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7(토) 오후 5:26
며칠 전이었을 것이다. 운전하다 신호를 받던 순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아, 내가 꿈꾸던 내가 되었네... 이미 난 그런 사람이 되었네…’
처음 코칭을 배울 때, 막연하게 꿈꾸었었다. 어떤 조직이나 사람들로부터 코칭 의뢰를 받는 모습을. 성공처세술 관련 자기계발서들을 보며, 작가들이 성공적으로 바쁜 삶을 사는 자신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을 읽을 때면, 나도 언젠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란 - 속으론 믿지 않으면서도 - 막연한 꿈을 그리곤 했다. 그 꿈 속엔 항상 이 표현이 붙어 있었다. ‘언젠가(someday)’
그 때 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고, 그렇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나조차도’ 믿어주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어렸고, 나를 전문코치로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전문코치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오래- 아주 더딘’ 성장을 키워갔다. 그 때 코칭 한 세션 당 받던 비용은 지금보다 1/20 적었다. 당시 회계의 개념도 없던 꼬꼬마 시절이었지만, 내가 하는 일을 ‘소득 활동’이라 보던 분들에게는 바보스러우리만큼 손해 가득한 여정이었다. 그것도 꽤- 오래.
“내가 가진 순수한 힘으로
'어느 선'까지의 성취는 이뤄낼 수 있다”
그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나는 무척이도 우직하게 이 길을 걸어왔다. 나는 이 길을 걷는 모양새에 변화를 준 적이 없다. 매일 조금씩 공부하고, 매일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도 일을 다 망쳐버린 날도 있었고, 욕을 세게 먹은 날도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성취감을 느낀 날도 있었고, 최고라 느낀 날도 있었다. 그 어떤 날이 되어도 나는 그저 내 길을 우직하게 걸어왔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 표면적인 성취에 대한 감각이 무뎠던 것 같다. 한 걸음씩 나아왔다. 그저 주어진 일들 하나하나를 보며 앞으로 나아왔다. 그러다 며칠 전, 차 안에서 깨달은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바로 15년 전 내가 꿈꿨던 삶이라는 것을. 지금 내가 코칭으로 만나고 있는 고객사들은 처음 코칭을 시작할 때, 내가 코칭 고객으로, 고객사로 만날 수 있을 거라 꿈도 꿔 본 적 없는 고객사들이란 것을 기억해냈다. 너무 바야흐로 이 단계에 도착해서 미처 감탄하고, 놀라워하고 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보슬비에 젖어 젖은 줄도 몰랐던 것처럼.
하지만, 꿈은 꿈이었을까. 어린 시절 이런 컨디션의 업무 환경이기만 하면 ‘환상적’으로 좋은 삶일 거라 생각했는데, 프로의 세계는 더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했다. ‘자기 인식’, ‘자기 관리’를 더 잘하기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 1시간 이상 유산소를, 매일 20-30분 근력 운동을. 최근엔 야채를 더 챙겨 먹는 섭식을, 또 새로운 학습과 깨지는 장면들 속에 나를 두고 있다. 아름답게 여유로운 프로의 삶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바쁜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했던가. 그 고유의 속도에 올라타 있는 사람에겐 이 모든 타이트한 삶이 자연스럽게 당연하다.
“하지만 어느 일정 선 이상의 성장을 위해서는
오히려 커다란 압력과 함께 반대 성질의 것을 다루어야 한다.”
지난 달, 나는 내 코치로서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의뢰를 받았다. 내 프로필로 과연 합류할 수 있을까 싶었던 프로젝트였는데, 최종적으로 승인이 났다. 코칭비용도 내가 제안한 수준 내에서 합의가 되었다. 감사하다.
그러나, 불편하다. 무엇이 불편할까. 나는 가만히 나의 마음을 바라본다. 그리고 오늘 그 마음의 진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내가 코치로서 그 프로젝트를 하기에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라 가정하고 있는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족하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코칭역량의 범위 정도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코칭역량이 6이면, 이 프로젝트는 7-8을 요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래, 이것은 위기다. 나는 이 불편한 진실을 품고서 몇 주 째 낮밤 가리지 않고 불편해했다.
오랫동안 고민을 품고 있으면, 자연스러운 때에 열쇠를 만난다. 나의 시선이 7-8을 바라보고 있을 땐, 나는 내가 부족해 보였다. ‘할 수 없다’라는 신념에 갇혔다. 두려움과 큰 압박에 짓눌렸다. 그럴 때 나는 버둥대지 않는다. 그냥 그 압력이 나를 누르게 가만히 둔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나름 터득한 ‘진리’. 압력에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함께 머물고 있으면, 그 압력이 내 안의 어떤 창조점을 건든다는 것. 그렇게 몇 일 숨막히고, 쫓기는 듯한 마음으로 보냈다.
