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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ory

내일의 음악 산업: 인터랙션과 인게이지먼트

닫힌 문 뒤의 열린 문

2024.06.20 | 조회 3.8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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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FM의 TMI는 '음악 산업의 내일(Tomorrow of the Music Industry)'이란 뜻이다. 업계 소식과 아이디어를 라디오 디제이처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굳이 더 비싼) .FM이란 도메인을 구매했다. TMI.FM은 그러니까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어제'의 방식으로 전하는 곳인 셈이다. 

그런데 '음악 산업의 내일'은 과연 무엇일까. 

경계가 사라지는 세계

나는 조만간 음악,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와 부동산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혹은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산업의 경계도 지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쉽게 알아차릴 만큼 양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변화란 원래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띈다. 어느 날 갑자기 변한 것처럼. 요즘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것 같지만, 지구의 기온은 사실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올랐다. 오늘 아침에야 그걸 체감했을 뿐이다.

100년 전,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극적으로 바꿨던 건 전화가 아니라 철도였다. 스마트폰은 혁신적인 통신 기기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바꾼 초소형 컴퓨터가 되었다.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그것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의 문제다. 신기술은 산업 뿐 아니라 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제도는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래는 언제나 우리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계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경계가 생긴다는 점이다. 음악과 게임, 비디오와 사운드,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지만, 또 다른 경계도 생기고 있다. 다만 우리는 아직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를 뿐이다. 

모든 것이 미디어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다. 네이버나 구글이 세상을 바꿨다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살아갈 수도 없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은 이미 온라인이거나 가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제를 위해 은행에 가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 위해 세무서를 찾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인터넷, 디지털, 그걸 뭐라고 부르든 간에, 온라인 환경이 일상화된 후 가장 큰 변화는 수많은 중간 역할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영향력이 큰 곳들은 살아남아 독점화된다. 다시 말해 유선 인터넷부터 무선 인터넷까지, 네트워크는 유통의 혁신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혁신은 리테일이 아니라 미디어의 개념까지 바꿔버렸다.

어제의 음악 미디어가 라디오와 휴대폰이었다면, 오늘의 음악 미디어는 유튜브와 틱톡이다. 그러면 내일은? 아마도 게임 혹은 오프라인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중요한 건 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에서는 사실상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된다는 점이다. 냉장고도 미디어가 되고, 플레이스테이션도 미디어가 되는, 그야말로 미디어 대통합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핵심은 상호작용이다. 인터렉션이야말로 내일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조만간 음악의 영향력과 성과는 앨범 판매량이나 재생 수가 아니라 사용자 참여를 기준으로 삼을 때가 올 지 모른다. 음악에서 상호작용의 가치는 이미 케이팝의 성장이 보여주고 있다. 케이팝은,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팬에 특화된 음악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가치 만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진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영역에서 이 상호작용의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를 기준으로 평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뉴스, 스트리밍, 그리고 공연이나 극장 같은 오프라인 공간까지 말이다. 상호작용을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하고 보장하냐가 지속성을 만든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

제 아무리 유연함을 가진 사람이라도 관습적인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상상력은 현실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전제로, 내일 벌어질 일들을 대략 상상해보자.

1) 대중 시장의 개념은 사라지거나 희석되고, 대신 틈새 시장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이 틈새 시장은 생각보다 작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연결된 세계, 경계가 사라진 세계에서는 지역, 국적, 언어가 아니라 동일한 관심과 문제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틈새 시장은 오히려 보편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극단적이지만, 1위를 제외한 나머지를 틈새 시장으로 정의한다면 뭐가 달라질까.

2) 팬덤 비즈니스란 개념은 사실상 사라진다. 모든 비즈니스가 팬 기반의 비즈니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브랜드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 심지어 규모와도 상관없이 누구든 팬 확보를 기본 전제로, 인게이지먼트 향상을 핵심 가치로 삼을 때가 올 지 모른다. 

3) 닫힌 커뮤니티가 중요해진다. 20년 전만 해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는 가능성이 곧 혁신이었다. 모두가 연결된 지금은 오히려 분리되고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이 혁신적으로 들린다. 이때 연결이든 단절이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용자의 주체성은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든 참여(engagement)와 상호작용(interactive)이 모든 가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 날이다

말장난 같지만, 사실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 날이다. 그럼에도 '내일'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통해 '오늘'의 가치를 재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음악 산업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음악 산업의 내일이 결정된다.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가 음악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히트곡은 한 번도 음악 자체의 힘으로만 탄생하지 않았다 혹은 못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2024년은 미디어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시기다. 그래서 지금의 음악과 음악 산업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기존 경계가 사라지고 새로운 경계가 생기는 중이기도 하다. 한 세기 동안 열렸던 문이 하필 지금에야 닫히고 있다. 그런데 알고 있듯, 닫힌 문 뒤에는 또 다른 문이 있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내일의 음악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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