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조성연
지난 4월, 올해 뮤지컬 해외 라이선스 작품 라인업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은 대표작 중 하나인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이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을 시작했다.
제71회 토니어워즈에서 6개 부문 수상, 2018년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과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석권까지, 이 작품의 흥행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를 통해 현 사회의 어떤 문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통해 청소년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 주제의 특성상, 해당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불안장애 청소년, 한순간에 벼락스타가 되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섭고, 말을 걸려고 하면 손에 땀이 주르륵 나며, 남들 앞에 서면 나를 평가하는 기분이 들어 불안하고,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다.
이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속 불안장애를 겪는 주인공, 에반이 학교에 갈 때마다 느끼는 두려움이다.
'디어 에반 핸슨'은 에반이 심리 치료의 일종으로 자신에게 쓴 편지가 동급생 코너의 유서로 오해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오해로 인해 학생들과 유가족들의 관심을 받게 된 에반은 기존엔 느끼지 못한 환대와 유가족들의 순수한 기대를 받게 되고, 자신과 코너가 친구였다는 거짓을 지어낸다.
일은 더욱 커져 에반은 학교 대표로 코너의 추도사를 낭독하게 되는데, 소외된 이들을 위로하는 추도사는 영상으로 찍혀 SNS에 퍼져 단번에 유명해진다.
이후 내용은 거짓말로 인해 달라진 자신을 즐기는 마음과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이 주된 플롯이 된다.
우리가 당신을 찾아낼게요
이 작품에서 1막의 엔딩 장면에는 SNS와 현실 친구들이 에반과 코너의 우정을 찬사하고 코너를 추모하는 넘버, <You will be found>가 나온다.
이는 인류애와 공동체 의식이 넘치는 내용의 가사로, 사회적 외톨이로 소외되어 중독성 약물과 일탈을 일삼던 코너와 같은 소외된 존재들을 보듬으며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비록 거짓말로 시작되었지만, 불안장애의 청소년이 또 다른 외톨이들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해 ‘우리가 당신을 찾을게요’라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는 곧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핵심 주제이다.
작품 속에선 에반의 추모가 화제되어 저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서로에게 힘들 북돋아주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파편화된 개인들은 진정한 대화 없이 위로받지 못하며,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디어 에반 핸슨’이 크게 흥행한 이유 중 하나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비롯해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을 조명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이 함께 연대하며 힘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부분도 좋은 평가에 한 몫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에반과 코너와 같이, 우리 사회 속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위 통계 속 2017년부터 2021년 10세 단위별 불안장애 환자 수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1년 환자 수가 32.3% 증가했으며, 50-60대 환자가 전체의 약 36.3%로 굉장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불안장애는 노년뿐만 아니라 점차 청소년들에게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17년 대비 2021년 환자 수는 20대 86.8%, 10대 78.5%, 10대 미만 57.8% 순으로 크게 증가했다.
청년과 청소년, 유아까지 어린 세대들이 느끼는 불안이 점차 커져, 이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말이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우울증 통계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난다.
2017년 대비 2021년 환자 수는 20대 127.1%, 10대 90.2%, 10대 미만 70.2%로 대폭 증가하였다.
기존에 가장 많은 비중을 60대 환자가 차지했으나, 현재는 20대 환자가 전체의 19.0%로 가장 많다.
최근 젊은 층에서 불안장애, 우울장애 빈도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인관계, 학업, 강박, 사회적 압박 등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즉 심리사회적 요인이 불안장애를 야기하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이다.
사회가 가파르게 변화하고, 미디어를 통한 젊은층의 노출 빈도 증가로 인하여 이들은 더욱 많은 사회적 압박을 경험하고, 불안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불안장애를 방치하게 되면, 이차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만성화되어 범 불안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한민국 인사혁신처 홈페이지에서는 불안장애(GAD-7), 우울증(PHQ-9), 스트레스(PSS)를 진단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를 제공하여 스스로를 자가진단할 수 있다.
극심한 불안감이 장기간 이어지거나 불안감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이 생긴다면, 불안장애를 의심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보았던 ‘디어 에반 핸슨’에 그 해답이 제시되어 있다.
파편화된 개인은 고독하고 소외되어 있지만, 이들이 연대하고 힘을 북돋아준다면 그 어느 것보다 인간적인 위로를 나눌 수 있다.
이들이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혹은 이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불안장애로부터 스스로를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신뢰하는 사람과 대화하기, 지나친 걱정과 염려 조절하기, 신체적 건강을 위해 노력하기, 호흡법 연습하기 등
일상 속에서 불안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불안을 느끼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이다.
당장 ‘디어 에반 핸슨’의 에반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우리들이, 우리 사회가 형성한 사회적 압박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우리의 고정관념과 부담이 압박을 주고 있지 않는지,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중요한 자세이다.
정신건강 문제가 계속해서 심화되는 요즘,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마음 건강을 챙기고 가족 및 주의에 힘든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솜
작품을 통해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본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꼭 디에반 직관 성공하시길 응원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