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을 나서다가 현관 앞에서 다시 돌아섰습니다.
휴대폰도 있었고 지갑도 챙겼고 딱히 빠뜨린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놓치고 나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식탁 위를 보고, 침대 옆을 보고, 가방 안을 다시 뒤적거렸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시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두고 온 것은 물건이 아니라 여유였습니다.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먼저 후다닥 집을 나가 버린 거죠. 몸은 그 뒤를 급하게 따르느라 허전했던 겁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몸보다 조금 더 앞서 서두르는 날이 많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다음 일을 계산하고, 걷는 동안 도착한 뒤의 일을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아직 오지 않은 저녁을 걱정합니다.
몸은 언제나 지금에 있는데 마음이 자꾸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가끔 이유 없이 무언가를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다시 잠깐 보았습니다.
조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더군요.
서둘러서 잘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경우가 더 많죠.
오늘은 조금 여유를 갖고 나를 잘 챙겨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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