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간모기영 153호

[최규창의 따옴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2024)

2025.03.22 | 조회 229 |

최규창의 따옴표

삶은 항상 권태롭다 -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2024)

"아름답든 추하든 평범해선 안돼"

<컴플리트 언노운>에서 20세의 밥 딜런이 여자친구에게 한 말이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이 아티스트의 젊은 시절에서 영화는 그의 '비범함'에 초점을 맞춘다. 당시에는 들어보지 못한 가사와 창법, 그리고 시대정신까지 밥 딜런은 분명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그의 비범함은 곧 다시 새로운 평범함으로 자리 잡았고, 대중은 밥 딜런을 정형화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과거를 만들어내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려... 저 안에 있는 사람들만큼의 밥 딜런이 존재하는거지"

지금까지 밥 딜런이 사랑 받는 이유를 영화는 분명히 보여준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주며 인기 속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인간은 권태를 느끼는 유일한 생물이다. 자신의 권태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변화를 만들고 시대를 이끌어간다. 문명이 욕망의 억압을 기초로 세워졌다는 프로이트와 마르쿠제의 가정을 빌리자면, 결국 상징계의 참을 수 없는 권태로움이야말로 우리가 실재의 세계를 갈망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인지도 모른다. 삶은 항상 권태롭고, 인간은 결국 '차이와 반복'이다.

따지고 보면 비범함은 문화 척도에 의한 가치판단일 뿐, 중요한 것은 독특함과 개성일 것이다. 밥 딜런은 노래와 연주가 뛰어난 뮤지션이 아니었지만, 솔직하고 쉬운 은유적 가사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무엇이든 자기가 잘 하는 한 분야에서 탁월해야 한다는 말은, 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떻게든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우리를 좌절시키는 자본주의의 가르침이다. 반면, 모나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행복하다는 말 또한, 그럴듯해 보이지만, 교묘한 지배 이데올로기의 덫이다. 중요한 것은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누군가를 떠 올릴 때, 사람들은 탁월한 사람보다 개성 있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의 습관, 고집, 옷차림, 말투, 행동이 남긴 추억 말이다. 탁월함은 시대의 평가일 뿐이지만, 오롯이 '나'로 기억될 개성은 아무나 만들어내지 못한다. 얼마나 돈을 벌었거나, 몇 권의 책을 썼다는 것도 나다운 삶과는 상관이 없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로 살아갈 용기, 이 것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