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곡 햄릿을 소개합니다.
1. 윌리엄 셰익스피어 (Wiiliam Shakespeare, 1564.4.23 혹은 그 즈음~1616.4.23), 어떤 작가인가요?
영국의 비평가이자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이 그의 저서 '영웅숭배론'에서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맞바꿀 수 없다’ 고 언급한 것을 비롯, 셰익스피어를 일컫는 말은 무수히 많죠. 1999년 영국 언론사 BBC에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는 지난 천 년간 최고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국내에는 1963년 한국셰익스피어 학회가 창립되었고, 매년 한국에서 40여 편의 연구 논문이, 전 세계적으로는 연간 2000여 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리어 왕, 한여름 밤의 꿈 등 제목이 너무나 익숙한 작품이 많이 있는데, 이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영화나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그의 작품 하나 이상은 접한 적이 있을 거예요. 그가 활발하게 활동한 20여 년의 기간 동안 약 37편의 희곡 (희곡 작품의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게 나뉜다고 합니다), 2편의 이야기 시(비너스와 아도니스, 루크리스), 154편의 소네트와 그 외 여러 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1564년 영국 잉글랜드 내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Stratford-upon-Avon) 지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초 중학교를 다니며 라틴어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고전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학교는 그만두게 됩니다. 즉, 당시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작가로 성공한 흔치 않은 경우에요. 1582년, 그가 18세 정도에 결혼을 하고 자녀도 보게 되지만 1586년 고향을 떠나 이후로 약 7여 년간의 행방이 묘연한 시기를 거쳐, 20대 중반경부터는 런던에 거주하면서 극단과 관련된 일을 한걸로 추정합니다. 1590년대 초반에는 이미 유명한 극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기록이 있다고 해요.
그가 한창 활동을 시작한 1590년대는 유럽이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었고, 당시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치하 시기로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세계화 시대에 진입, 문화가 융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1590년대 중반 연극은, 매주 런던 인구의 10프로 정도 되는 약 15000명 정도가 관람할 정도로 인기 있던 문화 사업이었다고 해요. 이런 시대적인 배경과 맞아떨어지면서 그의 재능은 한껏 빛을 발하게 되죠. 당시 연극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궁내부장관 극단’의 간부로 있으면서 그 극단을 위한 전속작가로 활동합니다.
그는 구전되는 전설이나 이야기를 바탕으로 희극을 선보이기도 하고, 당시 존재하던 단어나 고어 (라틴어)에서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약 2만 개의 단어가 사용되는데, 그중 2000여 개의 단어는 그가 만들어낸 신조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라고 해요. 16~17세기 공문서나 학술서가 라틴어에 많이 의지했으나 셰익스피어의 저술로 영단어가 풍부해지고 영문법의 기초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그의 희곡들은 영국이 아닌, 비 영어권의 국가를 배경으로 많이 하는데, 당시 외부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국 국민들의 흥미를 끌기에 좋기도 했고 다른 한편 외국의 상상의 장소를 택해야 인간의 심리나 사건을 다룰 때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기도 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가 영국만의 작가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대 문호로 자리 잡아 수많은 작품들이 현재까지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위에 언급한 작가로서의 혁명적인 성취 뿐 아니라, 짜임새 있는 스토리, 그리고 그가 창조한 다양한 인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작가의 설명은 책 뒤 작품 해설 및 연보, 그리고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13535&cid=40942&categoryId=34424
https://www.news1.kr/articles/?2546972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002424100020
https://www.asiae.co.kr/article/2016042211092229371
https://www.shakespeare.org.uk
http://news.bbc.co.uk/hi/english/static/events/millennium/feb/winner.stm
출처 : https://www.bl.uk/people/william-shakespeare
2. 문학작품 속의 셰익스피어
그의 대표작들은 영화나 뮤지컬 등으로 무수히 재생산되어 내용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지경인데다가 워낙 주워듣는 이야기가 많아 글을 읽지 않아도 마치 그의 많은 작품을 이미 다 잘 알고 있는 것만 같죠. 읽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인식을 못 할 정도로 익숙했는데, 최근 몇몇 작품 속에서 셰익스피어를 마주치게 되면서, 어릴 때 들춰본 요약본들 외에는 그의 작품을 제대로 글로 읽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햄릿을 읽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고, 저를 자극한 작품들을 잠시 소개합니다.
