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작곡가 켄지는 의외로 인터뷰를 안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롤링스톤 매거진에 인터뷰가 실렸어요. 그의 커리어 여정 뿐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K-POP 산업의 특징 등의 내용이 있어서 요약 정리해봅니다.
롤링스톤 매거진 2022년 7~8 월호에 실린 '작곡가 켄지의 인터뷰' 기사를 요약합니다.
1. 작곡가/프로듀서로서의 커리어
본명은 김연정. 이제까지 공개된 그의 인터뷰는 그의 모교인 버클리 음악대학(Berklee College of Music)의 온라인 저널에 실린 2012년 인터뷰 정도다. 그는 1999년에 버클리를 졸업했다.
버클리에 입학하기 전에는 밴드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다. 버클리에서는 하모니, 편곡, 듣기 트레이닝 수업을 들었고, 음악 분석과 믹싱, 프로듀싱 코스로 거쳤다.
2004년 첫 1위 히트곡인 보아의 "My Name"을 시작으로 향후 10여 년 동안 거의 혼자서 곡을 만들었다. 대한항공의 한공 안전 안내 방송에 나오는 음악도 켄지의 곡이다.
켄지의 어머니는 성악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적 환경에서 자란 그는 "음악을 들으면 바로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스스로 말하기 좀 부끄럽지만, 악기를 배우지 않았을 때에도 나는 매우 쉽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었어요. 그때 내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켄지가 버클리에 재학 중일 때 한국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 H.O.T.와 같은 그룹들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
"나는 K-pop보다는 그저 음악을 만들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K-pop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자라면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동시에 당시 팝과 일렉트로닉을 들으면서 이것이 차세대 음악의 미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팝 음악 전반에 매우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SM 엔터테인먼트에 자신의 데모를 보내면서 연이 닿았다. 이후 10년 간 켄지는 거의 전적으로 혼자서 곡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송 캠프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프로듀서와 작곡가가 트랙부터 톱 라인에 이르기까지, 전체 곡을 책임지고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레이블은 데모를 수집하는 게 주요 일이었는데 특정 프로젝트가 있으면 한국의 모든 작곡 프로듀서에게 브리프를 보냈고, 다시 데모를 보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곡을 레이블에 피칭하는 방식으로 일했어요."
"2000년대 초반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가수들 뿐 아니라 맥스 마틴과 같은 프로듀서들이 팝 사운드를 지배했습니다. 한국의 모든 프로듀서들이 그 소리를 지향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소리는 어떤 종류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죠. 그게 바로 당시의 세계적인 트렌드였어요."
2. SM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덕션 과정
보아의 "My Name"은 확실히 초기의 상징적인 질감(Destiny's Child와 Britney를 연상시키는 R&B와 팝의 경쾌한 믹스)과 그의 클래식 배경을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레이어드 스트링과 기타라는 '켄지 표 음악'의 초기 모델이다.
"더 넓은 의미에서 '멜로디'가 내 노래의 필수적이고 중요한 요소 같아요. 멜로디는 노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열쇠라고 생각하고요."
이 시기에 켄지가 발표한 노래 - TVXQ+슈퍼주니어의 "Show Me Your Love"를 포함해서 소녀시대의 "Oh!" 같은 노래들은 주로 R&B 발라드와 버블검 팝의 스펙트럼 아래에서 강력한 보컬 하모니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2013년 무렵에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프로덕션의 수장이던 크리스 리(=이성수 대표)는 유럽에서 서울로 송캠프의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켄지는 영미권 크리에이티브들과 처음으로 협업한 한국인 프로듀서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매우 신선했어요. 송캠프가 아름다운 이유는, 실제로 어떠한 규칙이나 설정이 없음에도 모든 아이디어가 훌륭한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나아가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더 많이 회전한다는 거죠. 그것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무언가였어요. 이런 과정이 [우리가 만들고 있는] 노래들을 다른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그는 EXO의 "중독(Overdose)"를 예로 들었다. 이 노래는 마침내 2014년의 넘버 원 히트를 기록했다.
