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대 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를 소개합니다.
1. 레프 톨스토이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 Lev Nikolayevich Tolstoy / Leo Tolstoy, 1828.9.9 ~ 1910.11.20 ), 어떤 작가인가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로 세계적으로 위대한 문학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집니다. 귀족으로 태어나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듯하지만, 어린 나이에 양가 부모님을 다 여의고 친척들 사이에서 성장했으며, 대학에서 처음 그가 진학했던 터키·아랍어과는 진급 시험에 떨어져 법학과로 전입해야 할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못해 난잡한 대학시절을 보냅니다. 이른 나이에 이미 유산으로 물려받은 야스나야 폴랴나영지에서 농업 개혁을 시도해보기도 했고, 군인으로 3년여간 복무하며 전쟁에 참전하기도 하는 등 조용하지 않은 삶을 이어갑니다.
20대 초반 그의 생활은 자유분방했을지언정 글쓰기는 지속해왔고, 군인으로 복무하던 20대 후반, 당시 러시아의 문인 네크라소프가 발행한 잡지에 연재를 하며 작가로 데뷔합니다. 장편, 단편들과 논문 등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글을 집필했으며 농민들과 빈민 구제 사업,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읽기·쓰기에 대한 교재, 초등학교 교과서 편찬 등을 하기도 하고, 교육 잡지를 발간하기도 합니다. 농민에게 애정이 많았던 그의 의견이 종종 고위층인 지주 혹은 정부의 방향과 달라 많은 반감을 사고 작품 검열을 당하기도 하는 등 바람 잘날 없는 인생을 보냅니다.
중년에 들어 발표한 리얼리즘 장편 소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으며, 인생 후기에는 종교에 크게 심취하며 신학과 성서연구에 집중, 비폭력과 금욕을 주장하며 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등 당시 러시아 정교회에 맞서는 의견을 표명했고, 이로 인해 많은 글들이 출판 제재 및 금지를 당하기도 합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인사였던 톨스토이의 비폭력을 주장하는 의견은 간디와 교류를 하는 계기가 되며, 이후 간디는 톨스토이에게 사상적인 힌트를 얻어 비폭력 투쟁을 전개하게 됩니다.
그의 연보와 생애에 대해 살펴보니 재산과 관련된 부분, 그리고 아내와의 쉽지 않았던 관계들이 눈에 띄네요. 지극히 세속적이고 안락한 삶을 살면서도 언제나 이상을 꿈꾸며 내면적인 갈등을 멈출 수 없었고 사회에서도 마찰이 잦았던 그는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아내와 갈등이 많았던 듯합니다. 1885년,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사유 재산을 부정, 이로 인해 아내와 불화가 심화되어 결국 모든 저작권을 아내에게 양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저작권을 두고 아내와 갈등이 있었고, 계속 무소유와 금욕을 주장하는 그를 지나치게 추종하여 신격화시키거나 혹은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현재까지도 그 이름이 거론되는 톨스토이 노년의 측근 체르트코프는 그의 추종자 중 하나로, 톨스토이의 애정을 등에 얹고 악의적으로 그의 집필 및 개인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결국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톨스토이의 신념을 이용해 1881년 이후부터 발생하는 저작권을 자신에게 귀속되게 하는 유언장을 작성하게까지 합니다. 이에 당연히 가만있을리 없는 아내와 갈등이 심화되고 톨스토이는 가출을 하는 등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이후 저 유언장은 다시 수정하기는 했고 1910년 두 부부는 잠시 화해한 듯했으나 같은 해 가을 체르트코프의 방문으로 인해 다시 분열, 결국 톨스토이는 체르트코프와 가출을 한 뒤 여행 중 폐렴에 걸려 며칠 뒤 사망하며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생에는 위대한 성취와, 안타깝기 그지없는 선택, 실패, 내면의 갈등들이 공존합니다. 어쩌면 그런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성향 때문에 그토록 생생하고 복합적인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한 위대함과 나약함을 모두 지닌, 한없이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는 점 때문에 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요 대표작으로는, 앞에 언급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및 ‘부활’ 등의 장편과 단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편 ‘크로이체르 소나타’ 등을 꼽습니다.
