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토크 후기 | 팬의 2차 창작, 어떻게 접근할까?

매주 월요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오픈 토크 요약본입니다. 이번에는 '게스트 토크'로 네모 앨범을 만드는 네모즈랩의 전수진 대표와 작년까지 SM 엔터테인먼트의 CTO로 일했던 주상식 이사님을 모셨어요. 두 분 모두 SM 엔터테인먼트에서 10년, 17년을 일하며 팬덤, 테크, 서비스의 연결 고리를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참석자 분들과 함께 팬덤과 테크놀로지의 연결고리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1. 일단, 자기 소개부터 해볼까요?

주상식: 17년간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재직하면서 미래기술전담조직을 맡았습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로 일하면서, 네모즈랩의 사외이사로 기술관리 및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전수진: 현재 네모즈랩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2004년부터 2014년까지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했습니다. 그후 다른 기획사에서 신인 걸그룹의 마케팅을 맡았다가 올해 초에 창업을 했어요. 지금은 다르지만, SM에서 일할 때에는 정작 팬들이 뭘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회사를 나오니까 더 잘 보이고 알게 되는 게 있어요. 그래서 재직 중 경험과 지금의 경험은 많이 다르죠. 

2. 아티스트의 팬은 무엇이, 왜 다를까요?

전수진: 팬이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생산자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데요, 그건 왜일까요? 일단 팬은 사랑을 전제로 하는 존재에요. 그래서 제 생각엔 아티스트와 팬이 공유하는 시간이 중요한 거죠.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진 않으니까요. 같은 공연을 2번, 3번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들은 잘 몰라요. 아티스트를 가장 사랑하는 게 바로 팬이니까요. 

주상식: K-pop 팬덤은 구매에서도 아티스트와 감성적으로 깊은 관계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티스트의 성장이 우선 사항이 되는 것 같고요. 이런 이유 때문에 팬덤 영역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 문화가 느리게 반영된다고 보는데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여러 기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려고 하지만, 팬들은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원하는 차이도 여기서 생긴다고 봐요. 그 둘이 결합되는 걸 선호한다고 볼 수도 있고요.

일반적으로는 개인화를 지향하지만, 팬덤에서는 단체성이 중요한 것도 특징일 겁니다. 그리고 아티스트의 성장이란 측면에서, 회사의 수익이나 이득보다는 아티스트 본인의 수익이나 이득을 더 우선하는데, 그건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목적 때문이라고 봐요.

K-pop 팬덤이 능동적인 것 또한 아티스트의 성장에 관여하려는 의지가 강해서라고 보고요. 저는 그걸 팬들이 아티스트의 특정 시기에서만 가능한 정서적 교감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스포츠 팬덤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연고지가 없다,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게 큰 차이겠죠. 

3. K-pop이 기술 친화적인 이유는 뭘까요?

전수진: 글로벌 팬덤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이 필연적으로 중요해졌어요. 예를 들어서 15년 전에 유튜브는 마케팅 수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약간이나마 광고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채널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의 기대와는 다른 그림이 펼쳐졌죠. 해외 팬들이 대거 생겼으니까요. 해외 팬들은, 지역에 상관없이 대부분 같은 얘기를 해요. '유튜브에서 우연히 접한 노래가 나를 위로해줬다'라고요. 그런데 아티스트는 이런 팬들과 직접 만날 방법이 없잖아요. 이런 문제를 여러 기술로 해결하려고 했던 거죠.

주상식: 팬데믹 기간 중에 온라인 공연이 K-pop에서 대거 실험되었는데, 사실은 이미 훨씬 전부터 준비해온 기술을 때마침 활용했다고 봐요. 이수만 회장이 CT(Culture Technology)라는 개념을 언급한 90년대 중반부터 K-pop과 기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것 같아요. 그런데 웹3를 보면, 팬덤은 대체로 네거티브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웹3가 어차피 오게 될 미래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은 이게 왜 필요하고 좋은지 설명하지만 차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리라고 보고요. 특히 팬덤의 입장에서, 그들이 만드는 콘텐츠보다 데이터에 대한 오너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건 NFT나 블록체인 같은 용어가 아니라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거거든요.

4. 팬의 2차 창작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전수진: 어떤 팬들은 자기가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가 '덕질'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수입의 대부분을 팬 활동에 쓰는데, 이건 일반적으로 이해되지 않잖아요. 저는 그런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이유가 바로 사랑에 기반한, 어쩌면 부모의 사랑처럼 이해하기 어렵지만 실제하는 관계에 기반한 것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팬들은 존중받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팬들에게는 심리적인 보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 심리적인 보상에 경제적인 보상이 더해지면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그렇게 얻은 경제적 보상은 다시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쓰일 수밖에 없죠.

저는 이런 심리 구조를 바탕으로 2차 창작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그게 단순히 수익화를 열어주는 거랑은 달라요. 팬들의 저작권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나 저작권자의 로열티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심리적인 보상과 경제적인 보상을 함께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주상식: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심리적 보상이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구조가 생기면 그게 다시 콘텐츠 소비나 투자 등으로 순환될 수 있어요.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그동안 열정 페이처럼 기획사가 이득을 모두 가져가는 구조가 바뀔 거라고 봅니다. 또 한편 팬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고요.

5. 팬덤 비즈니스에서 기술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전수진: 저는 기술은 거든다고 생각해요. 팬들은 언제나 아티스트와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웹3 같은 새로운 기술을 그냥 거부하는 게 아니라 이 기술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도와주는지 아닌지 판단해요. NFT라고? 그게 이런 마음을 풀어주는가? 아니라고 보는 거죠. 그런데 버블은?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팬들은 '나는 돈 쓸 준비가 돼 있어, 그러니까 좋은 서비스를 갖고 와 봐' 이런 마인드인데 정작 좋은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인 거죠.

주상식: 팬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는 구조를 만들자는 얘기는 자주 오해받아요. 그들의 덕질로 돈을 벌게 해주자, 라고 접근하면 안되요. 덕질의 기본은 애정과 진정성인데, 여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게 반드시 돈을 의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팬들의 의견, 목소리가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수 있잖아요. 한 명의 팬이 한 명의 주주가 되는 것처럼, 팬들이 아티스트의 성장에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를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봐요. 

팬덤은 지금도 많이 바뀌었지만, 앞으로 더 많이 바뀔 거에요. 그래서 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스템이 중요해질 거고요. 그게 바로 경제적 보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팬은 돈이 없어도 자신의 시간을 쓰면서 기여하는 존재니까요. 이런 노력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어떤 가치에요. 거기에 프라이드를 느끼게 할 만한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거기엔 좋은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떤 영역은 기술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전수진 대표, 주상식 이사, 그리고 구독자분들과 함께 2시간 동안 매우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두 분은 언제든 대화나 논의에 열려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래서 아래에 두 사람의 SNS 링크를 공유합니다. 한 번 들러보세요. ^^

※ 2022 가을 '오픈 토크' 일정 안내

구독자님, 오늘 밤 10시에 '트렌드 토크'가 진행됩니다. 이번 주제는 '팬덤 비즈니스'로, 저의 간단한 발제 후 대화가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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