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마켓에서 친구와 나를 비교하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소중한 관계와 내 자존감 사이에서, 마음을 마주하기까지

2025.06.04 | 조회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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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5월은 여러분에게 어떤 달이었나요? 벌써 6월이에요… 믿고 싶지 않아요. 이번 달이 끝나면 벌써 2025년도 절반이 지나간다니요! 여러분의 2025년은 어떻게 지나가고 계신가요?

저는 50일간의 긴 유럽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와서도 바로 콜로퀴움에 참석하고, 이번 달 중순까지 제출해야 하는 페이퍼 때문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중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제가 지금 소속이 없는데, 왜 일이 계속 있을까요…? (일을 스스로 만드는 편이라 그런 것이겠죠….)

오늘은 많은 대학원생들의 관심사이자 저도 피해갈 수 없는 주제인 '잡마켓을 준비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사실 이 주제는 쓸까 말까 오랫동안 망설였던 주제이기도 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나 싶어서요. 교수 포지션에 계신 분들이 말씀해주실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래서 스레드에서도 이런 소재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조금 조심해왔어요.

제가 이 글에서 말하는 잡마켓은 교수가 되는 구직시장을 의미하지만, 여기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 다양한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분께 전하고 싶어요. 대학원생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저도 꽤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럼 시작해볼게요.


친한 친구와의 경쟁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

아시다시피 저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정말 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어요. 그중 한 명은 제 레터에도 종종 등장하는 academic brother예요.

이 친구는 수학교육과로만 보면 저보다 1년 선배예요. 제가 수학과에 있던 시절 그 친구의 첫 학기 첫 수업에서 만나 박사과정 내내 가장 가깝게 지낸 사이거든요. 미국-한국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그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줌을 해요. 이번 파리 여행에서도 그 친구 없이 그 친구 부모님, 가족들과 놀고, 그 친구가 미국에서 파리 본가로 왔을 때는 부모님이 5일 내내 집에 초대해 저녁을 해주실 정도로 정말 가까운 친구예요.

이렇게 친한 친구인데, 친한 친구라서 저는 이 친구와 같이 잡마켓에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이 친구가 한 학년 더 빨랐지만, 제가 아파서 중간에 한국에 오래 머물지 않고 지도교수님이 초반에 말한 '가장 빨리 졸업하는 시나리오'대로 밀고 나갔다면 이 친구와 같이 졸업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어요.

이 친구와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같은 지도교수님 아래서 공부했고, 커미티 멤버도 한 분 빼고 전부 같고, 우리 세부 분야에 한 해에 나오는 포지션들의 종류는 뻔하니까요. 당연히 같은 포지션에 비교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경쟁심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친구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요. 그런 마음을 갖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정말 온전히 그 친구를 응원하고, 그 친구가 어디를 가도 온전한 마음으로 축하하고 싶었어요.

사실 경쟁심이 생길까 봐 잡마켓을 피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이미 제 마음속에는 그런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제가 생각할 때 이 친구가 저보다 연구 역량도 좋아 보였고, 영어도 잘하고, 저보다 훨씬 더 friendly하고 사교적이에요.

그래서 제가 밀릴 거라고 제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느낄 좌절감이나 괜한 질투, 시기심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친한 친구에게 그런 마음을 갖게 될 거라는 게 정말 싫었어요. 죄책감도 들었던 것 같구요. 그 친구와 저를 아마도 마음속에서는 비교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친구가 무조건 졸업 예정이던 해에 자리를 잡아 떠나길 더욱 간절히 응원했어요.

(물론 그 친구는 저보다 한 해 먼저 자리를 잡아 무사히 졸업했고, 저는 그 다음 해에 무사히(?) 자리를 잡아 졸업했어요.)

여러분도, 이런 감정을 겪어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

이러한 질투심, 시기심, 경쟁심 같은 감정들은 우리가 자라온 환경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학습된 감정이기도 해요. 늘 상대평가였던 입시, 순위가 붙는 성적표, 누가 더 좋은 곳에 갔는지가 먼저 회자되던 분위기 속에서 자란 우리에게, 친구의 성공이 내 부족함처럼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감정의 흐름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잡마켓이 그런 감정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박사 과정 이후 나가게 되는 잡마켓은 오랜 시간 나의 정체성이자 울타리이기도 했던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학계에 나를 독립적인 연구자로 내놓는 과정이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사과정 내내, 마음 깊이 혹은 수면 위에서 '박사 과정이 끝난 후 나는 어떻게 될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했어요. 거기에 더해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한 외국인 학생으로서는 이번에 자리를 못 잡으면 나는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감, 그게 사람들에게 실패로 비춰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담감도 있었구요.

