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건강 스토리

뇌 가소성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2024.12.16 | 조회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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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핀의 브레인 스토리

유익하고 흥미로운 뇌건강 이야기가 가득 담겨져 있어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뇌 가소성. 여러분들은 뇌의 가소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나요? 이번 레터에는 뇌가소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잃어버린 왕자님

1828년 5월 26일, 지금의 독일 뉘른베르크에 한 청년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16세의 이 청년은 곧 지역사회의 커다란 관심거리가 되었는데, 그가 태어나 지금껏 인간의 접촉 없이 완전한 고립된 상태에서 자랐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발견될 당시 그는 거의 말을 할 수 없었고, 매우 기초적인 어휘만을 구사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또 외부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전혀 없었고 아주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고 합니다. 운동능력도 부족해서 걷는 것과 같은 간단한 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의 이런 모습은 폭 1미터, 길이 2미터, 높이 1.5미터에 불과한 좁은 공간에 갖혀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보였습니다.

이 청년의 이름은 카스파 하우저(Kaspar Houser). 그에 대한 사연은 이뿐 아니었습니다. 그가 마을에 나타날 때 지니고 있던 편지 내용 때문이었는데, 서명 없는 이 편지에는 하우저가 독일의 명문 바덴 왕가에서 버려진 왕자라는 내용이 쓰여있었던 거죠. 이런 논란과 더불어 그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죠.

 

세기의 거짓말쟁이인가, 불운의 왕족인가

하우저는 발견될 당시 보였던 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주 빠른 학습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몇달만에 그는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의 규칙과 규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읽고 쓰는 법을 배웠고,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감동적인 글을 써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놀라운 뇌의 가소성 덕분이었을까요?

그런데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그의 책 LiveWired에서 카스파 하우저의 이야기는 거짓이라고 단정합니다. 인간과의 상호작용 없이 자란 아이가 카스파처럼 걷고, 말하고, 글을 쓰고, 강연하면서 잘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절반만 완성된 채 태어나는 인간의 뇌는 타인과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나머지 뇌 절반을 채우며 성장합니다. 하우저가 정말로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없는 곳에서 고립된 채 자라났다면, 인생의 초반에 배선되어야 할 신경망이 구축되지 못했을 터이고, 그가 보여준 놀랄만한 빠른 학습과 성장 또한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란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2005년 플로리다에서 발견된 야생소녀 대니엘을 통해서 뒷받침됩니다. 발견당시 일곱살이던 대니엘 크로켓은 태어난 직후 집안의 작은 벽장 안에 갇혀 자란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제공받은 채 성장했습니다. 신체적 애정표현도, 정상적인 대화도 없이.

 

기초 신경네트워크의 토대 없이는 뇌 가소성도 없다!

발견될 당시 대니엘은 딱딱한 음식을 씹지도 못했고, 용변을 가리지 못했으며, yes, no 기본적인 의사표시도 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검사 끝에 아이에게 유전적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었지만 극도의 사회적 결핍 때문에 뇌가 정상적 발달경로를 이탈한 상태였습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니엘의 정서능력, 인지학습 능력의 예후는 좋지 않았으며,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데니엘이 아마도 평생을 기저귀도 떼지 못한 채 요양원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린시절 기본적인 뇌신경 발달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대니엘은 결국 보통의 사람들이 가진 읽기능력, 말하고 쓰기 능력, 정교한 언어능력 등을 학습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뇌과학에서 자주 듣는 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 것도 어린 시절에 배선되어야 할 기초 신경네트워크가 제대로 발달되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어린시절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니엘처럼 극단적인 학대로 인해 기본적인 뇌 발달의 시기를 놓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보통의 환경에서 자란 보통 사람들의 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놀랄만한 가소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유년기 시절, 정서적 학대와 불안정한 환경은 자라나는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러한 뇌도 얼마든지 변화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뇌의 배선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뇌의 가소성은 뜻밖의 사고를 통해 그 가능성을 유감 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테일러 박사의 성공적 재활의 비밀

첫번째 레터에 등장했던 질 볼트 테일러 박사 역시 보통의 발달과정을 거쳐온 사람이기에, 뇌졸중으로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읽지도 못할 정도의 인지장애가 발생했음에도 8년 후 다시, 하버드 의과대학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망가져버린 자신의 인지능력을 재건하기 위해 알파벳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했던 8년간의 시간을 그녀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나는 신생아가 되어 뇌의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차근차근 다시 밟았다고.

테일러박사의 재활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뇌는 다시 재건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뇌발달 과정과 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면 뇌를 변화시키기 위한 최적의 방법들을 실행할 수 있다고.

테일러박사는 자신의 잃어버린 인지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우선 알파벳을 소리내어 말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인지기능은 언어습득을 토대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뇌의 정보처리 과정과 발달과정을 대입해 신경계를 다시 구축하듯 발달 단계에 맞는 재활 솔루션을 실행했습니다. 테일러박사의 성공적인 재활에는 뇌에 대한 이해가 큰 몫을 차지하였음이 분명합니다.

 

어떻게 뇌를 잘 활용할 것인가

이처럼 뇌가소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과 각각의 뇌기능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우리의 인지와 정서를 만드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인지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할 뇌가소적 실마리를 찾기가 훨씬 수월해 집니다. 뇌를 이해하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는 나의 삶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도 덤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뇌가소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테일러 박사의 사례를 통해서 손상된 뇌기능도 얼마든지 회복가능하다는 것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이처럼 놀라운 뇌의 가소성과 회복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강조했습니다. 뇌를 이해하면 나의 뇌를 건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레터의 목적이 바로 뇌이해를 통한 뇌 길들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과 그 과정들이 우리의 정서와 인지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뇌의 활동성, 뇌의 각 기관들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와 맞물린 우리의 다양한 문제들도 하나씩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그러한 첫번째 과정으로 뇌 가소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이 레터를 통해 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길 바라며, 한주의 시간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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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핀의 브레인 스토리

    0
    3 days 전

    이번 레터에서 많은 분들이 카스파 하우저는 정말로 거짓말쟁이였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카스파 하우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는데, 사후에도 그의 사연이 진실인지 밝혀지지 못했고 출생의 비말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하우저의 혈흔이 묻어있던 옷에서 DNA를 추출, 바덴가의 DNA와 비교한 결과, 카스파 하우저는 바덴가의 핏줄이 아님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결국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의 단언이 사실로 드러났던 것이죠!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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