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컬렉터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미국이라는 거울

컬렉터노트 Vol.11 — 그림은 언제 재산이 되는가

2026.09.21 | 조회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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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세금 많은 나라에서, 그림만은 예외입니다

2억 원짜리 그림을 팔았다고 해 봅시다. 세금은 얼마일까요.

 

많아야 660만 원입니다. 판 값의 3.3%입니다.

 

같은 그림을 1억에 사서 2억에 팔았다면, 뉴욕에 사는 컬렉터는 4,600만 원쯤 냅니다. 일곱 배입니다. 두 나라가 세금을 매기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판 값에서 경비를 넉넉히 빼 준 나머지에 매기고, 미국은 번 값 전부에 매깁니다. 소득세도 상속세도 무겁기로 이름난 나라가 한국인데, 미술품에서만큼은 순서가 뒤집힙니다.

이 숫자 하나가 이번 호의 출발점입니다. 그림은 법 앞에서 언제부터 '재산'이 되는가. 그리고 재산이 되면 컬렉터에게 무엇이 생기고 무엇이 따라붙는가.

한국은 지난 3년 사이 이 질문에 서둘러 답을 적었습니다. 2023년 1월, 그림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미술 거래를 다루는 첫 법률인 미술진흥법이 만들어졌습니다. 2024년 7월부터 구매자는 작가와 화랑에 진품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2026년 7월에는 화랑·경매·아트페어가 신고 대상이 되고, 2027년 7월 26일부터는 500만 원 넘는 그림을 되팔 때마다 작가에게 몫이 갑니다.

미국은 이 가운데 무엇도 한자리에서 정하지 않았습니다. 미술을 다루는 연방 법률이 아예 없고, 세법과 주법과 판례가 백 년에 걸쳐 쌓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두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또렷해집니다. 한국 법은 컬렉터에게 세계에서 가장 너그럽고, 작가에게는 이제 막 후해지는 중입니다. 미국은 반대쪽입니다 — 컬렉터에게 무겁고, 작가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같은 그림이 서울과 뉴욕에서 왜 다른 재산인지 알면, 2027년 7월 전에 무엇을 해 둬야 하는지도 보입니다. 사고, 갖고, 팔고, 물려주는 네 단계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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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숫자 · 3.3% — 2억 원짜리 그림을 팔 때 한국에서 내는 세금의 상한. 1억 원까지는 90%, 넘는 부분은 80%를 경비로 쳐 주니 2억이면 1억 7천만 원이 빠지고, 남은 3천만 원에 22%가 붙습니다.


01 · 사고 — 법전 한 권과 판례 백 년

Macro · 제도의 설계

그림을 사는 순간 컬렉터가 손에 넣는 것은 둘입니다. 물건의 소유권, 그리고 그 물건이 진짜라는 보증. 앞의 것은 어느 나라나 같습니다. 뒤의 것에서 두 나라가 갈립니다.

한국 — 법이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2023년 7월 25일에 공포된 미술진흥법은 미술 거래를 정면으로 다루는 한국의 첫 단일 법률입니다. 1년 뒤인 2024년 7월 26일부터 시행된 조항 가운데 컬렉터에게 곧장 닿는 것은 제16조입니다. 표제가 아예 '소비자 보호'입니다. 작가나 미술 서비스업자에게서 그림을 산 사람은 진품증명서를 발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거기에는 작가·작품명·구매일자·구매처·보증내용이 들어갑니다. 그 전까지 진품 보증은 화랑의 호의였지, 구매자의 권리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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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판례가 쌓였습니다. 미국에는 미술진흥법에 해당하는 연방 법률이 없습니다. 그림은 통일상법전(UCC)이 다루는 동산이고, 진품 보증은 주법에 흩어져 있습니다. 뉴욕주 예술문화법이 대표적입니다 — 미술상이 일반 구매자에게 팔면서 서면으로 작가를 특정하면 그 서면이 곧 보증이 되고, 어긋나면 미술상이 책임집니다. 나머지는 법정에서 하나씩 정해졌습니다. 위작 소송, 소유권 다툼, 나치 약탈품 반환 — 미국 미술법 교과서를 펴면 조문이 아니라 판례 목록이 나옵니다.

