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여행지에서 보내는 편지 from. 동

💌 동

2025.02.27 | 조회 91 |
1
|
from.
mail
데일리펜팔의 프로필 이미지

데일리펜팔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2025 이메일 펜팔

#2025-02-27 8시간 느린 나라에 도착한지 6일차입니다. 에어비앤비 거실에 앉아 일주일간 느꼈던 감상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보내주신 편지의 주제로 함께 여행하는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자존감의 정의와 현재 상태, 각 국의 결혼 문화 등에 대해서요. 키보드 도전기와 친밀감의 속도, 토마토 삼합 모두 읽으며 행복했습니다. 이번 주도 낯선 여행지에서 행복하게 새로고침 할게요!

할 것이 별로 없다는 휴양 도시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도시 '말라가'를 3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별로 할 게 없는 날씨 좋은 도시'라는 평 때문이었습니다. 여행을 하고 싶기보다는 살고 싶은 곳이라는 평가도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안달루시아 지역을 관광할 때 거쳐가는 경유지 같은 곳이라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정보를 찾아봐도 1박 이상의 정보는 드문 편이었고, 투어 상품을 살펴봐도 대부분 근교 도시를 다녀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겨울(15도~20도)에 해당해 비수기라는 점 덕분에 마음 놓고 말라가행 왕복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그것도 아무 계획 없이 출발 일주일 전에요.

그런데 우연히 도착한 금요일부터 주말까지가 페스티벌 기간이었고, 내일은 또 공휴일인 '안달루시아의 날'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 스페인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어서 기대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쓰며 제가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이킹이나 캠핑 같은 이색적인 야외 활동을 즐기거나 Airbnb 광고처럼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쇼핑을 좋아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주거 지역에 아파트를 장기 예약하고, 하루걸러 하루씩 퐁당퐁당 이색적인 야외활동을 다니며, 식료품을 쇼핑하면서 소유욕을 잠재우고 있습니다.

 

납작한 한 칸의 효율성

오래 머물 집이면 제대로 알아봤어야 하는데, 일주일 전에 급하게 예약하고 떠난지라 인테리어와 주방, 세탁기 사용 여부로만 숙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대강대강 예약하고 도착하니.. . .  .   .  띠용.. 저와 제 친구는 한 아파트의 개인실을 예약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실, 분리된 주방, 화장실 하나, 방 두 개짜리 공간에 스패니시 집 주인과 셋이 함께하게 된 것이죠. 띠용. . . 그는 영어를 하지 못하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니 눈치코치와 번역기로 잘 지내보고 있습니다. 공용 공간에 어떤 물건을 올려두는 것까지 허용되는지 아시는 분..?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하려면 요리를 뺄 수 없죠. 하몽과 이베리코, 올리브와 레몬 토마토의 나라이니까! 함께 곁들일 조미료들도 잔뜩 챙겨왔거든요. 공원이나 해변에서 먹을 수 있게 보냉 런치백이랑 조리용 지퍼백도요. 그런데 개인실을 사용하는 저희에게 주어진 냉장고 공간이 고작 한 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칸에는 이미 식음료가 꽉 차있구요.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상심이 컸어요. 시장에서 양껏 장을 볼 수 없는데다가 맥주도 매일 채워 넣어야 할테니까요. 그치만 일주일 살아보니 매일 매일 다른 마트를 구경할 수 있어 좋았고, 납작한 공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먹고싶은 것 위주로 구성되는 식사 : 정어리와 올리브 반찬은 미리 대용량으로 사두고, 야채는 그날 그날 한 개씩 판매하는 곳에서 신선한 것으로 채우는 식으로요. 작은 음료를 사야하다 보니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 오히려 좋고, 다른 칸에 채워진 것들로 로컬들이 먹는 브랜드를 미리 익힐 수 있는 것도 덤. 제한된 박스 안에서 더 창의적일 수 있다는 박스 이론(창의적 제약 이론)을 좋아하는데 냉장고에도 해당된다며 한 칸의 제약을 효율로 덮어봅니다.

 

찾아가는 여행이 아닌 지나다가 들리는 여행 

지난 챈과의 오키나와 여행에서 센베노(천엔으로 3~4가지 작은 음식을 시키는 술집) 집은 찾아가는게 아니다, 빈 집이 있으면 들어가는거다 라는 멋진 표현을 배우게 됐는데요. 순환도 빠르지만 늘 붐비기 때문에 빈집에 들어가 각 집마다의 특색을 순환하며 경험하라는 의미더라고요. 이 식당에 가서 이건 꼭 먹어봐야해 식의 계획형 소비가 갑갑한 저에게는 아주 단비같은 표현이었어요. 이번에 스페인에 와서 보니 타파스 집들도 비슷한 감성인 것 같아요. 메뉴는 거의 정해져있지만 그 집마다 맛은 다르고, 서서 먹는 곳이 많다보니 회전도 빠르더라구요. 역사 깊은 곳에서 먹는 타파스가 맛과 분위기가 더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찾아가는 곳이 아닌 지나다 들리는 타파스 집이 마음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어디에서든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편하고 즐거운 일주일 보내시길 바라며, 동 드림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데일리펜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간의 프로필 이미지

    0
    2 months 전

    의도치 않은 개인실 예약이었지만, 이를 통해 '살아보는 여행'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ㄴ 답글
© 2025 데일리펜팔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2025 이메일 펜팔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