마침내 나의 압력은 창조로 승화되었다. 바로 7-8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회’로 전환된 것이다. ‘모든 위기에는 기회가 숨겨져 있다’. 지금 이 프로젝트라는 위기는 나에게 어떤 기회가 숨겨져 있는가? 바로 나를 퀀텀점프하게 할 기회가 숨겨져 있다. 바로 6에서 7-8로의 점프.
그렇다면, 6이 무엇이고, 7-8이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해진다. 가만히 나는 나의 코치로서 취약점을 바라보았다. 사실 지금까지 나의 6은 나를 만들어와주었다. 나는 이 6을 가지고 어지간한 코칭 프로젝트를 평균점(5점 만점에 3점)을 해낼 수 있다. 이 6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 준 나의 가장 큰 강점이다. 대표적으로 ‘따뜻함’, ‘부드러운’, ‘직관’ 등과 같은 표현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나는 이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 이 ‘따뜻함’, ‘직관’이란 코치로서의 정체성을 벗을 때가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예리한’, ‘직선적인’, ‘성과내는’, ‘(지금보다 더) 깊은 지식’ 표현들이 떠오른다.
장면 #1
: 최근 #한스코칭 에서 이수하고 있는 #비코연 (#비즈코칭연구과정) 에서는 5시간 교육 중 후반부 2시간 반 동안 #샌드박스코칭 이란 것을 한다. 교육생 간에 1명이 고객 역할을 하면 남은 교육생들이 랜덤으로 코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는다. 나는 이 자리에서 몇 차례 피드백 받기를
* ‘홍코치님, 조금 더 간략하게(담백하게) 말하면 어떻게 말하는 거겠어요?’
* ‘홍코치님, 여기서 핵심이 뭐에요?’(조금 더 직접적으로 본질을 파고들어보라는 맥락에서) 등의 말을 들었다.
한숙기 코치님의 코치로서의 ‘예리함’, ‘직선적임’은 나에게 없는 에너지다. 리더십 코칭에서 한코치님이 보여주시는 이런 모습들은 전문코치로서 아주 중요한 에너지라 매번 느낀다.
장면 #2
: 나에게도 꾸준히 학습할 시스템이 필요하여 등록한 ‘ICF Korea Chapter의 ‘SIG _ 신뢰로운 MCC 코치되기’를 격주 수요일 오전마다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권은경코치님을 뵙게 되었다. 최근 권코치님은 본인께서 MCC 합격하셨던 코칭시연을 끊어서 들려주시고, 그것을 각 ICF 역량 요소들과 연결해서 안내해주신다. 함께 하시는 코치님들의 깊은 통찰을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그 장면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권코치님의 ‘(적절한) 개입’이었다.
*(고객이 뭔가 생각을 설명하려고 하면 중간에 개입하며) ‘괜찮으시다면, ~ ’
* ‘생각 말고, OO님은 어떤 존재에요?”
코치로서 편안한 대화를 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훅 들어가는 대화를 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최근에 진행된 세션에서 권코치님이 말씀주신 이 문장이 내게 깊게 남았다. ‘내가 하는 코칭이 아니라, ‘코치’가 하는 코칭이 되어야 해요.’ 나는 코치가 하는 코칭을 하고 있는가? 내가 하고 있는 코칭을 하고 있는가? 세션을 마친 후에도 한참 울림이 남았다.
장면 #3
최근 ORP연구소에서 호건 디브리퍼 자격을 갖고 있는 코치들을 대상으로 웨비나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고, 나는 참여하며 ‘호건 진단’에 대한 이해의 감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거기서 뵙는 다양한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코치분들의 코멘트를 듣고 있자면, 내가 지금도 얼마나 부족한 점이 많은지 여실히 느껴지고, 갈 길이 한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 호건만은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겠다, 더 공부를 깊게 해야겠다란 동기부여도 깊이 받는다.
‘예리한’, ‘직접적인’, ‘과감한’, ‘결국 성과를 내는’, ‘아주 더 깊은 전문성을 갖춘’ … 아직은 내가 적게 갖고 있는 에너지들이다. 내가 자신 없는 에너지기도 하다. 물론 지금까지 쌓은 역량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알아차린 내 빈 공간이 있는 체 일할 수 없다. 어려운 프로젝트는 언제나 ‘성장 스트레치’의 기회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을 위해선 기존의 내가 쌓아올린 것들을 ‘수리파’ 해야 한다. 배우고 익혀서 갈고 닦은 것을 다시 다 부수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
마치 코칭을 처음 접한 사람처럼, 코칭에 있어서 새로운 도화지를 든 사람처럼 기존에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새로운 돌 하나를 올릴 여정. 다시 미소 지으며 시작하겠다. 그리고 이렇게 나아가다보면 어느 날 문득 코치로서 누군가 날 만났는데, ‘뭔가 달라지신 거 같아요’라고 느낀다면 7-8에 도착한 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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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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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정말 신비롭게도 놓지 않고 이어온 것 자체가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란 생각이, 키퍼님 덕분에 한 번 더 새겨집니다. 감사합니다. 키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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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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