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2와 web3 아티스트는 어떻게 다를까?

지난 주 토요일 7월 16일, 웹3 음악 서비스인 믹스.오디오(MIX.AUDIO)의 런칭 행사에 패널로 초대받았습니다. 'NFT 프로젝트 GMGN'의 래퍼 화지, Hello Web3의 신영선 대표와 함께 의견을 나눴는데, 그 중 제 의견만 따로 공유합니다. 

질문은 크게 4개였습니다.

1. Web3 음악이란 무엇일까?

웹3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여러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저는 '직거래'의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터넷의 핵심 기능 중에서, 특히 산업의 관점에서 인터넷은 유통 구조를 혁신한 기술이고, 그 환경 아래에서 상품과 정보의 가치가 질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웹3 환경은 음악의 직거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 업체보다 동네 빵집이 무수히 많이 생기는 구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국적 유통사와 레이블이 상위 2%, 혹은 10% 이내의 아티스트를 관리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 대신, 아티스트 본인이나 소규모 팀이 음악을 직접 판매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구조가 바로 웹3 음악 산업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웹3의 음악이라고 해서 본질적으로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형식은 달라질 수 있겠죠. 러닝타임이 짧아지거나, 사용하는 악기가 달라지거나, 혹은 만드는 과정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겁니다만 그렇다고 음악의 본질, 그러니까 비트와 멜로디로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아티스트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고, 그걸 통해 사람들이 모이는, 음악의 힘이랄까 본질이랄까 그러한 것들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해, 웹3의 음악이란 질문에서 중요한 건 결국 음악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음악 NFT 산업의 현위치와 지향해야 할 미래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음악 NFT 산업은 얼마나 확장될까?

매우 광범위한 질문이라서, 제가 이해하기로는 새로운 미디어가 나오고 산업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는가, 혹은 어떠한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느냐, 는 것으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할 때 지금 음악 NFT 산업은 초초초초초기 단계라고 봐요. 아까 얘기한대로 웹3는 음악 유통의 본질을 바꿀 것이라 기대되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여러 이슈들이 하나로 뭉뚱거려진 인상입니다. 그래서 이 신생 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물론 아무도 알 수가 없겠지만, 저는 196~70년대에서 그 힌트를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16밀리 카메라가 등장하고, 8미리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이런 카메라들은 아마추어의 도구로 여겨지다가 영화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매스 미디어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로 자리잡았습니다. 지금은 웹3가 되게 핫한 키워드여서 모두 거기에 꽂혀 있는 인상이지만, 중요한 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환경이 변하는 방향은 결국 아티스트가 좀 더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쪽이었다는 점이에요. VHS도, 카세트테이프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 중요한 미디어가 되었죠.

그리고 이런 도구가, 이를테면 인디펜던트라는 경제적 개념이 사회적 개념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했고, 매스미디어 기반의 엔터테인먼트와 반대되는 산업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고 봅니다. 거칠게 얘기하면, 지난 20세기의 인디와 메이저의 대립 구도는 어떤 도구를 쓰느냐로 설명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매번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존 시장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언더그라운드나 인디펜던트가 다시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거나, 자본화되면서 확장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웹3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탈중앙화와 중앙화가 대립하다가 중앙화되는 쪽으로 헤게모니가 이동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웹3 환경은 시장의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좁아질 것으로 봐요. 크게 보면 확장되는 개념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일단 앞으로는 버티컬하게 좁고 작은 시장들이 무수히 많이 생기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직접 연결될 거라고 상상했어요. 제가 그런 내용의 글을 처음 봤던 게 1994년이었는데요,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났지만 인터넷은 그때의 상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포털이 생기고, 플랫폼이 생기고, 여전히 거대 미디어와 유통업체들이 존재하죠. 하지만 웹3는 인테넷 초기의 상상과 기대를 이제야 비로소 구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는 또 모르겠지만, 저는 웹3 환경에서는 무수히 많은 로컬 시장들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한 명의 아티스트가 1천 명이나 10만 명의 소비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100명이나 200명의 팬 혹은 투자자 혹은 소비자로부터 한 달에 몇 백 만원의 수익을 가지면서 10년, 20년 정도 지속적으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기리라 기대해요. 음악 NFT로 수 억 원을 벌었다는 소식보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물론 당연히 그 와중에 BTS처럼 전 세계 인구의 몇 %를 점유하는 아티스트도 나올 겁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상위 10퍼센트 미만으로 집중된 경제 구조가 쪼개져서 분산되고 흩어질 거라고 상상해보게 되요.

이것을 큰 시장의 확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일단 매우 작은 시장들의 등장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이 생기고, 거기서 NFT든, 새로운 제품이든, 커뮤니티나 DAO 같은 생산 구조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건데요. 한 명의 아티스트가 1천 명의 팬을 모으냐, 100명의 팬을 모으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로 나한테 정기적으로 얼마 이상을 낼 수 있는 팬이 몇 명이 되느냐, 라는 거죠. 산업의 초초초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러프하게 등장하는 질문들을 자신에게 맞게 굉장히 다듬고 접근해야 이후에 어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그 가설을 검증하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3. web2와 web3 아티스트의 차이는?

