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왜 SNS를 할수록 내가 누군지 모르겠을까

좋아하는 걸로 시작했는데 왜 점점 내가 사라질까. 퍼스널 브랜딩 안에 숨어 있던 두 개의 길

2026.10.19 | 조회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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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

좋아하는 걸로 시작했는데 왜 점점 내가 사라질까. 퍼스널 브랜딩 안에 숨어 있던 두 개의 길

유튜브 분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의 채널을 뜯어보는 게 재미있어서 시키지 않아도 새벽까지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어떤 썸네일이 왜 눌리는지, 어떤 채널이 왜 갑자기 컸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 그래서 어느 날 결심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걸로 채널을 해 보자.

첫 영상을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립니다. 자료를 모으고, 대본을 쓰고, 몇 번이나 다시 녹음합니다. 업로드 버튼을 누르고 나서는 한 시간에 열 번씩 통계 화면을 새로고침합니다. 다음 날 아침 숫자는 87입니다. 두 번째 영상은 112. 세 번째는 64. 석 달이 지나도 구독자는 200명이 안 됩니다. 친구에게 채널을 보여 주자 이런 말이 돌아옵니다. "요즘 그런 걸 누가 봐."

그는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걸 안 좋아하는구나. 조금 더 지나면 생각이 이렇게 바뀝니다. 사람들이 나를 안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요즘 잘 된다는 걸 해 봅니다. 짧은 영상에 춤을 추고, 유행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하루 만에 만든 영상인데 조회수가 만 단위로 나옵니다. 구독자가 하루에 수백 명씩 늘어납니다. 댓글도 달립니다. 처음 며칠은 신이 납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영상을 올릴 때마다 손이 무겁습니다. 이건 내가 하려던 게 아닌데. 이 사람들은 나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춤을 보러 온 건데. 숫자는 올라가는데 마음은 비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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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돌아갑니다. 원래 하고 싶었던 분석 영상을 정성껏 만들어 올립니다. 조회수가 10분의 1로 떨어집니다. 다음 영상은 100분의 1입니다. 그는 통계 화면 앞에서 결론을 내립니다. 역시 사람들은 진짜 나를 안 좋아하는구나. 나는 춤추는 사람이어야 하나 보다.

그는 다시 춤을 춥니다. 그리고 몇 주 뒤, 다시 공허해집니다.

이 루프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

저는 SNS를 하는 많은 분들에게서 이 장면을 봅니다. 주제는 다릅니다. 춤 대신 먹방일 수도 있고, 분석 대신 그림이나 공부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는 말은 비슷합니다.

첫째, 내 콘텐츠가 내 것 같지 않습니다. 잘 되는 영상일수록 남의 옷을 입은 느낌이 듭니다.

둘째, 플랫폼이 바뀔 때마다 흔들립니다. 알고리즘이 바뀌었다는 소식 하나에 무엇을 해야 할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합니다.

셋째, 숫자가 올라도 공허합니다. 구독자 만 명을 넘긴 날에도 기쁨보다 불안이 큽니다. 이 사람들이 언제 떠날지 모르니까요.

이 세 가지를 겪고 있다면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의지가 약해서도, 재능이 없어서도, 꾸준하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에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서로 반대인 조언들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떤 강의에서는 "좋아하는 걸 하지 말고 돈이 되는 걸 하라"고 합니다. 니치를 찾고, 검색량을 보고, 잘 되는 채널을 분석하라고 합니다. 다른 강의에서는 "남을 따라 하지 말고 나다운 걸 하라"고 합니다. 진정성이 결국 이긴다고 합니다.

둘 다 그럴듯합니다. 둘 다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듣는 사람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이름의 조언인데 하나는 시장을 보라 하고 하나는 나를 보라 합니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모르니, 숫자가 안 나올 때는 앞의 조언을, 마음이 공허할 때는 뒤의 조언을 꺼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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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두 조언은 서로 틀린 게 아닙니다. 서로 다른 길에 대한 조언입니다. 문제는 두 길이 같은 이름으로 불려 왔다는 것입니다.

한 이름 아래 두 개의 길

첫 번째 길은 돈이 되는 시장부터 찾습니다. 어디에 관심이 몰려 있는지, 어떤 주제가 수익이 나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다음 그 시장에서 돈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석합니다. 그 사람들이 클릭하고 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그 콘텐츠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설계합니다. 나라는 사람은 맨 마지막에, 앞에서 정해진 것들에 맞춰 만들어집니다.

수익(시장) → 타겟 → 콘텐츠 → 정체성

저는 이 길을 브랜딩(Branding)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길은 나부터 정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가,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 그다음 나 같은 사람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줄 콘텐츠를 만듭니다. 돈을 어떻게 받을지는 맨 마지막에 정합니다.

정체성 → 타겟 → 콘텐츠 → 수익

저는 이 길을 루미닝(Lumening)이라고 부릅니다. 빛을 뜻하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남이 비춰 주는 조명이 아니라 스스로 내는 빛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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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소는 똑같습니다. 순서만 거꾸로입니다. 그런데 이 순서가 모든 것을 바꿉니다.

맨 앞은 지키고, 맨 뒤는 바꾼다

순서에는 단순한 원리가 하나 있습니다. 맨 앞에 둔 것은 기준이 되고, 맨 뒤에 둔 것은 변화를 떠안습니다. 무언가 틀어지면 사람은 기준을 지키고 맨 뒤에 있는 것을 고칩니다.