거기에 잡마켓에 나가 있는 동안에는 정말 멘탈이 털털 털리는 일도 많죠. 거절도 많이 받고, 거절을 받으면 다행. 그것보다 더 심한 고스팅(연락 없음)도 많이 접하게 돼요. 나는 연락이 없는데 주변 동료는 연락을 받는 상황도 생기고요.

여러분, 저는 지도교수님과 함께 잡마켓에 나갔어요. 지도교수님과 같은 포지션으로 백투백으로 줌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다른 Academic Twin과 셋이 한 포지션의 줌 인터뷰를 보는 상황들도 있었어요. 게다가 지도교수님은 인터뷰 요청을 받으셔서 그걸 통해 간접적으로 제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도 종종 있었어요 😇 

그러니 그렇게 불안정하고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한 발자국 떨어져 보는 지금은 더 잘 보여요. 그리고 그러한 불안감, 부담감이 '다른 사람보다 내가 잘해야 한다,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경쟁심, 시기심으로 이어지기 쉬운 시기라고 생각해요. 살아남고 싶으니까요. 지도교수님은 저랑 스펙자체가 비교가 불가능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Academic Twin이 의식이 안되었다면 거짓말일거에요. 서로 인터뷰 연락을 받게 되면 축하하고 응원하면서도 마음 한 켠은 어쩐지 조금 쓰린 혹은 걱정되는 그런 마음 있죠. 


이런 감정들과 마주하는 법

이런 감정들을 마주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런 마음들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어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고, 불안과 욕망을 가진 존재니까요. 어쩌면 그런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좀 더 건강한 마음이 시작될지도 모르구요.

그리고 그 감정들은 때로는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이제는 들어요. 그래서 이제 그런 감정들을 마주할 여러분들에게 이런 방법으로 여러분들의 감정을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고 싶어요.

  • "나도 그걸 원하고 있어요." 누군가의 성취를 보고 질투가 난다는 건, 나도 그만큼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는 뜻일지 몰라요. 그 욕망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어요." 경쟁심이 들 때는, 내 현재 상태에 대해 불안하거나 확신이 없을 때일 수 있어요. 이건 성장의 신호이기도 해요.
  • "나도 애쓰고 있다는 걸 인정받고 싶어요." 비교하는 마음 뒤에는, 나도 노력하고 있고, 그게 의미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내 마음이 있을 수 있어요.
  • "지금 나는 너무 지쳐 있어요." 유난히 감정이 날카롭게 반응할 때는, 내 마음이 지쳐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휴식이 필요한 때인 거죠.

질투와 경쟁심이라는 감정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욕망을 알려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상태에 대한 시그널이 되기도 하는 것 같구요.

그 감정들 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우리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배운 것

돌이켜보면 제가 친한 친구와의 경쟁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 뒤에는, 그 친구와의 소중한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제 자존감이 흔들리는 걸 견디기 어려워했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와 같은 시기에 잡마켓에 나갔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망가졌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오히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응원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적어도 그 친구는 저보다 조금 더 성숙했던 것 같거든요. 그 친구랑 이 부분에 대해서 나눈 이야기를 다음주에 들려드릴게요! (아주 건강한 마인드예요. 저는 이렇게 여전히 배우는 중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는 우리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는 것인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되는데"라고 자책하기보다는, "아, 내가 지금 이런 마음이구나. 이 마음이 나에게 뭘 말해주려는 걸까? 무슨 의미지?"라고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 말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오늘의 작은 실천                    

구독자님이 누군가와 스스로를 비교하거나 질투심이 들었던 순간이 떠오른다면, 아래의 질문들에 답을 적어보세요.
1. 나는 왜 그게 부러웠을까?
2. 그건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일까?
3. 그걸 원한다면, 나는 지금 그걸 위해 어떤 걸 하고 있지?

정답을 꼭 찾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내 마음이 지금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잠깐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그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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