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후, 약수역 근처 과일가게에 들렀습니다. 가게 앞에는 복숭아가 상자째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여름이 거의 끝나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별 감흥이 없었는데, 복숭아가 줄어드는 걸 보면 정말 그런가 싶습니다.
제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복숭아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흰 러닝셔츠 위에 얇은 체크무늬 남방을 걸쳤고,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계셨어요.
두 개만 살 수 있어요?
주인이 된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한참을 골랐습니다. 하나를 들었다 내려놓고, 다른 하나를 손바닥으로 만져보고 다시 놓았습니다. 들었다 놨다 하는 할아버지에게 짜증이 났는지 주인이 보다 못해 말했습니다.
제가 고를게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손을 저었습니다.
단단한 걸로 고르느라고. 오늘 먹을 게 아니라서.
주인이 그래도 친절하게 물었습니다.
누구 갖다주시게요?
우리 집 사람이 내일 와.
그 말을 하면서 할아버지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작은딸 집에 사정이 있어 아이를 봐주러 갔다가 내일 집에 온다고 했습니다. 복숭아를 좋아해서 먹이려고 한다고요.
주인은 상자 아래쪽까지 뒤져 단단한 복숭아 두 알을 골랐습니다. 그러고는 작은 자두 몇 알을 검은 봉지에 함께 넣었습니다.
이건 그냥 드리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봉투를 들여다봤습니다.
우리 둘이 먹기엔 많은데.
두 사람이 웃었습니다. 저는 뒤에서 그 말을 듣다가 과일 한 바구니도 고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데 필요한 것이 꼭 거창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깨끗한 이불을 펴놓는 일이나 냉장고에 좋아하는 반찬을 넣어두는 일, 아직 먹기에는 조금 단단한 복숭아 두 알을 골라오는 일.
할아버지는 복숭아가 든 봉투를 손에 들고 약수역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아직 볕은 뜨거웠습니다. 그래도 그날 가게 앞에 쌓여 있던 복숭아에서는 조금씩 여름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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