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수 칼럼 |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드세요. 날로 먹을 생각하지 마세요."

👜DJ 최진수 | 닮고 싶은 브랜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에디터입니다.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모든 존재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정체성과 언어를 다잡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폴인]과 [뉴닉], [원티드] 등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 Instagram

🧑‍💻 1만 6천여 명이 귀 기울인 민희진의 120분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이태원에서는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Da Vinci Motel)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3일 동안 40여 명의 다양한 연사들이 참여했는데요. 그중 <케이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 세션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1만 6천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고 하는데요. 2시간을 꽉 채운 토크를 들으며, 기억에 남는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음악이 너무 소중해서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저는 딱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끼어 있는 세대 사람이에요. 그때는 음악 찾아듣는 게 엄청 힘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채널들을 정해놓고, 공테이프로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 나올 때 녹음해서 들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너무 아련하고 좋았던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CD도 하나 사잖아요. 주얼 케이스에 기스날까봐 따로 파우치까지 만들었어요. 너무 귀하니까 트랙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부클릿 해질까봐 조심스럽게 넘기면서 스태프들 이름도 기억했어요.
그러면서 포부가 생겼던 것 같아요. 큰물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보여주고 싶다는. 그 때 제가 25살이었을 텐데, 이왕에 꿈을 펼치려면 큰 곳에서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SM에 입사했고요. 면접 볼 때도 당돌하게 얘기했어요. 솔직히 여기 음악 좋아해서 온 건 아닌데, 그래픽 디자인에 제가 뭔가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그걸 좋게 봐주셔서 SM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드세요. 날로 먹을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5~6년 차까지는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이런 걸 했을 때 회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같은 걸 돈을 받으면서 배운다고 생각해요. 그때 힘들다 어쩌다 하는 건 결국 다 자기 손해예요. 결국 인생은 혼자 사는 거고,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거든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상사에 대한 파악을 잘하시고 일하세요.
여러분의 상사가 제 상사 같지도 않아요. 일하는 환경이나 회사나 다 다르잖아요. 윗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는 정석은 없어요. 내가 일하는 위치에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찾으셔야 해요.
저도 6~7년 동안 일을 배울 때는 무리하게 욕심 내진 않았어요. 맡은 일을 최대한 잘 하는 게 정말로 같이 일하는 사람을 리스펙트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옛날에 억울한 일 많았어요. 크레딧에 이름 빠지거나 순서가 밀리는 것 때문에 머리도 빠졌고요. 그런데 그게 저한테 꼭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기질도 좀 죽이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걸 그때 배운 거죠.

⏯️ "이전 방식이 잘 됐으니까 따라가는 건 게으른 거예요."

저는 작곡가가 총괄 프로듀싱을 꼭 맡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사람들 모두 자기 습관이라는 게 있잖아요. 곡도 어쩔 수 없이 이전에 만들던 대로 만들게 돼요. 디자인도 그렇고, 다른 크리에이티브한 분야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관행 같은 걸 끊어보고 싶었던 거예요. 이전에 이렇게 했는데 잘 됐다고 계속 그 방식대로 하는 건 입시에서나 통용돼요. 아트를 하면 오히려 반대로 가야죠. 세상을 유연하게, 차분하게 바꿔주는 게 문화거든요.
그래서 저는 ‘컬쳐와 테크놀로지의 융합' 같은 슬로건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오히려 기술이 없어야 한다는 주의였어요. 그래야 틀에 갇히지 않고 아메바처럼 증식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이브 슬로건인 ‘We Believe in Music’도 그런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어요. 사람으로 하는 일은 기술화하지 않으면 좋겠다. 문화는 그래야 된다. 그게 제 모토였어요.

⏯️ "뉴진스는 ‘순수함을 지키는 매니지먼트’라는 실험이고, 제 인생을 걸었어요."

뉴진스를 시작하면서 정말 집중했던 게, 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데뷔하고 활동할 때까지 어떻게 유지할까였어요. 제가 바라본 아이돌들은 너무 규율이 많았거든요. 하면 안 되는 건 너무 많아. 그런데 규칙대로만 하면 또 인형같다고 욕 해. 그걸 어떻게 10대가 감당해요. 어른들도 힘든데. 전 그게 너무 기괴했어요.
엔터업은 사람으로 하는 일이잖아요. 여기에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러면 더 섬세하고, 소프트한 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기계적인 거 말고요. 그런 것 때문에 생기는 폐해를 우리 다 겪어봤잖아요.
물론 IT나 제조업에서 쓰는 시스템이 있죠. 근데 거기와 엔터테인먼트는 분야가 달라요. 각자에게 맞는 체계도 다른 거고요. 그런 걸 생각 안 하고 공장식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하면 맥락맹인 거죠.

⏯️ “케이팝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면에 실리진 못한 질문이 있어요. “케이팝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였는데, 제 답변은 이거였어요. “엔터테인먼트업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궁극의 이상향을 이루는 것이다.”
철학과 예술은 비즈니스와 반대된다고 여겨지잖아요. 자본 시장은 돈이 되는 것에 집중하고요. 그래서 저한테는 뉴진스로 돈을 버는 게 중요했어요. 백날 아트만 해 봤자 아무도 관심을 안 주거든요. 뉴진스가 성과를 증명해야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미학이나 철학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거예요.
뉴진스 멤버들은 이런 모험에서 연구원들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데뷔 후 매출로든, 실적으로든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엔터 업의 본질, 즉 본연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면 우리가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까. 전 그걸 알고 싶은 거예요.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 강연 - 민희진의 프리스타일

💁 문화를 만드는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은 공산품이 아닙니다.

한국은 너무 오랫동안 사람을 언제든지 갈아끼울 수 있는 자원처럼 취급해 왔죠. 사회와 교육 시스템도 거기에 맞춰져 있었고요. 민희진 대표의 다빈치토크 세션은 ‘이제 그런 시대는 정말로 끝났다'고 외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악과 콘텐츠가 양산 가능해졌다는 목소리도 커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에 인간다움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크리에이터의 인간적인 매력과 그 사람만의 생각, 관점을 지지하며 팬이 되니까요.

아티스트가 행복하면서 비즈니스적인 성과도 낼 수 있는 길은 분명 존재합니다. 단지 이전에 없던 시도이기에 시행착오가 많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저는 민희진 CEO의 실험이 성공하길 바랍니다. 사람을 상품처럼 제단하고 찍어내는 시대의 병폐를 이제는 끊어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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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깨고 기록도 깼다…'민희진 걸그룹' 뉴진스의 전략 | 중앙일보

민 대표는 "당연시 돼 온 K팝 공식을 깨고 싶은 일종의 반항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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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것은 괴상한 억측, 보람은 나의 방향에 공감하는 사람들” [민희진 인터뷰 2] | 중앙일보

총괄 프로듀서가 실무 담당을 동반하지 않고 직접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전 작업을 문제 삼는다면, 더욱 그 시절엔 내가 총괄 프로듀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작업에 참여한 모두를 문제 삼을 수 있게 된다. 디렉터의 의도와 별개로 당시 작업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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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듣기 | 뉴진스 - Attention (2022)

2년 전, 뉴진스는 ‘어텐션’을 발표하며 거대한 변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뉴진스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돌이라는 길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민희진 CEO의 비전은 어떻게 뉴진스를 통해 구현될지. 기존 업계는 뉴진스가 던진 ‘이제는 변화할 때’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다시 한 번 ‘Attention’할 때인 것 같습니다. 💿 DJ 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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