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주간모기영 211호

[샤샤의 ‘샤샤샧’] <옵세션>(2026)

2026.09.12 | 조회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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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의 ’샤샤샧‘]

Too Much Love Will Kill You! But Love Wins All.

<옵세션>(2026)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 더워, 아직도 덥네. 더워 죽겠다.”

….던 게 엊그제도 아니고 바로 어제인데(리터럴리!!) 하루아침에 서늘한 바람이라니 좀 어리둥절하다. 이렇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변심해버린 애인처럼 태세를 전환한 날씨가 간사한 건지, 그렇게 덥다고 투덜대 놓고 막상 여름이 가려 하니 못내 아쉬운 내 마음이 간사한 건지 모르…긴 뭘 몰라, 내 마음이 간사하다. 이번 연애는 진짜야! 라고 설레발치는 금사빠 친구처럼 매년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운 게 확실했다. 하지만 그 더위의 한가운데에서도 이미 나는 알고 있었지. 곧 “아 추워 죽겠다..이번 겨울은 진짜 유난히 추운 거 같아.”라고 엄살을 떨 나의 모습을…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유난히 죽겠다는 극단적 형용사를 마구 남발하는 것도.

생각해보니 사랑 노래 가사도 유난히 ‘죽겠다’는 말을 남발한다.

죽도록 사랑하고, 죽어도 못 잊고, 죽어도 헤어질 수 없고, 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며 피를 토한다. 죽음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느니, 사랑 때문에 죽어도 좋다느니 하는 온갖 호들갑이 줄줄이 이어진다.

아무튼… 그렇게 뜨겁더니…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여름의 뒷자락이 괜히 아쉽다.

이 뜨거웠던 여름도 다 갈 무렵 지난 9월 2일 개봉한 로맨스 스릴러 또는 인디공포영화 <옵세션 Obsession>!! (두둥) 제작비 75만 달러(약 10억원)초저예산으로 글로벌 매출 5억달러(약 7천억)를 돌파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SNS에서 화제성을 점령하며 국내에서도 예상외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단다.

<옵세션>(2026) 개봉 포스터
<옵세션>(2026) 개봉 포스터

생각 없이 함부로 빈 소원의 대가가 얼마나 어마무시한지 익숙하고 고전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는 딱 노골적인 제목을 보고 예측했던 바로 그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짝사랑의 설렘이 통제할 수 없는 광기속에 스릴러에서 공포로 변해가는 과정이 연애관계를 둘러싼 미묘한 지점들을 건드린다. 왜 Z세대의 큰 공감을 얻었다는지 너무 잘 알겠다. (자 이쯤에서 One Wish Willow나 원숭이 손, 자판기, 별똥별, 요술램프지니 등등을 맞닥뜨리거나 혹시라도 소원을 빌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각자 철저하게 안전한 컨디션의 소원 한두개쯤은 제발 미리미리 생각해두기로 하자.)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소위 인셀남이라고 할 수 있는 모태솔로 베어는 모두에게 인기많은 핫걸 니키를 짝사랑하는데 우연히 니키를 위해 선물을 사러 갔던 수상한 가게에서 장난감 같은 One Wish Willow 를 발견한다. 당연하게도 베어는 안타까운 짝사랑의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니키가 세상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 당연히! 소원은 이루어지고, 당연히! 베어에게 꿈 같은(악몽도 꿈이니까)시간들이 펼쳐진다. 니키는 사랑스럽고 엉뚱발랄한 핫걸에서 베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미저리로 변하고, 베어가 간절히 원했던 사랑은 광기어린 집착과 통제가 되어 모두를 파멸로 몰아간다. Z세대가 특히 한국 Z세대가 연애를 하지 않는 세대라고 하던데 사랑받는 느낌은 원하지만 구속과 속박은 싫은,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그렇지만 나의 이기심을 거스르는 타인으로 인한 불편은 조금도 참기 싫어!” 같은 현상과 잘 맞물려 공감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내는데 성공한 듯 하다. 니키역을 맡은 인디 내버래티의 연기도 좋았고 밤에 탁자위 시계가16시 55분으로 바뀌는 장면이 미국에서 노예제의 법적 선례가 만들어진 1655년을 상징한다든지, One Wish Willow라는 제품을 만든 회사 이름이 Tabi Cat Curiosities로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을 뜻한다든지 하는 소소한 이스터에그들과 소원빌기 원칙에 대한 의견부분한 토론과 블랙유머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남주의 이름이 베어(Bear)인데 Bare와도 비슷하게 들리지 않는가. Bare(벌거벗은, 드러내는, 견디는…) 사랑이라는 포장을 벗겨낸 관계의 민낯 혹은 프리키 니키라는 자신이 만든 광적인 집착을 견뎌야 하는… 사랑은 오래 참고.. 이긴 한데 말이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Just as sure as none at all…이라는 퀸의 노래 가사가 저절로 떠오른다.

<옵세션>(2026) 
<옵세션>(2026) 

<옵세션>의 커리 바커 감독은 26세 유튜버 출신으로 지난 제 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월드에서 장편 감독상을 수상했다. 같은 부천 초이스월드 장편 부문에서 작품상과 관객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은 또한편의 호러 영화가 있다. 바로 퀴어 호러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아드리안 키아렐라 감독의 호주 영화 <레위기 Leviticus>다.

