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문코치'로서 활동하면서 가슴에 가장 오랫동안 품은 해묵은 과제 중에 하나는 단연코 '홈페이지'였다. (그대는 코치로서 홈페이지가 있는가. 그대도 나처럼 해묵은 과제 중 하나이실까.)
정말 수차례, 헤아릴 수 없이 시도해 온 영역이었다. 다짐하고, 시도하고, 중단하고, 다시 다짐하고, 시도하려다 멈추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지난 1주일 만에 단번에 마무리 지었다. (물론 제목에도 썼지만 '1차'라고 기어코 적어둔다.)
오늘 글은 어떻게 1주일 만에 단번에 해묵은 과제를 마무리 지었는가에 대한 나의 통찰이자 고백이다.
홈페이지가 없다 해서,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수많은 채널, 플랫폼에 상주해두고, 그를 통해 일해왔다. 처음엔 티스토리 블로그로 시작했다. 그러다 몇 년 전 겨울, 참가비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현금영수증 발행하는 것이 하루 업무 시간 중 적지 않은 시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고, 카드 결제가 되는 홈페이지로 전향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임웹'으로 이동했다. 산을 건너니, 강이 기다리고 있었다. PG사 등록부터 배워야 했다. 수많은 기관에 나의 사업자등록증과 나의 일을 증명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아임웹 관리자 페이지 속 용어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했다. 새롭게 만난 장에서 다 어려웠어서, 당시 결제만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야 하면서 구축한 것이 지난 주까지 나의 홈페이지였다.
결제 구축을 해두고서, 바로 디자인 작업에 착수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착각. 디자인 작업은 너무나 어려웠다. 사실 디자인은 아임웹이 어느 정도 레이아웃을 다 세팅해두었기 때문에 선택만 하면 되어서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거기에 채울 글, 컨텐츠였다. 말 그대로 홈페이지에 기록해둘 나의 글에 대한 '벽'이었다.
그 벽에는 하나의 질문이 깊게 박혀 있다.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무얼 하는 사람이라 소개할 것인가?)
이 질문 너무 흔한데, 너무 어렵지 않은가. 그러게,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 일을 너무나 바쁘게 하고는 있는데, 그걸 한 마디로 정리해서 세상에 내어놓는다는 것이 엄청난 내적 과정을 거치는 일이란 것을 '해묵은 과제를 가슴에 품은 동안' 너무나 고통스럽게 배웠다.
이 모든 것은 내 안에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하고 있는 모든 활동 코어 속에, 하려는 사람이기에 그것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정리'가 스스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수준의 고민이다. 왜냐하면 무언가 하고 있어야, 하면서 내가 무얼 하려는 사람인지 깨닫는 것이고, 내가 무얼 하려는 어느 정도 그림이 있어야 어떤 일을 벌리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쪽 저 쪽 오가는 여정 속에 어느 순간 어떤 표현이 정리되고 떠오르는 것이지, 한 순간에 기준을 세워두고 달릴 수 없는 노릇인 작업이다. (그대께서도 해묵은 과제로 품고 이걸 품고 있었다면, 이 말이 위안이 되길)
사실 정리를 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간다해도 즉각적으로 겪는 불편함은 없었다. 이대로 충분히 일도 하고 있고, 충분히 바빴고, 일은 굴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다음 달 프로그램 홍보가 나가고, 전화 문의를 하고 싶다 한 분과 통화를 10여분 하고 깨달은 것. '아, 나의 표현이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구나. 글을 보고도 이해가 어렵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란 깊은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충분히 표현하지 않아도, 경험한 분들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이해해주길, [아], 하면 [아] 하고 알아주길 바랬던 나의 게으름에 대해서 직면했다. 아니었던 것이다. [아]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게으름'이란 말 너머 사실은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나는 누구인가)'라는 말을 '회피'하고 있었던 나와 세게 마주했다. 그리고, 회피하는 나를 앉히고,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1 홈페이지에 꼭 있어야 하는 것만 남겼다: 메뉴 파괴
: 나의 홈페이지 컨셉을 정했다. '꼭 있어야 할 것만 심플하게 놓자'였다. 말 그대로 건물의 뼈대를 세우자란 마음으로 시작했다. 뼈대를 세우려 하니, 내가 홈페이지에 기입해두고자 하는, 내가 내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지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외에는 모두 지웠다.
