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구파발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승강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맞은편 의자에는 대파가 불쑥 꽂힌 장바구니를 발밑에 내려놓은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선도를 한참 올려다보더니 제게 다가왔습니다.
“충무로 가려면 여기서 타는 거 맞아요?”
사실 저도 지하철을 자주 타는 편은 아니라 노선을 한 번 확인한 뒤 말씀드렸습니다.
“네. 이쪽에서 타시면 돼요.”
할머니는 고맙다고 하고 다시 의자로 돌아갔습니다. 잠시 후 전광판에 열차가 들어온다는 표시가 떴습니다. 할머니는 장바구니를 끌고 승강장 앞으로 나오다가 다시 물었습니다.
“이거 타면 충무로 가는 거죠?”
“네. 맞아요.”
문이 열리고 함께 지하철에 탔습니다. 할머니는 불안한 듯 제 옆에 바싹 붙어 앉았습니다. 그러더니 출입문 위에 붙은 노선도를 눈을 가늘게 뜨고 올려다봤습니다. 손가락으로 역 이름을 하나씩 짚어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충무로 가는 거 맞죠?”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쭉 가시면 돼요.”
그제야 할머니는 장바구니 손잡이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조금 풀었습니다. 지하철이 녹번역을 지나자 할머니는 창문에 붙은 역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출입문 위의 노선도를 올려다봤습니다. 아까보다 표정이 조금 편안해 보였습니다. 저도 낯선 도시에서는 휴대폰 지도를 손에 들고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가는 거 맞아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묻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몰라서라기보다 한 번 더 맞다는 말을 들어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죠. 독립문역에서 제가 먼저 내렸습니다. 문이 닫히기 전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계속 가시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할머니도 알아들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면서 알고 있는 것도 가끔 다시 묻습니다. 이 길이 맞는지, 이렇게 가도 되는지. 그럴 때 필요한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아요. 그쪽으로 가면 돼요.
누군가 그렇게 한 번 더 말해주면 우리는 조금 안심한 얼굴로 다음 역을 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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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쵸코파이
너무 착하신 보나쓰님... 전 누가 길 물어보면 왜 그리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어용.... 잘 가르쳐드린게 맞나?? 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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