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아바타 2>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원중캉의 생태주의로 영화읽기
안녕하세요? 2023년 주간모기영의 새로운 필자로 참여하게 된 원중캉이라고 합니다.
한 달에 한 편씩, 영화 속에 스며든 생태주의를 소개하는 글로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생태주의라고 해서 소위 환경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를 다루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떠한 영화를 만나더라도 생태주의적 관점으로 비평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환경과 생태의 이야기는 자연다큐멘터리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첫 작품은 비교적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2009년, 3D 상업영화를 최초로 선보이며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뒤, 13년의 기다림 끝에 ‘물의 길’이라는 제목의 속편으로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입니다.
아바타 시리즈에 대해서는 여러 엇갈린 평가가 존재합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화려한 비주얼만 가득할 뿐 서사는 진부하다는 비판에서부터 21세기 영화사의 거대한 사건이며 문화사적 전환이라는 극찬까지 다양하죠.
생태주의적 관점으로 영화를 본 저의 입장에서는 사실 너무도 반갑고 고마운 영화라고 여겨집니다. 구현 가능한 기술과 서사를 총동원해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어떤 가치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가슴 깊이 느끼도록 도와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 자연을 ‘저 밖’이라 말하는 사람들 ]
아바타 시리즈의 영원한 빌런, 쿼리치 대령이 1편에서 처음으로 꺼내 놓는 대사입니다. 판도라행성에 갓 도착한 신병들에게 잔뜩 겁을 주며 영웅담을 늘어놓는 그의 뒤편으로는 판도라의 야생과 인간문명 사이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거대한 기계벽이 세워져 있지요.
저는 쿼리치 대령으로 대변되는 파괴적 문명이 지닌 태도의 본질이 이 장면 속에 함축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지구상의 극심한 생태적 멸절을 바라볼 때 많은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바는 현대인류문명이 지닌 이분법적인 사고입니다.
쿼리치 대령의 관점으로 바라본 자연세계는 공포와 위험으로 가득한, 정복과 분리의 대상입니다. 거대한 장벽으로 구별된 ‘저 밖', 나와 분리하여 타자로서 바라본 자연세계는 그저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못한 불쾌함에 지나지 않지요.
하지만 자연이 과연 그런 곳이었던가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자연세계를 우리와 유리된 영역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갖게 되었을까요?
[ 자연 속에서 위대한 어머니를 만나는 사람들 ]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군인의 신분으로 처음 판도라 행성에 당도합니다. 두터운 군화로 무장한 그의 동료들처럼 그에게도 판도라의 자연세계는 그저 두려움과 극복의 대상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새롭게 얻은 아바타의 신체를 통해 원주민 나비족의 문화를 습득하며 점차 차가운 기계벽 너머에 있는 자연세계와의 연결성을 회복해 갑니다.
영화 <아바타>에는 인류와 동식물 사이의 교감 행위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서로의 신경계를 직접 연결해서 매우 내면적인 정보까지 교류할 수 있는 ‘사헤일루’라는 행위가 대표적이죠.
사헤일루를 통해 나비족은 동물 뿐 아니라 식물세계, 심지어 먼저 잠든 조상들의 영혼과도 교류할 수 있는 놀라운 연결성을 가집니다. 한 존재가 태어나고 자라며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과정을 언제 어디서나 감각하며 살아가는 나비족은 그들 자신이 곧 자연이라는 정신을 깊이 간직하고 있지요. 이러한 순환주의적 태도는 <아바타 : 물의 길>에서 ‘물의 길은 모든 것을 잇는다’ 라는 문장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한편 그레이스박사가 연구하는 판도라의 식물들은 뿌리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행성 전체를 연결하는 방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판도라행성 생물들의 이러한 연결성은 그저 막연한 공상의 내용이 아니라 수많은 학자들이 지구상의 식물들로부터 밝혀낸 과학적 사실로부터 착안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헤스켈은 <숲에서 우주를 보다>라는 책에서 숲의 식물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수 키로미터 밖에서 위험의 징후가 있을 때, 숲의 나무들은 서로의 뿌리 사이에 포진한 균류의 화학신호를 통해 그것이 어떤 종류의 위험인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다른 개체들로 하여금 위험에 적절하게 대비하고 숲 전체와 서로를 보호하도록 돕지요. 2009년 아바타 1편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이러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밝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동안 생물세계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엿보게 됩니다.
[ <아바타>를 생태적으로 체험한다는 것 ]
극강의 비주얼과 기술력으로 새로운 행성과 생물세계를 창조해내면서까지 영화 <아바타>가 관객들로 하여금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머나먼 외딴 행성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단절되어 있었던 우리의 집, 지구행성의 아름다움이라 여겨집니다. 우리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사실적인 그래픽영상을 입체적으로 체험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3D 안경을 내려놓으며 우리가 깨닫게 되는 현실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아직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판도라행성과 같은 대안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 희망적인 사실은 아직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돌이킬 기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가 지구에 살아온 역사를 살펴볼 때, 자연을 등지고 살아온 시간 보다는 온 생명세계와 조화를 이루었던 날이 훨씬 길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지금 그 오래된 본능을 더듬으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며 눈에 보이는 지구별의 작은 생명들에게 말을 건네 봅니다.
”거기에 살아있어 주어 고마워.
I see you.”
[ 모기영 NEWS! ]
📍 모기수다 시즌 2, 1월에 함께 만날 영화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를 읽고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모임 모기수다,
2023년의 첫 모임이 1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 마을극장 행고재에서 시작됩니다.
1월에 함께 보고 이야기나눌 영화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새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주말을 맞게 되었네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혹시 오늘 특별한 계획이 없으시다면, 모기수다 모임에 짠 나타나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오후 세 시, 환대의 공간 행고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2023.1.14.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주간모기영에 바라는 점이나 아쉬운 점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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