기존에 (그 때도 수차례 과정을 거쳐서 완성한) 세워둔 메뉴 '나는 코칭하고(About)', '코칭수련에 함께 합니다(Community)'를 파괴했다. 그 때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가. 코칭스터디에서 '정체성' 세우는 여정에서 뽑아낸 한 문장인데,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기존 것을 과감하게 파괴했다. 홈페이지 제목을 '코치 희소'라는 애매한 정체성 보다는, 자주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코칭수련 커뮤니티 사이시옷' 참여자분들을 위한 제목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접속했을 때, 가장 필요한 메뉴인 '프로그램 신청'이란 메뉴만 남겼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를 이끄는 사람이 궁금하실 것 같아, 정직하게 내 이름 석자 '홍성향 코치' 메뉴를 만들었다.

#2 홈페이지에 들어갈 내용은 '이미 내 삶'에 있다
: 그 동안 홈페이지 완성을 방해한 것은 '완벽하게 정리된' 어떤 컨텐츠를 넣겠단 생각이었다. 이제야 고백한다. 그런 컨텐츠는 없다. 그렇다면, 컨텐츠는 어디에 있는가. 그 때 올라온 내 안의 목소리 "살아가고 있는 '내 삶' 속에 이미 있다."
나는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정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먼저, 내 커리어의 중요한 축인 '사이시옷'과 관련해서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고, 거기에 시간순으로 '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흩어져있는 자료들을 정리했다. 네이버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 과거 폴더들을 정리하고 통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정리된 걸 물으면서 그 모든 활동들을 관통하는 무언가에 대해 고민했다. '나를 10년 넘게 이것을 지속하게 한 힘은 무엇이지?(belief)', '이걸 이렇게 해 온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value)', '나는 이 커뮤니티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지?(vision)' 질문을 물으며, 매주 레터에 관련해서 글을 썼다. 막연하게 흩어져 있던 문장들, 내가 알게 모르게 뱉어온 말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들에 어떤 개연성,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정리해냈다. 그리고 그렇게 정리해낸 말들을 그대로 홈페이지에 담았다.




끝으로, 나의 캘린더(스케줄러)를 보았다. 나의 시간들은 어떤 활동들로 정리되어 있는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 보려면, 내가 지금 시간을 무엇에 쓰고 있는가를 보면 된다. 나의 일정에 주로 어떤 스케줄들로 채워져있는가 보았다. 커뮤니티 운영과 관련된 일이 30-40%, 나머지는 1:1 코칭, 수퍼비전, 강의로 이어져 있었다. '내가 이끄는 커뮤니티에 담고자 하는 것', '내가 코치로서 하는 일에 담고 있는 컨텐츠들의 맥락'이 한 눈에 보이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미 살아내고 있다는 것은, 글로 정리되지 않았을 뿐, 내 안에서는 정리된 방향성, 흐름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해 본 후, 느낀 것은, 한 번 정리하고 나니 명료해져서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은, 더 이 일에 진심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힘이다. 글로 표현이라는 창조의 고통의 벽만 넘고 나면, 명료해져서 겪는 시원함으로 더 가열차게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3 가장 좋은 것은 '모방'이다
글은 정리되었다. 그럼 어떻게 놓을 것인가. 나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다른 영역임을 인정한다. 담을 재료를 들고,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가장 좋은 시작은 '모방'과 함께다. 나는 아임웹 템플릿에 들어가서, 내 취향의 템플릿 몇개를 골랐다. 그리고 창에 띄워두고 비슷하게 레이아웃 배치를 했다. 화려한 디자인이 들어가면 좋은데, 그건 다음에. 지금은 일단 기본적인 것을 갖추는 것부터라는 마음으로 완성 목표를 확 낮추고 작업했다. 그리고, 색상 선택은 Chat GPT 에이전트에게 추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다른 힘을 사용할 부분)을 구분해내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나의 초 '심플' 버전의 홈페이지이다. (과거 어떤 CF에서 '빨래끝'하고 두 손 벌려 외치듯, 나도 외치고 있는 일요일이다. 이걸 꿈꾸며, 지난 한 주 달렸다.)
