A상, B상, C상 등 정해진 등급의 상품 중 하나를 받는다.

결국 치이카와는 일본 캐릭터 대상에서 사상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22년 시점에서 이미 굿즈 시장 규모를 100억 엔 이상 돌파했다고 평가된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비즈니스 구조였다. '무료·고빈도'의 콘텐츠 공급으로 매일 팬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X 게재분에 미공개 신작을 더한 단행본과 굿즈 판매로 자본을 회수하는 분리 구조가 처음부터 확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료 영상 조회수가 팬들이 '시간'을 쓴다는 지표였다면, 이 압도적인 상품 매출은 팬들이 기꺼이 '돈'을 쓴다는 확실한 기록이었다. 극장판이라는 거대한 장편 서사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두 번째 계단에서 수익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계단. 세계관 속으로 팬들을 초대하다

상품 매출로 입증된 구매력은 오프라인 '공간 비즈니스'로 확장됐다. 단순히 굿즈를 파는 팝업을 넘어 팬들이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공간이 기획됐다.

시작은 F&B였다. 팝업 카페의 흥행에 이어 2023년 도쿄 이케부쿠로에 상설 '치이카와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팬들은 원작 속 '제초(풀뽑기)'나 '토벌'을 모티브로 한 메뉴를 먹고 '노동 보상' 도장을 받는 등 만화 속 일상을 경험했다. 도쿄 조이폴리스, 후지TV '오다이바 모험왕' 등 대형 이벤트 공간도 치이카와가 점령했다.

치이카와에 등장하는 라멘 가게를 모티브로 한 지로계(Jiro-style) 일본식 돼지뼈 라멘 전문점으로 대사이즈는 (면 300g + 우사기 어묵) 1,980엔 (특전 스티커 제공). 전반적인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치이카와에 등장하는 라멘 가게를 모티브로 한 지로계(Jiro-style) 일본식 돼지뼈 라멘 전문점으로 대사이즈는 (면 300g + 우사기 어묵) 1,980엔 (특전 스티커 제공). 전반적인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정점은 2025년 7월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에 문을 연 대형 상설 테마파크 '치이카와 파크'다. 원작 속 '고블린 감옥', '환상의 거목' 등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미트볼 굴리기' 같은 인터랙티브 미션 게임을 배치했다. 성인 입장료 3,500엔에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됨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팬들은 캐릭터 상품을 사는 것을 넘어, 치이카와 특유의 '가혹하지만 귀여운 노동과 일상'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일본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이 오프라인 성공 방정식은 자연스럽게 한국 시장 진입의 발판이 되었다.


네 번째 계단. 한국에서는 홍대 소품숍 4곳으로 시작했다

첫 한국 진입 시도는 작았다.(한국 창구는 대원미디어다. '먼작귀'를 대스타로 올려놓은 IP 플랫폼에 대해서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먼작귀는 일본에서 이미 인기였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아서, 더현대 서울이나 롯데월드몰 같은 대형 팝업은 어려웠다. 그래서 2022년에 홍대 소품숍 4곳(레브앙루나, 헬로수미코, 수바코 홍대점, 연도문구)에서 스탬프 랠리를 열었다. 2주가량 준비한 상품이 주말 이틀 만에 완판됐다.

공간은 그 뒤로 커졌다. 2026년 2월에 서울 성수동에 나가노마켓 상설 매장이 열렸다(치이카와뿐 아니라 농담곰까지 묶은 나가노 브랜드 매장이다).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에도 팝업이 들어갔고, 6월에는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매지컬 치이카와' 팝업이 열렸다.


다섯 번째 계단. 국내 협업은 소비재로 퍼졌다

2026년 '먼작귀'는 올리브영 딜라이트 프로젝트, LG트윈스, 와키윌리와 상품을 냈다. 뷰티·식품, 스포츠, 패션으로 업종이 겹치지 않는다.

분야파트너내용시점
뷰티 채널 × 식품올리브영 딜라이트 프로젝트먼작귀 에디션 제품, 홍대 타운 팝업, 포토부스3월 1~31일
스포츠LG트윈스유니폼, 키링, 오피스 상품, 잠실 브랜드데이2월 20일 예약판매, 3~5월 순차 출시
패션와키윌리티셔츠·스웨트셔츠 7종, 무신사 홍대·대구 오프라인8월 5일
딜라이트 프로젝트와 먼작귀가 협업한 베이글칩니다. 총 7가지 맛으로 제품 구매 시 랜덤 스티커를 증정했다.
딜라이트 프로젝트와 먼작귀가 협업한 베이글칩니다. 총 7가지 맛으로 제품 구매 시 랜덤 스티커를 증정했다.

