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놓아야 할 것들

걱정인형의 걱정 분해법

2025.10.01 | 조회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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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벌써 2025년의 마지막 분기, 10월에 들어섰네요. 이제 정말 가을인가봐요. 작년 한국 9월은 꽤 더웠는데 올해는 어쩐지 선선한 것 같아요. 이렇게 날씨가 좋으면 단풍이 기대돼요. 미시간에 있던 시절에 비가 적당히 와줘야 예쁜 단풍을 볼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중간중간 비가 왔으니 더더욱이요.

(단풍이 알록달록 물드는 예쁜 계절에 또 열심히 돌아다녀야하는데. 무릎아, 얼른 눈치챙기고 나아야해!)

한국의 10월 첫 시작은 아주 오랜만에 긴 연휴와 함께하네요. 구독자님은 어떤 시간을 보내실 예정이신가요?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시든 풍성하고 따뜻한 추석연휴가 되셨으면 해요. 해외에 계시는 분들도,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드셨으면 좋겠어요 😊


저는 지난 일요일에 미국 박사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과 세미나를 하나 진행했어요. 세미나에서 이런저런 질문을 받다보니 '우리가 걱정이 참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걱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걱정인형의 고백

구독자님은 걱정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사실 엄청난 걱정인형이랍니다. 약간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기도 해요. 무언가 하나를 결정할 때도 걱정이 많아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다 따져보려고 하거든요. 그러다가도 막상 결정할 때는 그냥 질러버리는 성격이 있기도 하지만요.

근데 이렇게 걱정을 하면 감정도 에너지도 소모가 많이 돼요. 기분이 가라앉거나 불안해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걱정들을 다루는 법을 생각해보니, 제 걱정은 많은 경우 아래 두 가지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논리의 비약이 만든 두려움

첫 번째는, 타당하지 않은 논리에서 시작하는 걱정이에요.

'걱정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쩌면 이 말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제가 지금 하는 걱정 중 하나는 '후기가 별로 없는 것은 지난주 세미나가 별로였던 건 아닐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까?'예요.

언뜻 보면 타당한 인과관계처럼 보이죠? 그런데 따져보면 많은 변수들이 있어요. 오신 분들이 원래 리뷰 같은 것들을 잘 남기지 않는 성향일 수도 있고, 그저 바쁘실 수도 있고, 그분들에게는 후기를 남길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죠. 물론, 제 걱정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을 테구요 😇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면 그저 '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예요. 나머지는 제게 주어진 정보가 아니에요. 다 제 추측이고 제가 사서 하는 걱정인 거죠.

마음이 복잡하고 걱정이 길어질 때는 이런 식으로 객관적인 사실과 저의 추측을 분리해봐요. '아, 내가 지금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구나.' 그 사이의 다른 가능성들을 생각해보면서 내 걱정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해요.


내 손 닿지 않는 곳의 불안

두 번째는, 걱정의 내용이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경우예요.

예를 들어, '발표를 하는데 떨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든다면요. 떨리는 감정은 제 영역이니까 준비를 더 하거나, 자다가도 일어나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하거나, 청심환을 먹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이렇게 나의 감정, 나의 생각, 나의 행동은 나의 노력이나 준비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요. 하지만 나의 컨트롤 밖에 있는 영역의 걱정들은 달라요. 내가 아무리 걱정해도 해결이 나지 않고 나의 감정적인 부분만 소모시키더라구요.

나의 영역 밖에 있는 걱정의 예시로는 "공고에 있는 이 자리에 내가 적합할까?"와 같은 질문이에요. 잡 포스팅의 내용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판단은 할 수 있지만, 어차피 이 결정은 서치 커미티의 영역이잖아요. 제가 걱정해봤자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럴 때는 차라리 어플리케이션 패키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거나, 커미티 체어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 정보에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이 있어요. 실제로 저는 커미티 체어에게 메일을 보내서 "이번 서치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거나 "어플리케이션 넣어라"는 답을 받아본 적이 있어요. 불확실한 걱정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명확한 답을 얻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일에 관련된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에 관한 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누군가 기분이 상할까?'라는 걱정이 들 때, 사실 상대방의 감정은 나의 영역이 아니에요. 내가 아무리 행동을 잘해도 그 사람의 기분이 상할 수 있고, 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 사람의 기분에 타격이 없을 수도 있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가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더라구요. 가끔은 그게 어긋나기도 하니, 그렇다면 그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겠죠. 하지만 그 사과를 받을지 말지는 또 그 사람의 영역이에요. 그것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또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 같아요.


걱정을 분해하는 법

이렇게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걱정을 조금씩 분해해서 보려고 노력해요. 

  1. 내 걱정 속에 논리적 비약은 없는지,
  2. 이 걱정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인지 아닌지를 가려보는 거죠.

안 그러면 걱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버리거든요. 그렇게 분해해서 보다 보면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라는 결론에 닿게 돼요. 물론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더라구요.

구독자님은 걱정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 오늘의 작은 실천                    

혹시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 때, 그 걱정을 종이에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적고 나면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1. 이 걱정의 근거가 되는 객관적인 사실은 무엇인가요?
  2. 이 걱정 중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3. 이 걱정 중에서 내 영역 밖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걱정이 나쁜 건 아니에요. 걱정은 우리가 뭔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그 걱정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 묶어둔다면,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날 때까지,  구독자님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구독자님을 응원하며,

지혜

 

😊 언제나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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