[홈페이지 정리하며 보고 들었던 영상] 중 관련하여 도움되실까 하여 공유 :-)
여전히 남은 것들이 있다. 신기하지, 하나를 끝내고 나니, 다음이 보인다. 잠시 1차 정돈을 마친 것에 대한 기쁨을 스스로와 나누고, 이 실행력 동력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 더 실천해 볼 예정이다.
- 나의 코치로서의 포트폴리오 16년치를 정리해내는 것: 동일하게 노션으로 정리하고, 그것에서 핵심을 발견하고, 내 대표 프로파일 한 페이지를 정리해내고자 한다. 그 속에 코치로서 비전, 강점 등이 표현될 것이다.
- 홈페이지 '모바일' 버전 정리하기: 현재 컴퓨터 PC 버전만 완성되어 있어서, 휴대폰으로 접속하면 다 망가진다. 이 부분은, 일단 PC 버전 완성했으니, 곧 다시 착수해야 한다.
- 프로그램들 '상세페이지' 정리하는 것: 이 역시 표현들을 수집하고, 표로 만들어서 다시 정리하고 있다.
- 사이시옷 '히스토리' 추가 정리하는 것: 아직도 파도파도 기존의 사이시옷 에피소드가 나온다. 지금 노션 링크에서 더 넣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 옆동네 플랫폼 '유튜브' 정리하는 것: 유튜브 역시 아카이빙만 해 두었을 뿐, 정돈을 한 적이 없다. 한 번 정리 하고, 그 방향성도 명료하게 정리해야겠다.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가에 대해서 '글'로 정리하고, 그것을 홈페이지라는 공간에 게시를 하고 나니, 흥미롭게도 이 (스스로에게 주는) 명료함이 다음의 원동력, 기름이 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내가 정리가 되니, 내가 하려는 일들도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반대로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대해서도 구분이 서는 느낌이기도 하다.
+ 추신: 이 글을 빌어, 그 동안 혼란스러운 홈페이지에 대해 궂은 말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그저 사용해주시고, 접속해주신 동료, 도반분들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제 뼈대를 세웠으니, 남은 것은 자주 들여다보고,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것일테다. 물론 홈페이지는 내가 걸친 옷일 뿐, 여전히 본질은 나 자신을 잘 닦고 세워가면서 말이다. 감사하다.
[이번 주의 소식] 코칭스터디 7-8월 쉬어갑니다
: 7-8월 코치로서 제 개인 삶의 변화가 있어, 셀프북코칭은 유지해가되, 코칭스터디는 쉬어갑니다. 6월 코칭스터디에서 투표로 선정된 책 '변화면역'은 9월에 함께 읽는 공지내겠습니다. 혹 스터디 쉬어가는 루틴이 아쉬우시다면, 옆동네 셀프북코칭 '수련의 말들'로 함께 해요. 더불어, 사이시옷 10주년 오프 워크샵이 2주 후 토요일에 있습니다. 저의 10년 매듭 짓는 여정에 마음이 끌리신다면 함께 해요. :-)
오늘 레터를 읽으며,
코치로서
1) 어떤 영감을 받으셨나요?
2) 그 힘으로, 다음 한 주 코치로서 어떻게 살아보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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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는코치
일주일만에 1차 정리라고 담담히 써 주셨지만...으악~ 글은 전혀 담담하지 않고 스펙타클하게 느껴지는건 왠일인지..하나의 숙제를 끝냈지만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일 같아서 째려만 보고 있는데..내가 이 스펙타클함속에 뛰어들수 있는가!엄두가 안나서 인지도 모르겠네요..ㅎㅎ 1차 작업을 무사히 마치심을 그저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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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성희
코치님 묵은 숙제를 풀어가시는 과정을 보며, 저도 에너지 받습니다. 사이시옷을 통해 함께 갈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 장을 꾸준~히 열어주신 코치님께 감사 인사 드리고 싶어요. (아임웹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ㅎㅎ) 덕분에 저도 오래된 숙제 하나를 마쳤습니다...ㅎ 올해 저의 화두, '놀이'와 '전시'라는 단어 아래ㅡ 완벽 말고 성장만이 실재임을 생각하며 머릿속에 있던 것들 실현해보고 싶네요. 저의 평행자아와 접속하며 ^^ 2차 작업도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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