웹2와 웹3 아티스트의 차이가 뭐냐고 한다면, 글쎄요, 저는 웹2든 웹3든 사실 환경과 키워드의 문제여서 가장 중요한 건 태도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1970년대의 인디 아티스트도 사실상 웹3 아티스트럼 움직였던 사람들도 있고, 그들로부터 지금 우리가 동기를 부여받거나, 영감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료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2년 이상 이 뉴스레터를 운영하면서, 그리고 한 달에 1만 원을 내고 구독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고 대화하고, 제가 직접 운영하면서 고민하고 느끼는 게 있는데요. 저 자신을 글 쓰는 작가인 동시에 1인 사업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웹3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건, 이런 태도라고 봅니다. 자신이 아티스트이면서 사업가다, 아티스트 앙트프레너다, 이런 개념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거죠. 이를테면 그게 반드시 웹3에서 이뤄지지 않아도 되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내가 직접 앨범을 판매할 거야, 텀블벅에서 펀딩받아서 직접 앨범이나 굿즈를 제작할 거야, 이런 것도 사실은 웹3 아티스트의 본질에 가깝다는 거죠. 그러니까 꼭 NFT를 발매해야 웹3 아티스트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태도가 먼저고, 그 다음이 새로운 환경이나 도구를 그에 맞게 이용하는 게 중요한 거죠.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게 웹3는, 인터넷이 애초에 제기했던 '직접 연결'이라는 가능성을 굉장히 멀리 돌아와서 도달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개인이 모든 개인과 직접 연결된다... 이걸 경제 개념으로 보자면 직거래 장터인데, 저는 이 '직거래'라는 개념이 어쨌든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장사를 한다, 사업을 한다는 개념에 가까워지는 거고요. 여기에 더해서, 우리는 이제까지 나는 소비자야 리스너야 혹은 팬이야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모두 다 자영업자가 될 수 있는, 혹은 되어야만 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봐요.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당연히 있죠. 장사하기 싫고 월급만 받고 싶은 사람이 왜 없겠어요. 다만 이런 직거래 구조가 과거에 비해 너무 쉽고 간편해진다는 게 핵심이고, 그걸 통해 우리가 어떤 시장에 진입하고 그 시장에서 작동하는 나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게 웹3가 만들 세계의 중요한 점이라고 봅니다.

4. 지속가능한 아티스트-팬덤 커뮤니티(DAO)는 어떻게 가능할까?

사실 저는 웹3에서 얘기하는 팬덤 커뮤니티나 DAO는 기존의 팬덤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봅니다. 웹3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에게 팬덤이 너무 중요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잖아요. 그리고 그런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제가 볼 때는 웹3의 팬은 개념이 아예 다른 거예요.

저는 웹3에서 작동하는 커뮤니티 구조는 투자자의 모임, 그러니까 투자의 관점이 주로 작동한다고 보거든요. 다만 투자의 이유와 목적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주식이나 금융의 것과는 조금 다를 순 있다.... 그렇다면 웹3 환경의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건, 원래 나를 좋아하는 팬들을 투자자로 바꿀 수 있냐, 아니면 새로운 투자자를 새로운 팬으로 전환할 수 있냐의 질문이라고 봐요. 

저는 사실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쉽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웹3의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수익을 보는 사람과 콘텐츠의 가치를 알아보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어떤 비전을 보는 사람이 온통 뒤섞여 있다고 봐요. 하지만 양쪽 모두 음악이나 아티스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더 일반적일텐데, 다만 지금 시점에서의 공통점은 대체로 돈이 많다는 거겠죠. 

그래서 아티스트는 웹3 환경에서는 우선적으로 이렇게 투자하는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요. 그때 아티스트는 그들에게 자신과 자신의 음악에 투자하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 프로젝트도 온보딩하고 NFT도 발매하고, 투자 가치도 증명하고 그러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보다 먼저 일단 음악을 통해 그 둘의 관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투자자와 투자 대상자가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으로, 관계가 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는 거고요. 그러면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뭐가 필요할까... 이런 고민을 진짜 심각하게 해야 된다고 봐요. 아티스트 본인 뿐 아니라, Mix.audio 같은 서비스 주체가 굉장히 많이 고민해야 하는 이슈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핵심은 웹3에서 아티스트와 투자자의 관계를 질적으로 바꿀 때에만 우리가 기대하는 DAO든, 팬덤 커뮤니티든 가능하리라는 생각입니다.

※ 믹스.오디오 소개

이날 행사는 믹스 오디오(Mix.audio)의 런칭 이벤트였습니다. 믹스 오디오는 AI 음악 기술 스타트업인 뉴튠(Neutune)의 프로젝트인데요. 뉴튠은 카이스트 출신 연구진들이 주축으로 설립한 회사로, 최신 기술을 기초로 차세대 음악 경험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믹스 오디오는 블록 뮤직(Block music)이라는 기술을 통해 웹 3.0 음악 생태계를 지향합니다. 블록은 악기이면서 구조인데, 여기서 악기는 리듬, 베이스, FX, 보컬과 같은 음악 소스를 말합니다. 이런 악기로 인트로, 벌스, 브릿지, 코러스와 같은 음악의 구조를 조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게 바로 블록 뮤직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리스너와 아티스트가 소통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나 디스코드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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