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는 당신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을 뿐이에요

잡마켓에서 자존감을 지키는 법

2025.06.11 | 조회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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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6월의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한국에 들어온지 2주가 되었는데 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요! 정말 말도 안되죠? 아마도 이번 주 정신없이 바빠서 더 떠나고 싶은가봐요. 연휴 포함 이번주 내내 매일 도서관 혹은 카페에 가서 늦은 밤까지 일을 했어요. 원래 유럽에 더 있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어쩔뻔 했나 싶어요.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잡마켓을 준비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지난 주에는 제 솔직한 감정과 불안,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주에는 친구가 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작해볼게요.


친구의 이야기 

제가 이렇게 뉴스레터를 쓰는 걸 아는 현실 친구는 딱 2명이에요. 한 명은 한국인, 한 명은 Academic brother인 뉴스레터에도 자주 등장하는 그 친구예요. 그 둘을 빼고는, 현실의 친구들은 (가족들도) 제가 이렇게 뉴스레터를 쓰고 있다는 건 모르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Academic Brother인 그 친구는 박사과정을 한 친구니, 하루는 제가 대학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어요. 그 친구가 그 때 해준 말이 잡마켓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그 친구가 한 첫마디는 이거였어요.

“Don’t compare yourself with others.”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어요.

잡마켓에 나가면, 다른 사람을 경쟁자로 느끼기 쉬워. 실제로 필드에서도 ‘올 해 루키는 누구랑 누구야’ 이런 종류의 라이벌 의식을 부추기는 말들도 들을 수 있고. 
그런데, 사실 누가 그 자리를 잡았으면 그건 그 자리가 그 사람을 위한 자리인거야.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잡마켓은 누가 낫고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단, 누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 나를 좋아하냐의 문제야.

마지막으로는 그 친구와 경쟁하기 싫어했던 제가 좀 부끄럽게, 이런 말도 덧붙이더라구요.

나는 지혜 네가 어느 테뉴어 트랙 자리에 가도 질투가 나지 않을거야. 왜냐면 너를 원하는 자리였다면 나를 원할리가 없어. 우리는 연구 관심사도 다르고, 다른 사람이니까. 네가 그 자리에 갔다면, 그 학교에서 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였겠지.


잡마켓들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

잡마켓을 여러번 지켜보고, 잡마켓에도 나가보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친구랑 저는 저희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잡 서치를 세 번 같이 지켜봤어요. 그 중 첫 두 번의 서치는 실패했어요. 어떤 교수님도 프로그램에 새로 오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서울의 모 대학교에서도 세 번의 서치를 실패하고 네 번째에야 교수 임용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교수 임용이 정말 상대평가로의 경쟁으로만 설명되는 일이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지 않았을까요? 물론, 잡마켓 인터뷰를 보고 나면 그 서치 커미티와 그 학과로부터의 순위는 생기겠죠. 하지만 그 순위는 그 과의 니즈에 맞는, 그 학과 사람들이 모종의 이유로 좋아하는 순위인거지, 우리의 절대적인 순위는 아니에요.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구요.

미국의 리서치 스쿨인 저희 학교에도, 서울의 한 대학교에도 당연히 누가봐도 화려한 스펙을 가진 박사님 혹은 교수님들이 지원하셨지 않을까요? 서울의 케이스는 모르지만, 저희 프로그램에 오셨던 분들은 제가 학회에 가면 다들 이름을 들어본 분들이 많았어요. 그 때 ABD였던 분들은 지금 학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고 계시구요.

하지만 결국 여러번의 서치 실패를 거쳤다는 것은 각 학과와 학교에서 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던 거일테고, 그 ‘원하는 사람’은 제 생각보다 구체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결국 친구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맞아, 너 말이 맞지.’


연애 시장 이론

이쯤 되니, 최근에 스레드에서 지나가면서 본 한 박사님의 글이 생각났어요. 어쩌면 흔히들 이야기하는 주차장에 운 좋게 내 순서에 자리가 나야 주차를 할 수 있듯, 교수 임용도 비슷하다는 주차장이론보다, 교수 임용은 소개팅 혹은 연애와 비슷하지 않냐는 비유였어요. 생각해볼 수록, 이것도 참 좋은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연애를 할 때 마음에 드는 사람은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인 거잖아요? 그리고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 하고, 절대적인 순위라는 것이 없다는 점이 딱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듯, 그 학교의 그 자리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겠죠.

실제로도 캘리포니아의 비슷한 랭킹의 주립대 두 군데에 저랑 지도교수님이 모두 줌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 곳은 저를 온캠퍼스로 초청을 했고, 한 곳은 지도교수님을 초청을 했어요. 누가봐도 지도교수님이 저보다 티칭 리서치 경력도 훨-씬 많고 여러 장점이 많지만, 저를 부른 곳은 저를 부른 이유가 있었으리라 추측해요.

서로를 선택하는 자리

그리고 이 연애시장 이론이 찰떡이라고 생각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흔히 우리는 잡마켓에서 상대방이 나를 뽑는 것만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도 그 학교를 마음에 들어해야하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인생의 반려자를 찾듯, 어쩌면 평생직장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실제로 잡마켓에 나가서 면접을 볼 때도, 주변 교수님들과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줬어요.

그 사람들만 너를 평가하는 거 아니야. 너도 그 사람들과 그 학교가 너의 동료와 너의 직장이 될 수 있는지 보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마.

그리고 정말로 면접을 보다보면, 특히 온캠퍼스 면접, 상대방 측에서도 내가 학교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를 체크하는 느낌을 받아요. 실제로도 친구 중 한 명은 잡 인터뷰를 다녀와서 이 학교에서는 위험신호(red flag)가 느껴졌다며 최종 오퍼를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물론, 비자가 달린 우리에겐 이렇게 잡 오퍼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스스로의 가치를 믿는 것, 내 느낌을 신뢰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제대로 대하지 않는 곳은 나를 원하지 않는 곳

친구들하고 종종 하는 말이 있어요.

They don’t deserve you.

이 말이 처음엔 그냥 위로의 말인 줄 알았는데, 잡마켓을 경험해보니 정말 맞는 말이더라고요.

면접 과정에서 무례하게 대하거나, 오랫동안 연락도 없이 기다리게 하거나,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곳들이 있어요.

그런 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을 적절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여러분의 식스센스가 여러분에게 신호를 보낸다면 그 신호를 그냥 무시하지 말고 한 번 더 신경 써보시기를 바라요.

 

 💡 오늘의 작은 실천                    

구독자님이 누군가와 스스로를 비교하며 위축되었던 순간이 떠오른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1. "내게 맞는 곳, 나를 원하는 곳이 분명히 어디엔가 있을 거야."
2.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지?”

자리를 찾는 것을 경쟁이 아니라 매칭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구독자님을 위한 소중한 자리는, 분명 구독자님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우리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그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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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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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day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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