2. 어떤 책인가요?
저는 뮤지컬로 이 작품을 먼저 접했어요. 이 방대한 책을 다른 형태로 재창작하면서 흥미를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안나의 불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당시 뮤지컬을 보면서 이게 왜 톨스토이의 대표작인지, 그토록 길이 남을 역작이라고 이야기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안나를 모티브로 러시아 사회 전체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대작이었어요.
당시 지배층인 귀족들의 전반적인 사회상, 그들의 생활 모습, 결혼과 가정에 대한 세세한 풍속과 함께 여성의 위치, 종교, 정치적인 사상, 농민에 대한 정책, 살면서 직면하는 여러 선택에 대한 고뇌 등 한 세계가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이에요. 허례허식과 모순적인 사회 모습에 대한 고발과 고민, 종교의 역할 및 더 나아가 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 등 시대를 초월하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이 가득합니다.
톨스토이는 1873년 어느 날 아들이 읽다 창가에 둔 푸슈킨의 작품 ‘벨킨 이야기’를 다시 읽고 영감을 얻어 안나 카레니나 집필에 착수합니다. 당시 며칠 만에 대강의 초안을 완성했다고 친한 친구이자 비평가인 스트라호프에게 편지를 쓸 정도로 확고하게 작품에 대한 구상이 있었지만, 결국 완성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1877년에야 완성했어요. 1872년 1월 신문에 기사까지 났던, 기차선로에 몸을 던져 자살한 여인에 대한 일화는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 작가와 책에 대한 내용은 책 뒤 작품 해설과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 생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9868&cid=59014&categoryId=59014
▶https://www.nytimes.com/2014/11/30/books/review/tolstoys-false-disciple-by-alexandra-popoff.html
▶ https://www.amazon.com/Tolstoys-False-Disciple-Vladimir-Chertkov/dp/1605986402
| 톨스토이의 기독교 비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42767.html
| 톨스토이 고손자 블라디미르 인터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4778488
3. 분량과 난이도
총 8부로 구성되었고, 제가 읽은 민음사 판본은 3권으로 출판되어 총 1700페이지가 좀 안되는 방대한 분량이라 물리적으로 긴 시간과, 책을 끝낼 때까지 리듬을 잃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흥미 유발하는 연애와 불륜 이야기가 일단 전면에 등장하고, 당시 러시아의 풍속을 눈에 그리듯 상상할 수 있는 세세한 생활상에 대한 묘사들도 가득하며, 정치나 종교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조차도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듯 풀어나가기 때문에 글 자체가 많이 어렵지는 않아요.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아 지루할 틈 없이 에피소드를 쏟아내며 작품을 풍성하게 하지만, 여전히 러시아의 이름들이 잘 입력이 되지 않는 저와 같은 분들에게는 수많은 이름들이 속독을 저지하는 약간의 장벽이긴 합니다.
4.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이 책을 저에게 추천한 친구는 이 작품을 하도 여러 번 읽었더니 웬만한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사랑 이야기와 치정의 고전이라 할 수 있어요.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섬세한 심리 묘사는 읽는 도중 여러 번 무릎을 치게 하고 입이 떡 벌어지게 합니다. 제 심장이 다 두근거리고 때로는 눈물이 맺히기도 할 정도로 프로프즈 장면들은 또 어찌나 낭만적이던지요.
세심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문장들은 사회 전반에 걸친 다른 다양한 주제에도 사랑 이야기만큼이나 몰입하게 합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 행동, 생활 모습을 통해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러시아, 심지어 19세기 중반 시대상에 빠져들게 하고, 지금도 변함없는 사회적인 고민을 불러일으킵니다.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람들과 귀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속속들이 파헤치기도 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그 이면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하기도 해요.
이토록 복합적이고 방대하면서도 끝없이 흥미로운 소설이라니!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 책의 상세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독후감은 3월 20일에 발송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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