어느 쪽이 컬렉터에게 유리한지는 간단히 답하기 어렵습니다. 법전은 앞을 내다보기 쉽고, 판례는 사안마다 정밀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한국 컬렉터는 2024년 7월 이후에 산 그림부터 "증명서를 주세요"라고 말할 근거를 법에 두고 있습니다. 아직 요구해 본 적이 없다면 다음 구매 때 한번 말해 보시길 권합니다. 화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그 화랑의 준비 상태입니다.


02 · 갖고 — 그림을 샀지, 권리를 산 것은 아닙니다

Art History · 소유권과 저작권의 경계

컬렉터가 가장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그림을 사면 그림은 내 것이 되지만, 그림에 담긴 권리는 작가에게 남습니다.

두 나라가 같은 것. 저작권은 작가 몫입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원본을 가진 사람에게 그 원본을 전시할 권리를 주되, 가로나 공원, 건물 바깥벽처럼 누구나 늘 볼 수 있는 곳에 걸어 두려면 작가의 허락을 받으라고 합니다. 도록에 싣거나 굿즈로 만드는 복제는 소유권과 무관하게 작가의 권리입니다. 작가 이름을 지우거나 작품에 손대는 일도 안 됩니다 — 한국은 저작인격권으로, 미국은 1990년 시각예술가권리법(VARA)으로 막습니다. 두 나라 모두 그림은 사물 따로, 권리 따로 거래됩니다.

두 나라가 다른 것 — 국경. 한국에서는 만든 지 50년이 넘은 그림을 국외로 내보낼 때 확인 절차를 거칩니다. 여기서 컬렉터가 먼저 알아 둘 것은 예외 조항입니다. 반출일 현재 작가가 살아 있으면 이 절차에서 아예 빠집니다. 걸리는 것은 작고한 작가의 옛 작품입니다. 1970년대 작품이 이미 50년 선에 닿기 시작하면서, 해외 페어에 나가는 화랑도 이사 가는 컬렉터도 함께 불편해졌습니다.

2024년 5월 국가유산청은 이 기준을 **'1945년 이전 제작'**으로 바꾸는 시행령 개정을 내놓았습니다. 광복 이후 작품은 허가 없이 국경을 넘고, 1945년 이전 작품만 국제 문화교류 목적에 한해 허가를 받는 구조입니다. 규제를 더한 것이 아니라 걷어낸 쪽입니다. 방향으로만 보면 미국 쪽으로 한 걸음 간 셈입니다.

미국에는 일반적인 미술품 수출 허가 제도가 없습니다. 원주민 유물처럼 따로 법이 붙은 것과, 상아·대모처럼 멸종위기종 소재가 들어간 작품을 빼면 그림은 자유로이 드나듭니다. 그래서 세금 없이 보관하는 창고가 서고, 그림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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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 팔고 — 세금은 가벼워지고, 작가 몫이 생깁니다

Dealer · 숫자로 보는 거래

세금부터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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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22%는 겉에 보이는 숫자입니다. 실제로 세금이 붙는 것은 많아야 판 값의 10~20%입니다. 1억 원까지는 90%를, 그 위는 80%를(10년 넘게 가지고 있었으면 90%) 경비로 쳐 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살아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아예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은 그림을 주식보다 무겁게 봅니다. 주식의 장기 양도세가 최고 20%인데, 그림은 '수집품'으로 묶여 28%입니다. 위의 46.6%는 뉴욕시에 사는 최고 소득 구간에서 명목 세율을 단순히 더한 값이고, 소득이 낮으면 세율도 내려갑니다.

