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리병이에요.
당신의 해변에 편지가 도착했답니다.
이번엔 어떤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을까요?
같이 한번 읽어 봐요..!

“잠시 나 어지러워서 기댄 것뿐이야. 날 오해하지 말아줘.”[1]
예술에서의 컬트는, 컬트답게 나무위키를 인용하자면, 라틴어 경배(Cultus)에서 유래한 단어로,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작품 자체의 특이한 매력으로 소수의 매우 열광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을 지칭한다.[2] 대표적인 예시로 짐 셔먼의 「로키 호러 픽처 쇼」나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 등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컬트라는 용어가 요즘 사용되는 맥락을 고려하면 상황이 좀 복잡해진다. 해외 매체는 박찬욱의 「올드보이」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같은 흥행작을 컬트 영화로 분류하곤 한다. 반대로 열광적인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작품에도 컬트라는 칭호가 붙는 일도 흔하다. 다시 말해 “한 작품의 매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취향에 맞는가?”라는 질문은 작품의 컬트성과는 무관하다. 실상 컬트란 ‘B급’과 ‘퀴어’의 친척뻘이다. B급이 고급의 반대항이고 퀴어가 정상성의 구성적 외부인 것처럼 컬트는 보편성에 대극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컬트의 가치는 어떻게 옹호될 수 있을까? 앞선 논의대로 컬트가 반-보편이라면 컬트 작품은 개인적이고, 소통을 거부하며, 따라서 이해 불가능한 것일 텐데 말이다. 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나는 이규락의 소설 『울트라 소시지 갓』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활한 이해를 위해 우선 『울트라 소시지 갓』의 아스트랄한 내용을 힘닿는 데까지 설명해보겠다.
주인공 박민수는 인설동이라는 한 외진 동네에 있는 빌딩의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게 되는데, 그 건물에는 이상한 사람만 모여 있다. 주식 차트를 보다가 말끝마다 트림을 뿜어대는 사람, 매일 알록달록한 옷차림에 스키 고글을 끼고 다니는 사람, 목요일 저녁 아홉 시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모여들어 핫도그를 숭배하는 13명의 광신도, 등등등…. 그들과 어정쩡한 공동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정신이 나갔는지 박민수에게 떡갈비를 먹이려고 좀비처럼 쫓아오고… 어후 쉽지 않네. 아무튼 얼레벌레 사건에 휘말린 박민수는 모험 끝에 건물 사람들은 물론 아버지와 자신의 유일한 친구까지 모두 우주의 거대 식품 기업과 한국 식품 기업 사이의 암투에 얽힌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평생 실패작이라고만 여겨왔던 자기 인생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인지도 말이다. 그렇게 사건의 전모를 이해한 박민수는 우주의 균형을 위협하는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인 소시지 신을 자기 몸에 받아들여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깨닫는다.
설명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울트라 소시지 갓』은 대략 그런 내용이다. 부조리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뻔뻔한 입담으로 끝까지 밀고나가는 스타일의 소설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129(일이구)?”라는 말을 연발하게 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훌륭한 컬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혹자는 이 소설을 “한심한 루저의 망상” 내지는 “유치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내용이라고 여길 것이다.[3] 그런 이들에게 『울트라 소시지 갓』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말해 컬트를 뭐라 옹호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이렇다. 유치하고 한심해 보이는 것이야말로 저항의 모습이다. 앞서 나는 컬트가 보편의 대척점에 있다고 썼는데, 그것은 비단 컬트가 이해 불가능하다는 뜻만은 아니었다. 컬트는 보편성에 대한 저항의 결과로 개인적이다. 보편성은 개인성을 무화하고 예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코드화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그럴듯하고 고상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개별 작품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보편성의 코드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니 유치하고 한심한데 재미있는 작품이야말로 세상의 가치 체계를 진정으로 전복하는 작품이다. 저항이 예술적이라면 그것은 이미 포섭된 저항이고, 전위가 우스꽝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 후열인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예술이라면 응당 고상하고 그럴듯해야 한다 여기고 B급과 컬트를 업신여기는 풍조가 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울트라 소시지 갓』을 어엿한 컬트의 이름으로 호명하고 싶다.

from 서윤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