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구조로 발달하는 뇌 시스템
지난번 레터에서 뇌 가소성과 함께 <뇌는 계층구조로 발달한다>는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보다 단순한 기능에서 좀더 복잡한 기능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뜻이기도 하고, 기초가 되는 구조가 발달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기능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는 처음에는 하루종일 누워서 버둥거리며(0~2개월) 놀지만, 머리를 들고(1~3개월), 몸통을 돌릴 수 있게 되어야(2~4개월) 비로소 엎드려 기기(4~7개월)가 가능해집니다.
즉 엎드려 기기 위해서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거나 손을 쥐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이어 목근육의 발달을 통해 머리를 들고 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몸통을 돌리는데에는 신체의 균형잡기, 필로 몸을 지탱하는 능력 등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완성되어야 배로 엎드려 기기가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기초가 되는 여러 기능들의 협력을 토대로 더 복잡한 기능을 획득하게 되고, 하나의 완성된 기능이 또다른 고차적 기능의 토대가 되는 것이 뇌구조의 특징입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뇌기능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생존과 본능, 감정과 정서, 인지와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세 개의 기관인 시상하부와 대뇌변연계 시스템 그리고 전두피질영역입니다.
뇌의 핵심 기능 : 생존, 감정, 사고
시상하부, 대뇌변연계, 전두영역은 생존과 본능, 감정과 정서, 의사결정과 충동 조절 등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 세 개의 영역이 다른 수많은 기관들이 협력하면서 비로소 인간의 복잡다단한 능력을 만들어내는데요.
이 기능들은 하나의 독립된 기관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역할에 도움을 주고받으며 협력합니다. 하나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능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생존의 중추 : 시상하부
시상하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정서, 인지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시상하부의 투쟁-도주반응의 과활성은 우리 뇌의 피로를 가속화시킬 뿐 아니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과다분비로 인해 신경세포의 손상에도 영향을 줍니다.
수면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는 피로한 뇌를 만듬으로써 뇌의 전반적인 기능저하를 가져옵니다. 특히 시상하부는 생존과 본능의 뇌답게 우리 몸을 언제나 '지금 이순간'의 조건으로 유지하려는 항상성 조절과 관련된 영역으로 비만과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영역입니다.
시상하부의 역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조절기능'이라 할 수 있는데, 신체대사, 호르몬,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필요합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활동하고 적당히 잠자기! 사실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지켜도 컨디션 유지나 비만 개선 등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시상하부의 기능들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상하부 : 생존에 필수적인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데 관여
- 식욕 : 신체에 에너지가 필요할 때 먹고 싶은 욕구를 유발
- 성욕 : 시상하부가 성적 행동과 생식 조절에 관여.
- 투쟁-도주 반응 : 교감신경계 활성화를 통해, 위협을 느낄 때 신체가 싸움 또는 도주반응을 할 수 있게 함. 이를 위해 신체의 심박수 증가, 호흡속도 증가, 근육의 긴장 등이 유도
- 갈증 : 수분조절을 통해 갈증 조절
- 체온 : 체온을 조절해 땀이나 (추위로 인한) 떨림 반응을 유발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줌
- 수면-각성주기 : 수면-각성 주기를 제어
- 스트레스 대응 : 심박수, 혈압, 소화와 같은 비자발적인 신체기능을 제어하는 자율신경계 조절
- 감정적 반응 : 시상하부 자첵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복잡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담당하지는 않지만 두려움이나 분노 등 생존과 관련된 기본적인 감정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함. 특히 감정처리와 관련해 변연계와 상호작용하여 스트레스가 많거나 위협적인 상황에서의 감정반응에 관여
- 호르몬 조절 및 내분비 시스템 관리 :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와 연결되어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 뇌하수체는 주요 내분비선으로 성장, 대사, 생식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
만약 여러분 중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시상하부가 지속적인 과활성에 놓여있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는 시상하부의 다양한 기능들을 위협합니다. 수면, 소화기능, 감정기능, 식욕문제와 관련된 비만 문제 등.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긴장과 불안, 강박 등의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감정의 네트워크 : 대뇌변연계
대뇌변연계는 하나의 기관이 아니라 여러 뇌기관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입니다. 흔히들 변연계라고 말하는 영역으로 감정, 트라우마, 과거의 기억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감정은 우리의 행동, 의사결정,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합리적인 전두엽의 결정이 아니라 변연계에서 이미 결정된 내용에 대한 합리적 해석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히 무리를 지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대뇌변연계의 감정기능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형성에 필수적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과 함께 공감과 사회적 유대감과 관련된 중요한 기관입니다.
또 사회적인 신호, 얼굴표정, 음성 톤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적절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보상시스템을 담당하여 우리가 목표를 추구하고 즐거움을 얻기 위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대뇌변연계는 호불호, 취향, 편견, 편향 등에도 많은 관련이 있으며, 불안, 우울, 감정 불안정, 부정적 사고, 트라우마 등과도 관련 있습니다.
대뇌변연계 : 공동체 사회를 뒷받침하는 감정적 상호작용에 기여
- 편도체 : 감정 특히 두려움과 공격성을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 감정적 자극에 반응하고 감정적 기억을 유발하는 역할
- 해마 : 해마는 기억형성에 관여하며 감정적 경험과 기억을 연결하는 역할. 우리가 감정적인 기억을 형성하고 회상하는데 도움을 줌
- 시상하부 : 스트레스 및 전반적인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을 방출함으로써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침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편도체 과활성을 불러일으킬뿐 아니라 해마 손상을 통한 기억과 학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대뇌변연계의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대표적인 문제가 우울증이며 틱이나 강박, 공황과도 연결됩니다.
지금의 인간을 만든 뇌 : 전두영역 네트워크
두개골 아래 가장 넓게 펼쳐져 있는 기관이 바로 대뇌피질입니다. 대뇌피질은 전두영역, 측두영역, 두정영역, 후두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영역들은 외부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시상하부, 대뇌변연계에서 올려주는 정보 등을 통합해서 인간의 고차적 사고판단 능력, 운동수행능력 등을 만들어냅니다.
이중 전두영역은 대뇌피질 중에서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하면서 운동과 언어, 문제해결 및 계획 수립, 감정억제 등의 기능을 합니다.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에서 만들어낸 정보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는 곳이 전두영역이며, 인간만의 고차적 사고가 발휘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두엽, 전전두엽, 관자놀엽으로 나눌 수 있으며 다음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 전두엽 : 언어 생성, 문제해결 및 계획과 같은 광범위한 기능 관여. 자발적인 움직임, 언어표현, 수준 높은 실행기능 담당
- 전전두엽 : 의사결정, 추론, 계획, 작업기억, 충동조절, 성격 표현
- 관자놀엽 : 사회적 행동 조절, 사회적 신호해석 및 사회적 상호작용, 공감, 사회적 갈등해결과 관련된 감정반응 모니터링
전두영역에 이상이 생기면 통제력 없는 무절제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감정충동 억제도 힘들어서 주변인과의 불화가 생기게 되고, 건강한 판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되고 편향된 생각에 빠지기 쉬우며 열등감이나 우월감 등에 빠지는 등 현실적 감각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늘은 생존, 감정, 인지 기능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세 개의 뇌영역을 소개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뇌는 각각의 기관이 독립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세 개의 영역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기관은 시상하부, 대뇌변연계, 전두영역피질 순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기면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또 대뇌변연계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며, 전두영역피질에 문제가 생기면 인간의 사고 능력과 사회적 능력에 손상을 받습니다.
앞으로는 오늘 살펴본 세개의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뇌영역과 기능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뇌가 정보처리를 하는 프로세스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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