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의 미덕
자발적으로 쉬는 시간을 가지는 중인데, 어쩐지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기간이었어요. 1월 2일부터 출근하지 않았으니 7주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요. 누군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을 때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불편한 강박도 있었어요. 평일 낮,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만 할 수 있는 무언가로 일상을 채워나갔습니다. 예를 들면 미술관이라든지 도서관이라든지 회사원에게 잘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요. 그 또한 휴식이긴 했으나 '뭐했어?'에 답하기 위한 의도된 활동은 아니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요즘입니다. 이번 주 이틀 동안은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자다가 넷플릭스보고 책보고 밥먹고 자다가 넷플릭스 보는 생활을 했어요. 하루 걸음수 100대의 나른한 날을 보내니 또 다시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는 조급한 내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게으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야 하다니, 퇴사해도 벗어날 수 없는 K-직장인인가봐요.
나만 알 수 있는 나의 기분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시작했다는 말은 거창하고, 조금씩 틈이 나면 달리고 있어요. 아주 느린 페이스로 4km를 세 번 달려본 수준에 그치지만, 달리는 동안 듣는 러닝 가이드가 명상 선생님 같고, 숨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숨의 수준을 조절하는 행위가 명상 같다고 느끼게 됐어요. NIKE Run Club 앱에서 아이린 코치의 'Next Long Run' 세션에서 들었던 내용을 잠시 써볼게요. 나의 기분은 나만 알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지금 달리는 기분이 어떤지 나의 상태는 어떤지 확인해보라는 순간이 있었어요. 바로 직전까지 페이스와 자세가 정상이 맞는지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당연한 이야기가 나의 겉모습에 맞춰졌던 초점을 나의 진짜 상태로 옮겨주었어요.
'다리를 더 높게 들어야 제대로 달리는 걸까?' 에서 '이대로라면 금방 지쳐 집에 가고 싶어질 것 같으니 조금 더 천천히 뛰자'로 변했다고나 할까요. 원했던 목표보다 500m쯤 더 달리고 집에 돌아왔어요. 달리기의 잔열이 사라진 뒤에도 여운으로 남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주변인이 내 기분을 알아주길, 인터넷의 테스트가 내 성격을 맞춰주길, 처음 본 사람이 나의 생년월일시만으로 내가 성공할 시기와 방법을 알려주길 바라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저의 생각이 최근에 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김고은이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이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남들은 왜 이렇게 나를 쉽게 속단하냐"고 외치는 장면으로요. 오늘의 편지에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을 늘어놓았는데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는 나를 아직도 잘 모르고, 그래서인지 남들이 알려주는 내가 궁금하긴 해. 그렇지만 남들은 나를 더 모르지않나? 달리기하는 순간순간의 기분을 시작으로 천천히 나에게 초점을 맞춰가보자.
그래도 나를 알아가는 도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머쓱)
10개가 채 되지 않는 문항으로 '당신은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와 같은 의미 없는 결과 혹은 특정 MBTI의 특성으로 신속한 결과를 받는 것에 지치지 않으셨나요? 그럼에도 고민을 하게 되는 질문과 확신을 가지고 답변하는 질문을 만나게 되면 그 속에서 자신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mgram 테스트(6분소요)를 소개해요. 주기적인 진단으로 성격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게 된대요. 저는 몇년간 드문드문 해보고 있는데, 확실히 예전 결과와는 달라진게 보여 재미있어요.
나의 게으름에 더 관대해지고, 나의 상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한 주 되시길 바라며 편지를 마쳐요.
최소한의 계획을 가지고 내일 스페인으로 떠나는 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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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다음 편지는 스페인에서 오겠네요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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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걸까요? 누구와 비교되지 않고 동님에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찾아 누리시길요! mgram 넘 재밌는데요.... 프리미엄 결제해요????? ㅋㅋㅋㅋㅋㅋ
간
저도 궁금해요 mgr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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