두 나라의 차이는 세율보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습니다. 한국은 경비를 두 가지로 계산해 큰 쪽을 빼 줍니다. 하나는 정해진 비율(1억 원까지 90%, 넘는 부분 80%), 다른 하나는 실제로 산 값입니다. 그래서 세금이 실제로 번 돈의 22%를 넘지 않고, 같은 거래를 뉴욕 최고 구간에서 치르는 것보다 늘 가볍습니다. 오래 가진 그림에는 혜택이 하나 더 있어, 10년 넘게 가지고 있었다면 1억을 넘는 부분도 90%를 경비로 쳐 줍니다. 2억이면 많아야 440만 원입니다.

다만 산 값을 경비로 쓰려면 그 값을 서류로 증명해야 합니다. 많이 오른 그림은 정해진 비율이 산 값보다 크니 서류가 있든 없든 세금이 같습니다. 서류가 세금을 가르는 것은 거의 안 올랐거나 손해를 보고 파는 그림입니다.

10년 미만 보유, 작고한 작가의 작품 기준.

마지막 줄이 이 제도에서 가장 덜 알려진 부분입니다. 5천만 원을 손해 보고 팔았는데 산 값을 증명하지 못하면, 세법은 그 그림으로 3천만 원을 벌었다고 보고 660만 원을 매깁니다. 산 값을 증명하는 순간 번 돈이 없으니 세금도 0원입니다. 시장이 식은 때 되파는 그림일수록 이 줄에 가까워집니다.

살 때부터 챙겨 둘 서류

  • 매입 계약서나 인보이스 — 작가, 작품명, 금액, 날짜, 판매처가 적힌 것.
  • 대금을 보낸 기록 — 계좌이체 내역이나 카드 전표. 현금으로 산 그림은 증명이 어렵습니다.
  • 경매로 샀다면 낙찰 확인서와 정산서 — 낙찰가와 수수료가 따로 적힌 것.
  • 해외에서 샀다면 인보이스와 수입 신고 기록.
  • 진품증명서 — 2024년 7월 이후 산 그림은 요구할 수 있고, 구매일자와 구매처가 적힙니다. 금액은 적히지 않으니 계약서·이체 내역과 함께 보관하십시오.

팔 때는 원천징수를 하는 경매사나 화랑에 이 서류를 미리 내고, 산 값이 경비로 반영되는지 확인하십시오. 구체적인 절차는 거래처와 세무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런데 2027년 7월 26일부터 한 줄이 더 붙습니다

조문의 표제는 '미술품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입니다. 500만 원이 넘는 그림을 화랑·경매·자문·대여판매업자가 매도인이나 매수인, 중개인으로 끼어 되팔면, 판 값의 일부가 작가에게 갑니다.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세상을 떠난 뒤 30년까지 — 그 사이에 작가가 작고했다면 법정상속인이 받습니다. 작가에게서 직접 사 3년 안에 2천만 원 미만으로 되파는 경우와 업무상저작물은 빠집니다. 개인끼리 직거래로 넘기는 그림에도 붙지 않습니다.

요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율"이라고만 적어 두었고, 그 대통령령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2024년에 나온 시행령은 먼저 시행되는 조항들만 다뤘습니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규모를 가늠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 제도를 먼저 만든 나라의 요율을 그대로 대입해 보는 것입니다.

영국·EU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소득세처럼 구간을 나눠 낮아집니다. 5만 파운드까지 4%, 5만~20만은 3%, 20만~35만은 1%, 35만~50만은 0.5%, 그 위는 0.25%. 한 건에 최대 12,500파운드(2천만 원 안팎)까지만 받습니다. 한국 컬렉터가 실제로 거래하는 가격대는 거의 다 첫 구간에 들어가니, 4%를 대입해 보면 체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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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칸은 작고한 작가의 작품이고, 산 값이 경비 인정액(1억이면 9천만 원, 2억이면 1억 7천만 원)보다 적을 때의 상한입니다. 더 비싸게 샀고 증빙이 있으면 세금은 더 줄어듭니다.