<레위기> 공식 포스터
<레위기> 공식 포스터

<레위기> 역시 저예산 인디영화이자 신예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레위기>도 매우 직관적인 제목에 단순한 설정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나임 리드(Naim Reid)는 어머니 알린(Arlene)과 함께 빅토리아주의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 마을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그는 또래 소년 라이언에게 끌림을 느끼지만 라이언과 헌터가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질투심에 휩싸인 나임은 그들의 관계를 폭로해 버리고, 그 결과 두 소년은 동성애를 "치료"한다는 명목의 위험한 게이 엑소시즘(퇴마의식)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의식은 사실 악마를 소환하는 의식이었으며 헌터는 결국 끔찍하게 살해되고, 라이언 역시 점점 불안정해지며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쫓긴다. 나임은 자신이 폭로한 일에 대한 죄책감 속에서 라이언을 구하려 하지만, 악령은 피해자가 가장 사랑하거나 욕망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들을 괴롭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아니 동성애를 치유? 하려고 악마를 소환한다고??? !!!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영화보다도 말도 안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내가 욕망하는, 갈망하는 사람의 얼굴로 다가오는 악령도 공포지만 동성애자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따돌리며 괴롭히는 친구들도 고립되어 내몰리는 라이언과 헌터도 악령소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들을 의식에 참여시키려는 부모도 공포스럽다. 언제나 그렇듯이 귀신이나 악령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레위기는 율법의 서 즉 Rule Book이다. 특히 동성간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레위기 18장 22정과 20장 13절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가 대표적으로 인용된다. 하지만 신학자와 성서학자들 사이에서도 해당구절에 대한 서른가지도 넘는 해석과 논쟁이 있으며 시대가 달라지고 법을 만들어낸 사회가 사라졌음에도 이를 성서의 권위로 내세울 수는 없다. 이웃을 네몸과 같이 사랑하라거나 한쪽 뺨을 맞거든 다른 뺨도 내주라는 말씀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어째서 타인을 혐오하고 배척하기 위한 구절은 입맛대로 골라내어 목을 매는가 말이다 !!! 레위기로 상징되는 종교적 규범은 게이 엑소시즘이라는 폭력으로 악령이라는 결과를 불러온다.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혐오와 증오가 진짜 악령을 불러들인다. 가장 갈망하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희생자를 파괴하는 악령은 자신을 부정하고 억압하며 죄책감에 짓눌린 자기 혐오의 형상화이기도 하다. 나임과 라이언이 마침내 함께 공동체를 버리고 버스에 올라타 떠나는 그 순간에도 창밖에는 여전히 악령이 보인다. 그러나 나임은 이제 공포에 질리지 않고 편안한 얼굴로 자기 수용의 순간을 보여준다.

옵세션에서는 Too Much Love가 결국 벌거숭이로 감내하던 베어를 죽였지만 레위기에선 결국 Love wins all, 사랑이 승리한다.

얼마 전 8월 26일은 성소수자 LGBTQIA+SB 청소년들을 지지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자살방지 캠페인을 위해 호주에서 2010년 처음 제정된 Wear It Purple Day였다. 매년 8월 마지막 금요일 학교, 기업, 지방정부, 지역사회 단체 등이 보라색 옷이나 악세서리를 착용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지지와 다양성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쩌다 보니 직장에서 Diversity Champion 다양성 지지자의 역할을 맡게 된 나도 보라색옷을 떨쳐입고 동료들과 WIPD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

첨부 이미지
<BTS보유국 한국의 위상을 자랑하는 오레오 BTS한정판!!!>
<BTS보유국 한국의 위상을 자랑하는 오레오 BTS한정판!!!>

매년 이날을 기념했지만 매년 동료들은 묻는다. 근데 우리 왜 보라색을 입는거야? =.=;; 혐오나 배척보다는 그나마 무관심이 나은 것일까?

최근 <케빈에 대하여>를 쓴 소설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를 읽었다. 인간의 지능은 모두 평등하며 차이가 없다’는 극단적인 PC(정치적 올바름) 주의와 반지성주의가 지배하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사회를 무대로 한 날카로운 블랙 코미디 풍자 소설로 처음엔 미친 듯 낄낄거리다가 동시에 오싹해졌다. 바보를 바보라고 할 수 없어서 몰락하는 사회라니.. .

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 그리고 법과 제도는 매우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업 청년을 잠시 쉼 청년이라고 한다해서 실업이 쉼이 되지 않고 고립청년을 숨은 빛 청년이라고 한다고 고립이 빛이 되지 않는 것처럼, 옵세션같은 통제와 레위기같은 율법만으로는 결코 차별도 혐오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단어를 바꾸고 금지한다고 해서 현실이 곧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사람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도 결국 사람이니까.

관계와 수용과 사랑이니까.

Too much love will kill you!

그래도 결국

God is Love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그리고 Love wins all ! 이니까.

더 힘껏 사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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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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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2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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