딜라이트 프로젝트는 올리브영이 자체 운영하는 건강 간식 PB 브랜드다. LG트윈스는 2월 20일 유니폼 예약판매를 시작으로 3~5월에 상품을 순차 출시했고, 5월 잠실 브랜드데이를 진행했다. 와키윌리는 캐릭터의 작은 행동과 표정을 살린 그래픽을 내세웠다.

에디션 간식, 응원 유니폼, 표정 그래픽 티셔츠는 극장판이나 원작 줄거리를 몰라도 살 수 있는 품목이다.


여섯 번째 계단. 장편 서사는 입구컷이 아닌 '굳히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치이카와에게 서사는 끝까지 필요 없었을까? 치이카와는 순서를 뒤집었다. 장편 서사는 치이카와가 데뷔한 2017년에서 6년이 지난 2023년에야 붙었다.

팬덤이 충분히 쌓이고 굿즈가 불티나게 팔릴 때, 작가는 '세이렌 편'을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간 연재했다.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과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최고 인기를 기록한 에피소드다. 작가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알려져 있다.

세이렌 편의 서사는 극장판이 되었다. 2026년 7월 24일, 일본에서 〈극장판 치이카와〉가 개봉했다. 개봉 사흘간 150만 명을 모았고, 10월 6일 기준 관객은 1,178만 명, 흥행 수입은 172억 엔이다.

극장판은 오이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했고, 나가노 작가가 각본과 감수에 참여했다. 줄거리는 보수 100배 제안에 이끌려 섬으로 합숙을 떠난 세 친구의 수상한 토벌 미션이다. 원작에서 공감을 샀던 일하는 이야기가 그대로 극장 서사가 됐다.

귀여운 비주얼과 달리 잔혹동화적·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대비를 통해 영원한 생명, 선의로 저지른 죄의 정당성, 그리고 선택의 책임 같은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었다는 관람평이 있다.
귀여운 비주얼과 달리 잔혹동화적·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대비를 통해 영원한 생명, 선의로 저지른 죄의 정당성, 그리고 선택의 책임 같은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었다는 관람평이 있다.

2026년 9월 30일, 한국에서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150만 명을 넘긴 시점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150만 돌파 기록(개봉 21일 차)보다 4일 빨랐고, 작성일 기준 누적 관객은 약 230만 명이다.

배급사인 CJ ENM은 Mnet 음악방송에 인형탈을 쓴 치이카와를 출연시켜 OST를 부르게 했다. 무대 영상은 이틀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다.

Mnet '엠카운트다운' (2026년 10월 1일 방송, Ep.947)에서  극장판 삽입곡인 'The Island Song'에 맞춰 인형탈 공연을 선보였다.
Mnet '엠카운트다운' (2026년 10월 1일 방송, Ep.947)에서 극장판 삽입곡인 'The Island Song'에 맞춰 인형탈 공연을 선보였다.

짧은 영상으로 이어지던 시리즈에 장편 서사를 붙인 극장판이, 이미 모여 있던 팬을 극장으로 불러냈다. 서사는 모인 팬에게 다음 상품을 내놓는 수단으로 쓰였다.


그리고 부스터.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 열흘 전에 열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서론에서 말했듯이 팬이 아닌 대중은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 나온 먼작귀를 보고 '어, 굿즈에서 본 걔다', 'LG랑 콜라보하는 걔네구나' 하고 알아봤다. 알아본 만큼 궁금해졌을 것이다.

넷플릭스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묶음 편집이다. 넷플릭스는 1분짜리 원본 에피소드를 5~6개씩 한 화로 묶어 올렸다. (원본 1~240화는 시즌 1 48화로, 241~362화는 시즌 2 25화로 구성됐다. 넷플릭스 코리아에서는 시즌 2부터 시청 가능하다.) 오프닝과 엔딩을 포함해 한 화가 약 7~8분이다. 부담없이 접근하기 쉽다.

개봉 직후 넷플릭스 키즈 시리즈 1위를 달성한 먼작귀는 10월 말인 현재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직후 넷플릭스 키즈 시리즈 1위를 달성한 먼작귀는 10월 말인 현재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공개일은 극장 개봉(9월 30일) 열흘 전인 9월 20일이고, 프리미어 상영도 9월 19~20일, 26~27일로 개봉 직전에 열렸다. 극장판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에 영상을 풀어 신규 시청자를 확보하고, 기존 팬이 세계관을 가볍게 예습할 징검다리를 놓은 편성이다. (개봉 후인 10월 16일에는 왓챠에서 TV 애니 시즌 2 몰아보기가 시작됐고 현재는 라프텔, 왓챠, 티빙, 웨이브 등에서 시청가능하다.)