작년에 읽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에,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주인공이 농학을 배우려 마을의 지원을 받아 진학하게 된 대학에서 우연히 교양수업 시간에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접하고 ‘문학’에 눈뜨게 되는 장면이 나와요. 거기에 등장하는 소네트 자체가 아름답기도 할뿐더러 (소네트 73), 문학 수업의 슬론 교수가 주인공 스토너에게 던지는 질문은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은 약 300년 전 영국이 배경인데, 가족이나 지인들과 둘러앉아 문학작품을 낭송하며 유희를 즐기는 장면들이 있어요. 교양 있는 젊은이들은 서로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취향을 확인하기도 하지요.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는 극적 요소를 좀 더 가미하기 위해서 감성 충만한 ‘매리앤’ 과 매력남 ‘월러비’ 의 만남 초반에 둘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116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서로에게 푹 빠져버리는 장면이 있어요. 함께 그 소네트를 암송하는데, 물론 116번은 사랑에 대한 아름답고 비장한 내용입니다.
3. 어떤 책인가요?
출판사 서평에 있는 문구들입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들 중에서뿐 아니라 그가 남긴 희곡 중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고 해요.
셰익스피어 활동 시기에 따라 작품의 성향이 구분되는데, 그의 유명한 4대 비극은 1600~1608년 정도 시기의 작품이며 그중 햄릿은 가장 먼저 쓴 작품으로 창작 시기는 당시 극에 대한 기록을 따라 1600~1601 년도로 추정합니다. 초연은 1602년 7월 어느 날로 기록이 남아있고, 판권은 7월 26일에 등록되었어요.
원제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 (The Tragedy of Hamlet, Princess of Denmark)’으로, 구전으로 전해지던 덴마크의 오래된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요. 12세기에 쓰였으나 1514년에 출판된 덴마크 사학자 삭소 그라마티쿠스 (Saxo Grammaticus) 의 덴마크 역사 책에 햄릿이 등장하는데, 이 책이 1570년대에 프랑스에서 불역판으로 나오게 되어 아마도 이 불어 판본을 참고했거나, 또는 영국에 이미 알려져 있던 Ur-Hamlet 을 참고했을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 왕위를 찬탈하고 어머니까지 왕비로 들인 자신의 숙부 클라디우스 왕에게 분노한 햄릿의 복수극입니다. 복수를 위해 미친척하는 햄릿, 혼란에 빠지는 궁정과 햄릿을 처치하려는 클라디우스 왕의 음모, 이에 가담하는 주변인들과 이에 맞서면서도 쉽게 결단 내리지 못하는 햄릿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결국 마지막에 복수에는 성공하지만, 연루된 모든 사람과 자신까지도 죽음에 이르는 비극적인 결말이에요.
4. 분량과 난이도
총 5막, 3850행으로 이루어진 희극으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다른 작품인 멕베스에 비하면 거의 두 배 정도 분량이라고 합니다. 제가 읽은 건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판본으로 뒤 번역자의 글, 해설과 연보를 제하면 약 220페이지로 여타 장편 소설들에 비하면 짧은 편입니다. 다만 소설과 달리 극 형식의 글이니 그 대사를 잘만 따라갈 수있다면 오히려 이해가 수월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부연 설명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읽는 동안 이 두상황을 다 경험했어요.
400년도 더 된 작품이라, 사용하는 단어도 표현들도 많이 낯설어서 각주를 잘 살펴보며 따라가야 해요. 줄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작품 자체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꼼꼼한 독서가 필요하며, 상황의 이해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글을 읽으며 대사로 생각해서 무대를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겠죠. 뒤의 작품 해설도 반드시 읽어봐야 합니다.
5. 이 책의 매력 포인트
다양한 인물상을 창조했다는 셰익스피어답게, 햄릿에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비극적인 운명의 햄릿에 대한 서사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 자체도 흥미롭지만, 삶과 죽음, 정의와 불의, 갈등하는 인간과 참회하는 모습, 복수심과 결단력, 명예, 사랑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사들을 읽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어요. 명언 같은 문구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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