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과 문화,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 케이팝 콘텐츠 플랫폼의 비전 ② | 엠넷플러스 김지원 사업부장 인터뷰

사진제공: CJ ENM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애초에 케이팝 팬덤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팬덤의 장벽을 뚫고 일반인들에게로 퍼지고 있는 셈이다. [케데헌]과 유사한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난다.

작년부터 20대 여성 야구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프로야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프로야구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사업성도 다각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팔란티어 같은 하이테크 스타트업도 세계 최초의 팝업 스토어를 성수동에서 오픈했다. 팝업은 팬덤을 위한 일종의 미니 테마파크다. 다시 말해, 모든 산업에서 팬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팬은 '소비자'였다. 현재의 팬은 참여자이자 마케터다. 정체성은 그대로지만 역할이 달라졌다. 좋아하는 것을 더 깊이 좋아하고, 더 널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팬의 속성이지만 케이팝은 그 속성을 산업 구조로 끌어들였다. 케이팝은, 뉴스레터를 통해 거듭 강조하고 있듯, 장르도 스타일도 아닌 ‘팬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1️⃣ 케이팝 vs 글로벌 음악 수익구조

이런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글로벌 음악 산업과 케이팝 산업의 차이도 점차 벌어졌다. 글로벌 빅3(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와 케이팝 주요 기획사의 수익구조가 그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 엔터문화연구소

글로벌 음악 기업들은 카탈로그(=스트리밍)와 저작권(=퍼블리싱)을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케이팝은 라이브 공연(투어)과 상품 라이선싱(MD, 콜라보)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가진다. 글로벌 음악 산업이 안정적인 반면 성장률 자체가 높지 않다면, 케이팝은 아티스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반면 성장 가능성 자체가 높다. 케이팝이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런 차이를 간단히 정의하면, 케이팝의 360 비즈니스 모델과 글로벌의 카탈로그 포트폴리오 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두 모델 중 어떤 게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음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구조는 팬 중심 구조로 바뀌고 있고, 그래서 케이팝에 대한 글로벌 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악은 IP 비즈니스로 변화하는 중이다. 쉽게 말해서, 직접 수익보다 간접 수익이 더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기존 음반 유통 구조(스트리밍)보다 자체 플랫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2️⃣ 케이팝 플랫폼은 어떻게 구분될까?

케이팝의 플랫폼 지형도는 크게 두 모델이 일반화되고 있다. 하나는 아티스트 중심 통합 플랫폼(=팬덤 플랫폼)이고, 다른 하나는 SaaS형 독립 플랫폼이다. 둘 다 슈퍼 앱(단일 앱에서 구독, 소통, 결제 등 복합 서비스가 제공되는 모델)이지만, 운영과 데이터 오너십에서 차이가 있다.   

✅ 아티스트 중심 통합 플랫폼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특징. 여러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이라도 앱 하나만 설치하면 되므로 접근성이 높다. 플랫폼 내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새로운 팬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플랫폼 입점 기준이나, 경쟁 관계 때문에 확장성 이슈가 생길 수 있다. 개별 아티스트의 브랜드보다 플랫폼의 브랜드가 너무 강력해질 수도 있다. 각 아티스트/기획사들이 팬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아티스트의 독립성과 데이터 소유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어떤 아티스트라도 자신만의 플랫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도 낮다.

반면, 각 플랫폼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신규 팬 유입과 트래픽 발생은 전적으로 해당 레이블의 책임이 된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가능성도 있다. 바로 ‘콘텐츠 특화 플랫폼’이다. 

© 엔터문화연구소

✅ 콘텐츠 중심 플랫폼

콘텐츠 특화 플랫폼은 특정 아티스트에 의존하는 대신 광범위한 콘텐츠 IP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진다. 특정 팬덤의 유입이 요인이겠지만 그보다는 콘텐츠 소비로 인한 리텐션이 더 중요해진다. 특히 고품질 콘텐츠를 기반으로 글로벌 팬덤의 유입도 가능하다.  