표에서 눈여겨볼 줄은 1억 원입니다. 작가에게 가는 400만 원이, 국가가 가져가는 220만 원보다 큽니다. 그리고 그 작가가 살아 있는 한국 작가라면 세금은 0원이니, 이 거래에서 나가는 돈은 작가에게 가는 400만 원 하나뿐입니다. 2027년 7월 이후 한국에서 그림이 다시 팔릴 때, 판매자 손에서 나간 돈의 가장 큰 몫은 국고가 아니라 작가에게 가게 됩니다.

물론 시행령이 4%로 정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2%면 표의 절반, 3%면 4분의 3입니다. 상한을 둘지, 구간을 나눌지도 아직 백지입니다. 다만 요율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방향은 바뀌지 않습니다 — 한국에서 그림을 되팔 때 나가는 돈의 종착지가, 국고에서 작가에게로 옮겨 갑니다.

그런데 모든 작품에 붙지는 않습니다 — 상호주의

여기가 컬렉터에게 가장 실용적인 대목입니다. 미술진흥법 제24조 제3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작가가 외국인이면, 그 나라가 한국 작가에게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 컬렉션에서 이 권리가 붙는 작품과 붙지 않는 작품이 작가의 국적으로 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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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0개국 넘게 이 제도를 두고 있지만, 미술 시장이 가장 큰 두 나라(미국·중국)와 아시아의 큰 시장(일본)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됩니다 — 한국 작가의 그림은 서울에서 다시 팔릴 때 작가에게도 돌아가고, 미국 작가의 그림에는 아직 그 길이 없습니다. 제도를 먼저 만든 나라의 작가가 먼저 받는 구조입니다.

반대 방향도 같습니다. 영국은 현재 EU·EEA와 호주·뉴질랜드 작가에게만 이 권리를 인정합니다. 한국은 아직 그 목록에 없습니다. 2027년에 한국 제도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유럽 각국이 한국을 목록에 넣을지가 다음 문제이고, 그때 비로소 런던 경매에 나간 한국 작가의 작품에도 작가 몫이 붙습니다.

한국 실명 케이스 — 국가가 처음 세금으로 받은 그림

2024년 10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 그림 네 점이 들어왔습니다. 구입도 기증도 아니었습니다. 상속세였습니다. 2023년 1월부터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게 됐고, 이것이 첫 사례입니다. 신청은 열 점, 심사를 통과한 것은 네 점 — 이만익의 〈일출도〉(1991), 전광영의 〈집합08-제이유072블루〉(2008), 그리고 중국 작가 쩡판즈의 〈초상화〉(2007) 두 점입니다.

이 네 점에서 읽을 것이 셋입니다. 첫째, 국가는 받을 그림을 고릅니다 — 열 점 중 여섯 점은 돌려보냈습니다. 둘째,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 네 점 중 둘이 중국 작가입니다. 셋째, 그림이 세금이 되는 순간 그림은 미술관 소장품이 됩니다. 컬렉터의 벽에서 국가의 벽으로, 돈을 거치지 않고 건너간 첫 그림들입니다.

한 가지를 덧붙이면 — 이 네 점 가운데 2027년 이후 재판매보상이 붙을 작품은 이만익과 전광영, 둘뿐입니다. 쩡판즈의 두 점은 중국에 제도가 없어 빠집니다. 같은 날 같은 미술관에 들어간 네 점인데, 시장에서 다시 팔릴 때의 규칙이 다릅니다.


작가 심층탐구 — 국가가 처음 세금으로 받은 한국 작가 둘

이만익 (1938–2012) — 미술사의 자리.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를 나왔고, 1988년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맡았습니다. 설화와 가족, 강과 복숭아나무 같은 한국의 소재를 굵은 윤곽선과 원색으로 그렸습니다. 서양화 기법으로 한국의 이야기를 그린 세대를 대표하는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가가 처음 세금으로 받은 한국 그림이 그의 〈일출도〉였다는 사실이 그 자리를 다시 보게 합니다.