식당을 떠올려 보시면 쉽습니다. 역 앞 좋은 자리를 먼저 잡은 사장님은 장사가 안 되면 메뉴(정체성)를 바꾸고 간판을 바꿉니다.

자기 요리를 하고 싶어서 가게를 연 요리사는 장사가 안 된다고 메뉴를 버리지 않습니다. 배달(수익구조)을 시작하거나 가게(시장)를 옮깁니다.

SNS도 똑같습니다. 브랜딩에서는 시장이 맨 앞이고 내가 맨 뒤입니다. 그래서 일이 틀어지면 내가 바뀝니다. 루미닝에서는 내가 맨 앞이고 돈 받는 방식이 맨 뒤입니다. 그래서 일이 틀어지면 돈 받는 방식이 바뀝니다.

브랜딩이 오래 권해진 이유, 그리고 그 대가

브랜딩이 틀린 방식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잘 작동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권해져 왔습니다.

논리가 명백합니다. 관심이 모인 시장을 찾았고, 그 시장의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테스트해 보면 조회수가 오르고, 구독자가 늘고, 수익이 납니다. 조사한 것도 맞고 보이는 것도 맞습니다. 여기에 알고리즘이 힘을 보탭니다. 알고리즘은 대체로 관심이 많이 모인 곳으로 사람을 보냅니다. 큰 시장에서 시작하면 숫자가 잘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빠르고, 예측 가능하고, 결과가 눈에 보입니다.

대가는 맨 뒤에 있는 것이 치릅니다. 브랜딩에서 맨 뒤는 정체성, 곧 나입니다. 이런 일이 생깁니다.

  • 시장이 식으면, 나무를 통째로 뽑아 새 시장에 다시 심어야 합니다. 새 시장에 맞는 새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 시장은 살아 있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게 바뀌면, 콘텐츠와 함께 나를 바꿔야 합니다.
  • 콘텐츠는 맞는데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다르면, 그 기대에 맞춰 나를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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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경우 모두 바뀌는 건 나입니다. 성질상 가장 바뀌기 어려운 것을 가장 자주 바꿔야 하는 자리에 둔 셈입니다. 피로하고, 몇 번 반복하면 내가 누구인지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두 번째 길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제가 퍼스널 브랜딩 책과 강의 목차를 여러 개 살펴보았는데, 상당수가 "돈 되는 주제 찾기"나 "수익형 채널 유형"으로 시작해서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로 끝났습니다. 첫 번째 길의 순서입니다. 반대로 "나다움"이나 "팬이 되는 콘텐츠"에서 시작하는 강의도 있었지만, 그분들도 자기 방식을 똑같이 브랜딩이라고 불렀습니다.

두 번째 길을 걷는 사람은 늘 있었습니다. 다만 그 길을 부를 이름이 없었습니다. 이름이 없으니 같은 이름 아래 정반대의 방법이 섞였고, 사람들은 왜 조언끼리 서로 부딪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길에 루미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름이 생기면 지금 내가 어느 길 위에 있는지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왜 두 길 사이를 오가게 될까요

여기서 처음의 그 사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많은 사람이 두 번째 길로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앞의 분석 영상처럼요. 처음부터 "어느 시장이 돈이 되지?"라고 묻는 사람보다 "나는 이걸 하고 싶어"로 시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성적표는 첫 번째 길의 성적표를 씁니다. 조회수와 구독자 수입니다. 이 숫자는 시장의 크기에 크게 좌우됩니다. 나에게서 출발한 길은 처음 만나는 시장이 작습니다. 그러니 숫자가 작은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숫자를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로 읽는 순간, 사람은 첫 번째 길로 넘어갑니다. "요즘 잘 된다는 걸 해 볼까"라는 생각은 영상 하나를 바꾸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을 맨 앞으로 끌어오고 나를 맨 뒤로 보내는 결정입니다. 순서가 통째로 뒤집힙니다.

그러면 숫자는 오릅니다. 브랜딩은 실제로 잘 작동하니까요. 대신 내가 맨 뒤로 가서 갈아끼울 수 있는 간판이 됩니다. 그래서 공허해지고, 나를 되찾으려 돌아오면 다시 작은 시장으로 돌아왔으니 숫자가 떨어지고, 그 숫자를 또 실패로 읽고, 다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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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 흔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두 길 사이를 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내가 뿌리였다가, 다른 쪽에서는 내가 언제든 바꿔 달 수 있는 간판이 됩니다. 몇 달마다 내가 고정값이었다가 변수였다가를 반복하는데, 흔들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지금 나는 어느 길 위에 있을까요?

다음 편을 기다리는 동안 꼭 해 보셨으면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어 보는 것입니다. 루미닝은 그 한 문장에서 시작합니다. 열한 개의 질문에 답하다 보면, 숫자가 흔들려도 바꾸지 않을 나의 한 문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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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그렇다면 같은 사람이 두 길로 각각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될까요. 1년 뒤, 3년 뒤 무엇이 남을까요. 광고 단가가 떨어지거나 트렌드가 끝났을 때, 각 길은 무엇을 바꿀까요. 그리고 팬은 어느 길에서, 왜 생길까요.

다음 편에서는 회계팀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한 사람을 두 길에 각각 세워 보겠습니다.

동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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