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앞사람이 주문한 잔을 잘못 가져갔다. 직원이 급히 불러 세웠고, 그는 멋쩍게 웃으며 컵을 다시 내려놓았다.
“앗,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자기 커피가 나올 때까지 컵이 나올 때마다 슬쩍슬쩍 들여다봤다.
우리는 한 번 틀리고 나면 그다음부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길을 잘못 든 사람은 표지판을, 날짜를 착각한 사람은 캘린더를 한두 번 더 확인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마음을 다친 뒤에는 말할 것도 없다. 다정한 말 하나에도 그 안쪽을 자꾸 살피고 의심하게 된다.
실수나 상처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아픔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것은 시력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글씨가 더 크게 보이는 것도 같고, 지나쳤던 표정도 잘 보이고, 말과 말 사이에 잠깐 생기는 침묵도 들린다.
그래서인지 오래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많이 알게 되는 일보다 조금씩 다른 눈을 갖게 되는 일에 가까운 듯도 하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쉽게 집어 들었는데 이제는 내 것이 맞는지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되는 것.
그렇게 우리는 조금 느려지고, 대신 전에는 못 본 것들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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