넷플릭스는 먼작귀의 인기를 사용했고, 먼작귀는 넷플릭스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입구는 가볍게, 서사는 결정적인 방아쇠로

지난 편 'K-Culture는 뜨는데, K-pop은 왜 팬덤 안에서만 도는가'에서 K-pop의 입구가 좁다고 짚었다. 반면 치이카와의 입구는 서사 없이도 들어올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처음부터 무거운 세계관을 내놓고 높은 가격표를 붙이면 대중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이카와의 순서는 소소한 그림, 무료 단편 영상, 식품과 생활 상품, 세이렌 편의 서사, 극장판이다. 처음부터 쥐어짜지 않아도 공감을 산 캐릭터가 먼저 퍼질 수 있었고, 식품과 생활 상품을 먼저 깔았다. 넷플릭스 편성과 한국 상륙, 여러 기업과의 협업이 뒤따랐고, 서사는 팬이 모인 뒤 극장이라는 목표가 생기면서 길어졌다.

서사를 처음부터 들이밀면 대중이 들어오는 문을 좁힌다. 하지만 팬덤이 모인 뒤에 투입하면 이미 쌓인 팬이 극장으로 한꺼번에 움직인다.

치이카와에서 서사는 모인 팬에게 다음 상품을 내놓는 수단이었고, IP의 값을 다시 매기는 방아쇠였다. 그 결과 수천억 원대 글로벌 굿즈 매출과 현재 2,000억 원을 돌파한 극장판 흥행, 나아가 라이선스 및 공간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확장을 고려할 때 치이카와의 캐릭터 IP 가치는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표는 확실하게, 계단은 촘촘하게

이처럼 K-캐릭터 IP도 무엇을 얻을지부터 정해야 한다. 캐릭터가 조금 인기를 얻었다고 '굿즈나 팔아 볼까', '인스타툰 모아서 유튜브나 해 볼까' 하며 되는 대로 다음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 제2의 산리오, 먼작귀, 포켓몬 같은 K-캐릭터 IP를 기다리는 시장에서, 국내 작가들의 IP도 같은 질문 앞에 선다. 굿즈 판매, 협업 라이선스, 영상화, 작가 본인의 지속 연재 중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따라 서사에 들일 시간과 만날 파트너가 달라진다.

목표를 정했다면 다음은 팬이다. 팬이 어디까지 따라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치이카와가 걸어온 가격 계단은 무료 유튜브 영상, 1,100엔짜리 쿠지, 넷플릭스, 극장 티켓, 테마파크 티켓 등이다. 치이카와의 중심 팬인 2030 여성은 이처럼 값이 올라가는 길을 차근차근 따라왔다.

인스타툰 등에서 팬을 모은 작가의 캐릭터도 같은 확인이 필요하다. 팬이 무료 콘텐츠까지만 오는지, 소액 굿즈까지 사는지, 협업 상품까지 찾아가는지를 알아야 다음 상품을 정할 수 있다. 물론 팬이 어디까지 따라오는지 확인하려면 자본 또는 좋은 파트너가 필요하다. 대원미디어도 홍대 소품숍 4곳에서 반응부터 확인했고, 서사를 몰라도 살 수 있는 간식·유니폼·티셔츠로 협업을 시작했다.

제2의 산리오, 먼작귀, 포켓몬이 될 IP 홀더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 "우리 IP는 팬들이 들어올 입구가 분명한가?"
  • "우리 IP로 무엇을 얻고 싶은지 한 줄로 적을 수 있는가?"
  • "우리 IP는 지금 어떤 팬을 모으고 있고, 그 팬이 내가 원하는 값까지 따라올 것인가?"

[다음 편 예고] IP의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 계단을 함께 설계하고 실행해 줄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하다.

[기획: IP 자본론 1/4] 나에게 맞는 IP 플랫폼은 어떻게 구할까? - IP 플랫폼은 캐릭터를 사는 곳이 아니라, 캐릭터를 키우는 엔진이다

이번 뉴스레터에서 다룬 IP 자산화에 대해 더 깊이 다룬 리포트를 비즈킷 컨설팅 bizkit.ai.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문의 IP 가치 산정 수치는 공개된 라이선스 매출 및 극장판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즈킷 컨설팅(CONVA LAB)의 IP 가치평가 모델을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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