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migos

Libro Puentes 9월 모임 후기

한강 《채식주의자》, 그리고 10월 Peanuts로의 여정

2026.09.21 | 조회 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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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Panama

한 달 만의 재회 — 책 밖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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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금요일 저녁, Casa Escondida에 6명이 모였습니다. 한 달 만의 재회였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그 사이의 안부가 물밀듯 쏟아졌습니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우리"라는 말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책 이야기에 앞서, 화제는 먼저 음악으로 흘렀습니다. 최근 함께 관람한 포핸즈 공연 이야기에서 시작해, 누군가는 싱어로, 누군가는 베이스기타 취미 이야기를 꺼내 놓았습니다. 독서 모임인데 음악 이야기라니 — 하지만 Libro Puentes에서는 모든 길이 결국 삶의 이야기로 수렴하곤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The Odyssey》(2026년 7월 개봉) 관람 감상도 나눴습니다. 호메로스의 고전 서사시를 IMAX 스크린으로 만난 경험은, 고전을 다시 읽어 온 우리 모임의 여정과 묘하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유인물이 만든 차이

이번 모임에는 작은 실험이 있었습니다.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작성된 토론 유인물을 미리 배포한 것입니다.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분도 계셨지만, 유인물 덕분에 작품의 구조와 핵심 장면을 함께 짚으며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분들 스스로도 "평소보다 훨씬 심도 깊은 대화가 가능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앞으로의 모임에서도 이어가 볼 만한 방식이었습니다.


제제의 매 자국 위에 영혜의 침묵이 놓이다

지난 8월 모임에서 우리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다섯 살 제제에게 가해진 폭력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동화로만 기억했던 이야기가,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9월의 《채식주의자》는 그 충격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아이가 아닌 여성이, 매가 아닌 강제 식사와 성폭력과 도구화가 폭력의 형태였습니다. 형태는 달라도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 "가족이니까"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폭력,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한 사람.

제제는 나무(밍기뉴)와 대화하며 위로를 받았고, 영혜는 나무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인간 세계에서 안전한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이었습니다.


 "페미니즘 한 단어로 가둘 수 없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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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님은 이 소설이 단순히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으로만 소비되는 것을 우려하며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특히 3부 — 언니 인혜의 시선에서 서술되는 마지막 장 — 에서 소설 앞부분의 사건들이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재구성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인혜라면, 과연 동생을 지키려는 그 희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은 자리에 있던 모두를 잠시 멈추게 했습니다. 영혜처럼 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지만, 묵묵히 남아서 모든 것을 짊어지는 인혜. 그 조용한 무게가, 어쩌면 소설에서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부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목소리 — 가정에서, 사회에서

이번 모임은 여성 참가자가 다수였고, 대화의 온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가정 내 폭력,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침묵, 그리고 한강 작가가 담담하고 아름다운 문체 속에 숨겨 놓은 충격적인 서사들. 참가자분들은 "읽는 내내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이 정확히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설 속 문장들이 오래 맴돌았습니다.

"Solo confío en mis pechos. Me gustan mis pechos, pues con ellos no puedo matar a nadie."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내 가슴이 좋아, 이것으로는 아무도 죽일 수 없으니까. — 영혜

"Mejor que no hable, a los mayores les gustan las mujeres calladas." 말 안 하는 게 낫지, 어른들은 조용한 여자를 좋아하니까. — 영혜의 어머니

"De pronto, tuvo la sensación de que nunca había vivido y se sintió sorprendida. Era cierto. No había vivido realmente." 문득, 자신이 한 번도 살아 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놀랐다. 정말 그랬다. 진짜로 산 적이 없었다. — 인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지만, 결코 책 안에만 머물지 않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꿈을 꾸었어" — 소설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몽상으로

대화가 깊어질수록 한 가지 문장이 계속 되돌아왔습니다. 소설의 모든 것을 촉발하는 영혜의 첫마디 — "꿈을 꾸었어."

릭키는 이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문구로 바로 그 한마디를 꼽으며,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는 것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 속에서 동물과 사물의 형상을 찾아내던 몽상가 소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아이. 오래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자신이 꿈속에서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영혜의 꿈은 악몽이었지만, 릭키의 꿈은 잃어버린 상상력과의 재회였습니다. 그 차이가 대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 꿈이란 것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또 한 명의 위대한 몽상가가 떠올랐습니다.

빨간 지붕 개집 위에 누워 타자기를 두드리며 소설을 쓰는 강아지. 스누피.


🐾 10월, Peanuts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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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키의 제안은 이랬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Peanuts 한 페이지를 각자 가져와서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누피와 친구들의 이야기와 함께, 캐릭터 산업과 IP 비즈니스로 파생되는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찰스 슐츠(Charles M. Schulz)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50년간 혼자 그린 17,897편의 만화. 75개국, 21개 언어, 3억 5천만 명의 독자. 네 칸짜리 만화인데 사르트르나 카뮈 못지않은 질문을 던집니다. BBC는 "만화의 옷을 입은 철학"이라 평가했습니다.

"Sometimes I lie awake at night, and I ask, 'Where have I gone wrong?' Then a voice says to me, 'This is going to take more than one night.'" 가끔 밤에 누워서 묻습니다. "나는 어디서 잘못된 걸까?" 그러면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요. "그건 하룻밤으로는 안 될 거야." — 찰리 브라운

"I think I'm afraid of being happy because whenever I get too happy, something bad always happens." 행복해지는 게 두려운 것 같아. 너무 행복해지면 꼭 안 좋은 일이 생기거든. — 찰리 브라운

"My life has no purpose, no direction, no aim, no meaning, and yet I'm happy. I can't figure it out. What am I doing right?" 내 인생에는 목적도, 방향도, 목표도, 의미도 없어. 그런데 나는 행복해. 도무지 모르겠어. 내가 뭘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 스누피

찰리 브라운은 매번 실패합니다. 연을 날리면 나무에 걸리고, 야구를 하면 지고, 좋아하는 아이에게 말을 걸지 못합니다. 그래도 다음 날 다시 나갑니다. 파나마에서 살며 매일 작은 좌절을 겪지만 다음 날 다시 일어나는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 두 달간 폭력과 침묵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함께 건넌 우리에게, 네 칸짜리 웃음과 위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거운 두 권의 소설 뒤에 찾아온, 가볍지만 깊은 다음 챕터. 참가자분들은 기대 반 호기심 반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다음 모임(10월)의 일시와 장소는 WhatsApp을 통해 공지 예정입니다. 10월 도서는 Peanuts — Charles M. Schulz이며, 기억에 남는 한 컷을 지참해 주시면 됩니다. 참가 문의는 WhatsApp 6104-1004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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