IP와 콘텐츠를 기준으로 플랫폼의 포지션 맵을 정리하면 이렇다. 프로페셔널 콘텐츠와 유저 콘텐츠, 특정 IP와 케이팝 문화 전반을 기준으로 IP홀더, 팬, 콘텐츠 사업자의 역할이 구분된다.   

저품질의 UGC가 제작/유통되는 소셜 커뮤니티는 주로 팬들의 놀이터로 밈(meme)의 생산 기지다. 강력한 바이럴 효과가 일어나지만 동시에 통제는 불가능하다. 팬 플랫폼은 특정 IP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통제 가능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확장성 이슈가 존재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는 IP의 공식 채널로서 가치를 가지지만 콘텐츠 소비가 니치해지면서 상징적인 위치에 머물게 된다. 한편, 음악/영상의 스트리밍 서비스(OTT) 같은 콘텐츠 플랫폼은 고품질 콘텐츠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사용자를 모을 수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심이 되면 다양한 팬들이 모이는 ‘광장’의 역할을 맡게 된다. 광장은 다양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3️⃣ 콘텐츠는 케이팝 산업의 구심점으로 작동한다

아티스트 중심 모델이 특정 아티스트의 '팬 클럽'이라면, SaaS 모델은 '개인 작업실' 같다. 하지만 요즘 케이팝 팬들은 마마 어워즈(MAMA AWARDS)나 보이즈 플래닛 같은 '케이팝 문화 이벤트' 자체를 즐기는 거대한 집단으로 전환되고 있다. 서로 다른 팬덤이 하나의 투표에 참여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동 시청하며 만드는 에너지는 개별 플랫폼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가치를 창출한다.

다시 말해 고품질 콘텐츠도 자체적인 생명력과 팬덤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콘텐츠 IP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때 케이팝 산업의 다양성도 확장될 수 있다. 

이때 질문도 바뀌게 된다. 

일반적으로 팬덤 플랫폼은 ‘어떻게 더 많은 팬을 모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그래서 팬을 모으는 방법, 팬을 수익화하는 방법을 고도화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팬들의 피로도와 반감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팬은 일반적인 소비자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다. 팬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라기보다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참여자에 가깝다. 

그래서 필요한 질문이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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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질문이 달라지면 목표도 바뀐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는 시장을 만들거나 발견하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시장이 아니라 문화다. 언제나 크고 중요한 변화는 작은 지점에서 시작된다. 시장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문화를 만들 것인가?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그걸 위한 작은 실천과 방법론도 달라진다. 

© 엔터문화연구소

아티스트 중심 모델과 SaaS 모델, 콘텐츠 특화 모델 모두 케이팝 산업과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방식으로 케이팝 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우고 시장 구조를 다각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팬덤 플랫폼이 특정 팬덤의 '깊이'를 파고든다면, 콘텐츠 플랫폼은 케이팝 문화 자체를 즐기는 팬들의 '넓이'를 공략한다.

문화 산업은 점점 더 고맥락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음악 산업 전반에서 플랫폼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다. 아티스트 IP 개발은 더 어려워지고, 팬들은 더 파편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은 단순 트래픽이나 규모가 아니라 고맥락의 비즈니스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게 바로 '누가 팬을 더 모으는가'의 경쟁이 아닌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가'란 질문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문화를 만들 것인가. 이러한 목표 설정은 케이팝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 케이팝 콘텐츠 플랫폼의 비전 ② | 엠넷플러스 김지원 사업부장 인터뷰

이런 콘텐츠 IP에 기반한 콘텐츠 플랫폼은 케이팝 팬덤 전반을 한 곳에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된다. 엠넷플러스도 그러한 역할을 선언하고 2026년 케이팝의 대표 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김지원 엠넷플러스 사업부장에게 직접 자세한 내용을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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