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8) | 근데 '럭드'가 왜 행운의 기회인가요?

TMI.FM의 DJ 핑크블러드 | ‘덕질’은 경험이고 '덕후'는 그 경험에 뛰어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가 중요합니다. [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은 한결같이 nn년째 'SM 덕질'을 고집해 온 핑크블러드의 포토 카드 체험기입니다. 

'럭드', 다시 말해 럭키 드로우(Lucky Draw)는 무슨 뜻일까? 여기서 Draw는 ‘카드의 패를 뽑다’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행운의 뽑기’다. 유사어로 ‘럭키 박스’도 있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일단 사는 거다. 앨범을 샀을 때 어떤 포토카드가 들어있을지 모르는 '유구한 역사'의 ‘랜덤 포카 방식’과 동일한 근원. 그런데 나는 왜 굳이 따로 이 글을 쓰고 있을까? ‘럭키 드로우’는 일반적인 랜덤 포카 증정 방식보다 더 귀찮고, 더 돈을 쓰게 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악질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럭키 드로우는 이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포토카드가 돈이 된다는 걸 깨달은 아이돌 기획사들이 덩달아 뛰어들었을 뿐. 나는 작년 말에야 '럭드'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럭키 드로우 이벤트를 열지 않았던 SM엔터테인먼트가 NCT 단체 앨범을 대상으로 처음 '럭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뭐가 뽑힐지 모른다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은 똑같았지만 종수는 훨씬 늘었다. 당시 멤버 21명의 포토카드를 2종씩 준비해 총 42종의 포토 카드가 마련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팬들의 돈을 탈탈 털어먹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혔다. 그나마 멤버 수가 적어서 랜덤 확률이 좋을 때 '럭드'는 열리지 않는다. 가장 많은 멤버를 동원할 수 있는 NCT 단체 앨범에서, 1종도 아니고 굳이 2종을 마련해 확률을 1/42로 낮추는 행위라니! 앨범 한 장을 살 때 럭키 드로우 기회가 1번 주어지므로, 0.0238%라는 극악의 확률을 뚫어야 했다. 

또 중요한 부분은 단체곡 "Beautiful"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야구복 복장의 포토카드가 있었다. 이른바 ‘레전드 포카’를 포함시켜 적극적인 ‘뽑기’를 권장한 것이다. ‘야구복 OO(멤버 이름)’ 포카는 한때 수십만 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다. 

포토카드 종류별 공급량이 어떤지, 내가 산 앨범에 어떤 포토카드가 들어있을지 알 수 없는 팬들은 앨범을 들입다 사거나 비싼 돈을 주고 사적 거래를 해야 한다. 지금 확인해 보니 가격은 많이 떨어졌지만, 애초에 형성된 가격이 바가지였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떨어져도 결코 싼 가격은 아니고.

본진이 NCT이다 보니 NCT 얘기만 썼으나 알아보니 다른 가수들도 럭키 드로우를 하고 있다. 특정 사이트에서 샀을 때 럭키 드로우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오프라인 매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요새는 팝업 스토어나 전시회 등과 연계한 럭키 드로우 이벤트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더보이즈의 럭키 드로우 이벤트를 보니 앨범 1장에 2번의 럭키 드로우 기회를 줬더라. NCT는 앨범 1장당 1번이었는데. 어차피 극악의 확률 싸움으로 간다면 기회라도 여러 번 주는 것, 럭키 드로우로 얻을 수 있는 포토카드 종수를 되도록 줄이는(멤버당 1장) 것이 소속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양심이 있었다면 애초에 랜덤 포토카드나 미공포(미공개 포토카드, 앨범에 기본으로 내장된 포토카드와는 달리 특정한 사이트에서 주문했을 때만 받을 수 있고 소장 욕구를 자극할 만큼 잘 나온 포카가 많다. 그렇게 ‘그 사이트에서의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를 남발, 럭키 드로우를 하지 않았겠지.

랜덤 지옥을 겪어야 하는 구매(의사)자 입장에서는 ‘럭키 드로우’라는 말 자체가 기만으로 느껴진다. 럭키 드로우는 처음부터 다분히 ‘공급자’ 중심의 기획이다. 행운의 뽑기, 행운의 기회라고? 그게 과연 누구에게 행운이란 말인가? 도리 없이 돈을 쓰는 쪽인가?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 절대 이길 수 없는 확률 싸움판을 벌이고 소비자를 모아 돈을 버는 쪽인가? | 핑크블러드 

📻 NCT 2021 - Beautiful

문제의 바로 그 "Beautiful" 뮤직비디오. 멤버들이 야구복을 입고 나오는데, 이 복장의 포토카드는 한때 수십만 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다. NCT의 3집 [Universe]의 엔딩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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