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아의 요즘 한국영화
마주하고 마주하기
<리턴 투 서울> 데이비 추 감독, 2023
반짝이는 밤거리를 배경으로 무심하게 응시하는 듯 묘한 눈빛을 품은 인물, 프레디(박지민)는 즉흥적으로 펼쳐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프랑스에서 살던 그녀는 긴 여름휴가를 맞아 일본으로 향하던 중 기상악화로 서울 투어를 추천받았고 그렇게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서울 여행을 흔쾌히 시작하게 된 것도 그녀의 그런 능력 때문이죠. 그렇기에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 처음 사귄 친구들과 불편한 기색 없이 술자리를 합석하면서 어울리는 친화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뭐하고 지낼까 이야기를 하던 중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 테나는 입양기관에 방문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사실 한국은 그녀가 프랑스로 해외 입양 가기 전 친부모의 나라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별 준비없이 찾아갔던 프레디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신의 입양 서류를 찾게 되고, 그렇게 친부모와 연락이 닿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당황스러운 첫 만남
두려움을 마주할 줄 아는 용기를 지닌 프레디는 친부(오광록)를 포함한 가족을 만나러 군산까지 갔지만, 막상 동요하는 낯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도망치듯 돌아오지요. 덥석 손부터 잡고 보는 할머니, 호구 조사하듯 이것저것 캐묻는 고모(박선영), 이제 한국에서 살라느니, 한국인과 결혼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친부까지 그녀에게 이 모든 상황은 당황스러움을 넘어 불쾌함을 느꼈던 순간으로 비춰집니다. 오랜 세월 그녀에게 미안함을 안고 살았던 친부는 프레디가 좋아하는 게 뭔지, 뭘 잘하는지 그녀를 알아 갈 마음보다는 자신이 못 해줬던 무언가를 무작정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이죠.
생일을 싫어하는 그녀
프레디는 생일을 싫어합니다. 어제와 크게 다를 거 없는 오늘, 갑자기 누군가 건네는 생일 축하 인사는 본 적 없는 친엄마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지요.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엄마가 내 생일날만큼은 내 생각을 할까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것이죠. 프레디는 입양기관을 통해 2년간 6번 전보를 보내 보지만 친모는 그녀와의 연락을 거절합니다. 이렇듯 구구절절 후회의 마음을 담아 연락해오는 아버지의 메시지도, 애초에 연락 자체를 거절하는 친모의 반응도 쉽사리 적응할 수 없는 프레디. 그녀는 이런 어긋남이 있을 때마다 춤과 술, 즉석만남으로 마음을 달래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과는 가차없이 관계를 끊어버리곤 하지요.
리턴 투 서울
영화의 제목은 프레디의 양가적인 마음을 중의적으로 담은 대사로 보입니다. 갑자기 연락된 친부를 만나기 위해 탔던 군산행 고속버스에서 프레디는 갑자기 이렇게 외칩니다.
입양 보냈던 부모를 마주하겠다고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두려움이 엄습하자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지요. 그와 동시에 서울을 머물게 된 프레디는 사실 프랑스로 입양갔던 연희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중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대상에 대한 궁금증과 그로부터 또다시 거절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하는 양가적인 프레디의 마음이 엿보이는 제목입니다.
시주(sight playing)의 단계
*시주 : 처음 본 악보를 그 자리에서 바로 연주하는 것
영화 초반에 프레디는 친구들에게 시주를 설명합니다. 처음 받은 곡을 한눈에 파악하고 위험을 감지한 후 바로 뛰어드는 것이 ‘시주’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 보라고 하죠. 그렇게 영화는 입양인 프레디가 친부모를 찾는 여정에 뛰어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가족에게 입양되어 큰 어려움 없이, 풍족한 환경에서 살았던 프레디는 거침없고 순발력이 뛰어나며 뒤도 안돌아보는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친부모를 찾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프레디는 결국 친모에게서 건네받은 이메일로 정리된 자신의 마음을 보내지만 없는 주소라며 반송됩니다. 그간 그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만남을 피하지 않고 마주해왔던 프레디는 이제 친모의 뜻밖의 배신에도 무언가에 취해 그 시간을 견디지 않습니다. 누군가 피아노 위에 놓고 간 악보를 시주하면서 덤덤하게 건반을 누를 뿐이지요.
삶의 곳곳에는 내 의지나 의도와는 상관없는 벌어지는 우발적으로 보이는 일들이 산재해 있지요. 그것들이 결과적으로는 필연적이라고 여겨질 때도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난관을 만나 마음고생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기민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그 상황과 대상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하며 잘 넘어가기를 바라지요. 하지만 오랜 시간 열어보지 않아 화석처럼 굳어버린 어떤 감정이나 상처들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없기도 합니다. 프레디는 아마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무언가가 건들어지는 감정을 경험했던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두렵고 낯설어도 자기 자신을 찾는데 멈추지 않았고, 그녀를 둘러싼 환경과 세상 탐색하기를 그치지 않았던 프레디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복음과상황 X 모기영 X 바람이불어오는곳
<극장언저리 모기수다>
복음과 상황의 연재코너, ‘극장언저리 모기수다’의 필자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수다 나누는 시간이 열립니다. 영화에 관한 자유로운 감상평부터, 필자에게 궁금했던 이야기까지, 매월 4주차 목요일 ‘바람이불어오는곳’의 아늑한 공간에서 함께해요! (월별 모임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복상 398호의 연재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2019)으로 열어갑니다.
📍 일시 : 2023년 6월 22일(목) 저녁 7시
*1부 영화감상 - 19~21시 / 2부 감상나눔 - 21시 40분 까지
📍 진행 : 최은 (영화평론가,모기영수석프로그래머,398호 연재필자)
📍 공간후원 : 바람이불어오는곳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 5층)
📍 참가신청 : https://munto.page.link/Rcwc 혹은 ‘문토’ 어플리케이션
(문토MUNTO 어플리케이션 설치 - ‘모기수다’검색 - ‘어디갔어 버나뎃’ 소셜링 참가신청 - 1만원 회비 입금 - 신청완료)
📍 참가문의 : 010-2567-4764(모기영 사무국)
🎬 풍성한 모기수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2017)
모기수다는 지난 3월 모임부터 온라인 소셜링 플랫폼 '문토'라는 공간에 모임을 오픈하고 있는데요, 그 덕에 매주 새로운 분들이 모기수다 모임에 찾아오고 있습니다. 영화를 매개로 한 대화를 찾고 있거나, 그저 새로운 만남의 공간을 찾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되어서 아주 좋은 변화라고 여겨지네요! 앞으로 모기수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문토' 어플리케이션에서 모기수다를 검색해서 함께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5회 영화제 후원모금]
강*중, 강*영, 강*철, 김*현, 김*관, 김*호, 김*교, 더불어숲평화교회,
로고스서원,박*혜, 박*영, 박*선, 배*우,
박*홍, 북인더갭, 신*주, 신*식&변*정, 아카데미숨과쉼,
윤*훈, 윤*원, 이*기, 이*욱, 전*영, 정*하, 지*실, 최 *, 허*호 님 (총 29명)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준히 채워져가는
5회 모기영을 향한 응원의 마음을 보며
영화제를 준비하는 발걸음에 힘을 얻습니다.
좋은 영화의 힘을 믿으며
혐오와 배제없는 축제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시는 분들을
계속해서 기다리겠습니다.
응원해주시고, 함께해주세요!
글 : 박일아, 강원중
편집디자인 : 강원중
2023.6.17.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간모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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