전광영 (1944– ) — 국제성의 자리. 한지로 싼 작은 삼각형 수천 개를 화면에 붙여 만드는 〈집합(Aggregation)〉 연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적 한약방에 매달려 있던 약봉지의 기억에서 나온 형식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202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병행전에 나갔고, 해외 미술관 소장 이력이 깁니다. 컬렉터가 눈여겨볼 대목은 재료입니다 — 한지와 스티로폼으로 만든 작품을 국가가 소장품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보존이 까다로운 재료라도 작품의 값이 재료의 수명과 따로 간다는 판단이 섰다는 뜻입니다.


04 · 물려주고 — 그래서, 우리는

Korean Collector · 한국의 컬렉터

상속이 시작되면 그림에 처음으로 값이 매겨집니다. 한국에서는 전문 감정기관 두 곳 이상이 매긴 값의 평균이 상속 재산 가액이 됩니다. 다만 그 평균이 국세청 감정평가심의회가 심의한 값에 못 미치면 심의가액을 씁니다 — 낮게 받아 두면 그만인 구조가 아닙니다. 그 값 앞에서 상속인은 세 갈래 중 하나를 고릅니다.

① 판다. 앞에서 본 세금의 세계입니다 — 2억 원짜리라면 많아야 660만 원. 다만 2027년 7월 이후라면, 화랑이나 경매를 거치는 재판매에는 작가 몫이 붙습니다 — 작가의 국적에 따라.

② 그림으로 낸다. 문을 여는 열쇠가 두 개입니다.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 원을 넘을 것, 그리고 그 세액이 물려받은 금융재산보다 클 것. 현금으로 낼 수 있으면 현금으로 내라는 뜻입니다. 두 열쇠가 맞아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어 받을 만하다"고 요청해야 하고, 세무서가 국고에 손실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첫 사례의 통과율은 열 점 중 넷이었습니다. 미국에는 이 제도가 없습니다 — 미국 컬렉터는 상속세를 그림으로 대신 낼 수 없고, 대신 2026년부터 1인당 1,500만 달러까지 상속세를 면제받습니다.

③ 기증한다. 두 나라 모두 미술관 기증에 세금 공제를 줍니다. 차이는 관행에 있습니다. 미국은 기증 전 감정평가가 의무이고 국세청에 미술 자문 패널을 따로 둘 만큼 기증이 일상입니다. 한국은 제도만 놓고 보면 갖췄지만, 첫 물납이 2024년에야 나온 데서 보듯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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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한국 컬렉터는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세금으로 그림을 사고팔아 왔습니다. 그것이 특권이었다는 걸 2027년에야 실감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특권이 줄어드는 방향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림이 재산으로 인정받을수록, 그 재산을 지키는 종이 — 증명서, 감정서, 계약서 — 가 컬렉터 손에 쌓이기 때문입니다. 재산이 됐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는 뜻이고, 지킬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컬렉터의 시선 

Vol.10에서 저는 "서울 칸의 돈은 우리"라고 썼습니다. 페어의 좌석표를 그리는 펜이 돈이었다면, 이번 호의 좌석표를 그리는 펜은 법입니다. 그리고 그 펜은 지난 3년 동안 우리 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2027년 7월 26일은 작가에게 무언가가 생기는 날이지, 컬렉터에게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날이 아닙니다. 내가 산 그림이 다음 사람에게 팔릴 때 작가에게 몇 퍼센트가 간다는 것은, 내가 산 것이 물건이 아니라 작가의 시간이었다는 걸 법이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그때까지 할 일은 세 가지뿐입니다. 목록에 표시하고, 증명서를 받고, 감정기관 두 곳을 알아 두는 것. 그림이 재산이 되는 날, 준비한 컬렉터와 그러지 않은 컬렉터를 가르는 것은 그 종이 세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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