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여러분의 한 주 한 주가 궁금해요. 레터는 잘 전달되고 있는걸지, 여러분은 레터를 어떻게 느끼시는지 부쩍 궁금한 요즘이에요. 저는 이제 슬슬 여행을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동시에 아직도 가고 싶은 곳들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아주 커요. 기회가 있을 때, 이렇게 비수기에 다닐 수 있을 때 다녀야한다는 마음 반, 그래도 이제는 좀 현실에 발을 붙이고 일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마음 반. 하루에도 마음이 몇 번씩 바뀌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여행이 체질인 것 같아요.)
이번 주엔 여행을 하면서 조금 마음이 무거운 소식을 들었어요. 미국에서 알고 지내던 언니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어요. 그 분이 박사과정을 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중반 즈음부터 발병이 된 건데, 그것도 매해 건강검진을 받다가 코로나 때 한국에 못들어가서 딱 1년 못 받은 그 사이에 병이 진행이 그렇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요. 투병을 시작하셨을 때부터, 그 때 부터 회복이 되기를 주변 사람들 모두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하늘나라로 먼저 가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정말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그저 멍해지더라구요.
어쩌면 대학원 생활과 해외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터를 읽고있는 구독자님은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아주시기를 하는 마음과 함께 오늘의 편지를 보내요.
여러분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봐요.
이 소식과 함께, 지금 힘들어서 남도 나도 챙기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이 버겁고 정신없는 시기엔 주변을 돌아보지 못할 때가 있어요. 눈앞의 마감과 과제들로 숨 돌릴 틈이 없고, 일상이 온통 대학원만으로 채워지다 보면,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흐려지기도 하구요.
혹시, 지금 그런 순간들을 보내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잠깐, 숨을 고르고 내 기분과 감정을,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저도 대학원 생활 중 그런 순간들이 있었어요. 해야할 일들을 챙기기도 벅차서,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텼다’는 감정만 남는 날들이요.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런 날들에도 나를 걱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더라구요.
가까이에는 당장 오피스 밖에서 웃으면서 "Hello" "You got this!"를 외치며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동료들이 있었고, "Do you want some sweets?"라며 달달한 간식을 나누어주는 스태프도 있었고, 매학기 연구실에 와서 우는 저를 달래주던 지도교수님도 계셨어요.
학교 밖에는 시골에서 기도로 저를 응원하고 계셨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을테고, 가족들 그리고 카톡으로 풀어놓는 제 푸념을 들어주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평소에는 내 기분, 내 감정을 돌아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오늘은 내 주변 사람들도 한 번 돌아보자는 레터를 써보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나를 응원하고 있을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자는 이야기요.
응원이 주는 부담감? 그리고 진짜 응원의 의미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떠올리면 구독자님은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가끔은 응원한다는 말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 사람의 기대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을때도 있는데 ‘멋있어,’ ‘대단해’ 이런 종류의 응원을 들을 때, 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상대방의 기대는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에요. 결국 저는 스스로에게 기대치를 부과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더라구요. 짐을 지운 사람이 없는데 혼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셈이죠. 여러분은 혹시 그런 경험이 없으신가요? 저만 그런가요!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를 응원하는 건, 많은 경우,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잘 되기를 그 사람들이 응원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이 ‘내’게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행복한 길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나의 선택’을 믿기 때문일 거예요.
응원의 의미를 깨달은 순간
어떻게 보면 좀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것 같은 이 말을 제가 깨닫게 된 건, 교통사고 이후 휴직을 결정했을 때였어요.
연달은 사건사고로 너무 지쳐버려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생각했던 커리어 플랜이 다 무너지는 것이라는 걱정,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이렇게 내 아카데믹 커리어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쉬고싶은 마음 한 편을 무겁게 했던 또 하나는 사람들의 응원이었어요. 여태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과 가족들, 대학원 6년을 지켜보시고 제 커리어의 시작을 기대하셨던 지도교수님, 그리고 해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나를 멋있다 해주었던 친구들.
이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시키는 것 같아 결정이 쉽지 않았고, 어렵사리 결정을 내렸을 때도 그 결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작 제가 어렵사리 그 결정을 이야기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제 걱정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어요. 대부분 제 결정을 지지해주었어요. 제가 제게 맞는 길을 선택했을 거라 믿어주었어요. 그리고 그 결정을 한 제게 대단하다고 용기있다고,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네가 자랑스럽다'고도 이야기 해주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I hope you can exist as your whole self, not in fragments.
제가 힘들게 버티는 것보다는 한국에 가서 혹은 와서 편한 곳에서 가족들 곁에서 쉬고 다시 온전하게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꼈어요.
그러한 마음을 느꼈음에도, 사실 저는 한국에 들어와서도 처음엔 한국에 들어온 것이 꼭 도망쳐온 것 같아, 실패하고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친한 친구들 몇을 제외하고는 알리지도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더 친구들,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다들 실망한 눈치는 커녕, 잘 왔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더라구요.
그 때 깨달았어요. 내가 나를 망치면서까지 노력하기를 응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내가 나를 그렇게 몰아붙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나를 위한 응원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스펙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이나 외부적 요인 때문에 나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여태 쌓아온 시간들이 ‘나’라는 사람을 그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되게 만들었기에, 그냥 나의 행복을 응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물론,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닐거에요. 누군가는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 경험치, 내가 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보고 내 곁에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 사람은 우리도 너무 많은 마음을 주지 않고 그 정도의 거리로 지내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고 정말 구독자님을 좋아하고 구독자님의 행복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소중한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허락했으면 좋겠어요.
‘이거만 끝나고’라고 생각하지만, 신기하게도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에겐 계속해서 새로운 과제들이 나타나요. 그리고 생각보다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르고, 예상치 못한 일들도 일어나기도 해, 내가 뒤늦게 돌아보면 그 사람들이 더 이상 곁에 없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그러면.. 정말 슬프더라구요.
나를 위하는, 나의 행복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을 떠올려보는 한 주가 되시면 좋겠어요 :)
저도 이 편지 너머에서 여러분들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어요!
💡 오늘의 작은 실천
오늘 밤, 여러분 진심으로 응원하는 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간단한 안부 메시지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어떻게 지내?" 같은 단순한 인사라도 좋아요.
그 소중한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자신에게 허락해주세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그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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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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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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