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초록님들.
저는 지금 동네 도서관 책상에 앉아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아이들 겨울방학이 끝나고 거의 석 달 만에 도서관에 왔어요. 가끔 책 빌리러 오가긴 했지만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앉아 있기는 오랜만입니다. (도서관 카페의 아메리카노가 정말 맛이 좋거든요) 창밖의 잣나무도 오랜 만에 보니 반갑네요. 봄이라고 모두 우듬지를 높이높이 뻗고 있어요. 보통 일주일에 한, 두 번 도서관에 와서 만화 콘티를 짜고 책을 읽는데요, 저는 카페에 가는 것보다 도서관에 오는 게 편하더라고요.
제가 11살 겨울에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집 근처에 구립도서관이 있었어요. 시골에 살 때는 도서관이 정말 멀었거든요.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야 도서관이 있다 보니 가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집 앞 도서관에서 처음 갔을 때 정말 놀랐어요. 서가에 가득 꽂힌 책도 신기하고, 대출증이 있으면 책을 빌려갈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학교가 끝나면 자주 도서관에 갔어요. 동네는 너무 크고 낯설고, 같이 놀 친구도 없었거든요. 어린이 열람실은 항상 조용하고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좋았어요. 제가 뭘 하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죠.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내 읽으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경험이 저의 장소를 결정지은 것 같아요. 집중해서 일하고 싶을 때, 혼자서 생각하고 싶을 때,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울 때, 가볍게 산책하고 싶을 때. 언제든 도서관에 올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가끔 휴관일인 걸 깜빡하고 헛걸음할 때도 있지만요.
초록님들이 생각하는 나의 ‘장소’는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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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
초록레터 늘 잘 받아보고 있어요. 이번화 보고나니 버석했던 마음에 초록싹이 뾱뾱 돋아나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초록레터
이렇게 댓글로 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초록싹이 뾱뾱 돋아나셨다니~~ 제 마음에는 기쁨의 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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