켄지는 'East meets West'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그는 서양(또는 미국)의 멜로디가 전체 노래에서 반복되면서 하나의 특정 모티프의 사용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와는 반대로 K-pop 멜로디는 확실히 반복적이긴 하지만, 예기치 않은 멜로디 변화가 있어요.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K-pop은 노래의 각 섹션에 더 감정적 인 멜로디와 오히려 최대 트랙(악기)의 레이어 사이에 더 극적인 전환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변화무쌍한 비트는 결국 하나의 큰 테마로 이어져요. 이 K-pop 멜로디를 시각화한다면 프랙탈 구조(=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코드 진행에는 항상 '이 하나의 특별한 음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음이 탑 라인에 놓이면 예기치 않게 코드 진행이 완료되고 우리 귀를 때리는 유쾌한 프레이즈가 되죠. 저는 제가 만족할 때까지 이 특별한 코드를 찾아 헤매요."
그 후 켄지는 매년 적어도 하나 이상의 히트 싱글을 작업하면서 장르 스펙트럼을 넓혔다. 레드 벨벳의 "Some Love", 엑소-첸백시(CBX)의 "Playdate", 그리고 NCT 드림의 "Hello Future" 같은 곡들이다.
"K-pop 프로듀서인 Moonshine, Adrian McKinnon과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줌 세션이나 카카오톡을 통해 "Hello Future"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이 간단한 과정이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가사를 마무리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어요. A&R과 나는 메인 테마와 특정 단어의 사용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이었거든요. 하지만 나는 내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팀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모두는 마침내 그 곡이 세상에 나와서 매우 기뻐했죠."
3. K-POP 산업에 대한 단상
음악 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방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고 재창조되어야 한다. 송캠프에 대한 켄지의 생각.
"요즘에는 메이저 레이블이 모두 동일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다른 나라의 프로듀서를 초청해 송캠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만큼 신선한 음악이 나오지 않는 것 같긴 해요. 그리고 그게 바로 요즘 프로듀서로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새로운 노래 구조, 새로운 멜로디, 새로운 협업 방법, 새로운 음악 제작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요. 멜로디의 관점에서 - 나는 멜로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는데 - 사람들은 종종 이미 가능한 모든 멜로디가 세상에 나와있다고 해요." 이때 그의 얼굴에는 호기심 가득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과거의 멜로디와는 다른 새로운 멜로디를 찾고 있어요. 음악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만한 것으로요."
K-pop 산업은 켄지가 SM에서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지만, 그는 그것이 음악의 진화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리스너는 K-pop을 음악 뿐 아니라 다층적인 콘텐츠로 이해합니다. 그것이 음악이 진화하고 변화하는 방식이에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즘 노래 가사는 의미를 숨긴 채 은유적으로 전달되는 경향이 있지만, 팬들은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쓰면서 유튜브 같은 데에 댓글을 써요. 저는 이게 매우 재미있고, 팬들이 그렇게 하는 게 매우 기뻐요. 팬들은 K-pop 콘텐츠를 즐기며 재미있게 갖고 놀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트렌드를 많이 고려하진 않아요. 오히려 나 자신이 되고 내면에서 독창적인 것을 찾으려고 하는데요, 나는 사실 그게 뭔지도 잘 몰라요. 하지만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의 스타일, 캐릭터, 개성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그런 요소들을 살피려고 노력해요. 내가 곡을 쓸 때, 나는 매우 몰입하려고 노력하는데요, 그건 마치 숨쉬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우리는 숨을 쉬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잖아요."
4.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제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K-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해외, 특히 글로벌의 영화나 드라마 OST에 참여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그걸 각자 삶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하기까지 한다면 정말로 감사하고 행복할 것 같아요."
This piece appears in Rolling Stone’s annual Hot List, in the July-August issue of the magazine.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