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연휴였다. 연휴 당일인 목요일에는 그래도 혹시나 문 연 곳이 있지 않을까 싶어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봤지만 사람도 없고 가게 문도 닫혀있었다. 큰 아쉬움 없이 집으로 돌아와 99센트에 산 하겐다즈 커피 아이스크림을 먹고 낮잠을 잤다.
이 곳에서 한국의 추석과 미국의 땡스기빙을 홀로 보내는 가운데, 외로워서 힘든 마음이 그리 크진 않았다. 다행인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어렴풋이 외국에서 혼자 사는 삶을 떠올리며 분명 힘들 것이라고 지나치게 마음을 먹은 탓일까.
아, 물론 수요일에는 중국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다고 해서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내고, 금요일에는 한인모임에서 알게 된 분 집에 다녀왔다. 금요일에는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묻지도 않고 그냥 갔다. 그렇게 조금씩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간다.
아직까지 이 도시에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살고 있다. 일 년도 안되었으니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기대하지도 않으며 살고있다.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렇게 멀리 떠나왔어도 종종 안부를 물어봐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20대 내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건 행운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미국에서도 인연이 더 깊어질 수도, 나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도 오겠지만 지금은 흘러가도록 두고 있다.
사람,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은 곧 사랑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유튜브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한국인들이 가족을 찾으러 오는 다큐멘터리, 로봇 다리 세진이와 그를 입양한 어머니가 세차장에서 일해가며 인도네시아의 후원아동을 대학까지 지원해준 이야기, 일본에서 미혼모가 아기를 수십 명의 청년과 공동육아한 침몰가족 이야기 등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행위 자체가 위대하다고 느껴졌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만 결국엔 또 사람에게서 치유를 받는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들 속에서 사랑을 발견했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라는 얘기가 있었던 게 기억났다. 아마도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때 읽었을 텐데, 다른 책들은 제목조차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책은 문득 문득 생각이 난다.
가족 이상으로 아끼는 강아지를 향한 사랑,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 연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다정한 말. 사랑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의식하며 살진 않지만 아마 나는 사랑받는 사람일 거다. 그렇게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들이 나누어준 애정 덕분에 낯선 곳에서도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거겠지.
이제 12월이 되니 마음도 덩달아 홀리해지나.
[사람과 사랑] 가득한 12월을 기다리며,
Poem Kim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