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브는 '왜' 다를까? 케이팝의 넥스트를 생각하다

2025 PLAVE Asia Tour ‘DASH: Quantum Leap in Seoul

✅ 한국 버추얼 그룹 최초의 해외 투어

플레이브의 아시안 투어는 버추얼 그룹 최초의 해외 투어로, 서울 공연은 8월 15, 16, 17일 3일 간 KSPO 돔에서 열렸다. 17일 마지막 공연은 전국 CGV와 롯데시네마의 다수 지점을 비롯해 도쿄, 타이베이, 싱가포르, 방콕, 홍콩,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등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동시 라이브로 송출되었다. 

공연 몇 시간 전부터 수많은 팬들은 KSPO 돔 주변에 모여 포토 월 촬영 등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나눔을 하면서 분주했다. 모든 티켓이 매진되고, KSPO 돔의 최대 수용 인원이 1만5천 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하루에 1만 명은 모였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공연 무대는 여느 콘서트처럼 외부의 초대형 스크린이 도어 역할을 하면서 양옆으로 열리고 닫힐 때마다 본 무대가 등장하는 구조였고, 본 무대는 2층 구조로 상단에는 플레이브 멤버들이 등장하는 스크린이, 그 아래에는 무용수들이 출연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영상의 레이아웃과 조명 등을 활용해 입체감을 만든 덕분에 버추얼 멤버들과 실제 출연자 사이의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아바의 Voyage Tour 무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돌출 무대(여기서는 외딴 섬처럼 위치한 원형 무대)에 천이 내려와 스크린을 감싼 채 펼쳐지는 영상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밴드는 4인조 편성으로 무대 양 옆 스크린 아래에 각각 두 명 씩 위치했다. 오래 전, 그러니까 2010년대에도 케이팝 공연에 밴드가 종종 등장하곤 했는데, 최근 케이팝 공연에서는 밴드 사운드가 기본이 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같은 곡이라도 소리의 질감 자체가 달라서 관객 경험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콘서트가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종합 예술이라는 얘기는 보탤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음향 뿐 아니라 조명과 영상, 연출에 있어서도 숙련된 기술 지원이 필수적이고(라이브 환경의 특수성 뿐 아니라 각국 도시 별, 규모 별로 공연장의 조건과 규제,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밴드의 노력과 연습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플레이브도 밴드를 소개하면서 꽤 오래 합을 맞췄다고 밝혔는데, 그래서인지 관객으로서 무대는 모든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플레이브 투어 밴드의 멤버는 신예찬(키보드), 방인재(기타), 양시온(베이스), 김슬옹(드럼)이다. 이들 모두 오래 전부터 밴드 씬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로, 일단 밴드 톡식(2010)으로 잘 알려진 김슬옹은 2012년에 배우 김옥빈, 데빈(비트겐슈타인/넥스트), 이현송(칵스/불고기디스코), 이태선(고고스타), 김현우(딕펑스)와 함께 오케이 펑크!(2012)로도 활동한 바 있다. 방인재는 노티스노트(2013)에서, 양시온은 임헌일/김준호/김홍갑과 브레멘(2003)과 모델 김재욱/유승범/김태현과 함께 월러스(2011), 그리고 임헌일/김준호와 아이엠낫(2015)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외에 이적 밴드, 정재일, 패닉, 김조한, 화요비, 조PD, 김동률, 정원영밴드, 나윤권, 이소은 등의 라이브/레코딩 세션 아티스트로도 활약했다. 이 멤버들은 케이팝 그룹 JO1의 2024년 투어 파트너이기도 했다. 

메인 무대에 등장한 버추얼 멤버들의 크기는 일반 사람보다는 컸지만, 실제 출연자들과 매우 큰 차이가 날 정도로 비현실적이지는 않았다. 덕분에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면서도 이질감이 없었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의외로 신경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보다는 2시간 이상 진행되는 공연에서 버추얼 멤버들의 퍼포먼스와 노래 모두 사고 없이 송출할 수 있는 블래스트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늘 얘기하지만 버추얼 라이브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팬(플리)들이 버추얼이라 플레이브를 특별히 더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무대의 기술적 완성도를 압도한 것은 멤버들의 독보적인 입담과 모두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케미였다. 플레이브의 유머 감각은 조금 남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데뷔 후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번 씩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단련된 유머 감각과 케미스트리가 강력한 토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효과도 팬들에게 즐겁고 흥미로운 순간을 제공하거나 추억을 공유하는 장치가 되었다. 특히 "우리 영화"는 플리와 플레이브의 추억을 공유하며 큰 감동을 줬다.

플레이브의 말과 행동이 너무 유치하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유치함의 기준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들의 대화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이 드물다. 그러면서도 팬들과 나누는 감정의 밀도는 상당하다. 일반인에 가까운 내 입장에서도 그들의 대화에 여러 번 웃음을 터트리면서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었다. "공연을 방송처럼 하면 어떡해요?" "저희 콘서트는 방송의 연장이에요!"라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플레이브의 강점이 바로 이러한 인터랙션 - 멤버와 멤버, 관객과 멤버들의 밀도 높은 관계성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을 때에는, 불현듯 해외 공연에서 이러한 강점이 어떻게 구현될 지도 궁금했다. 실시간 번역으로 자막이 나갈까 아니면 멤버들이 외국어로 진행할까. 

그런데 플레이브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여한 것은 당연히 노래/음악이다. 이들의 노래는 여느 케이팝처럼 복잡하지 않다. 노래 한 곡에 여러 장르가 뒤섞인 것이 '케이팝의 공식'이라고 알려졌지만, 그건 2015년 이후에 뚜렷해진 경향이다.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2017년 곡이다) 이전에는 대체로 하나의 장르 규칙이 지배하는 사운드에 양념처럼 다른 장르 특징이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과거의 케이팝 히트곡은 대부분 노래방에서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었다. 플레이브의 노래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듣기에도 편할 뿐 아니라 '떼창'도 가능케 한다. 이런 특징은 공연에서 확실히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 공연이 막바지를 향할 때 쯤, 나는 불현듯 공연 자체가 아니라 케이팝과 플레이브가 맺고 있는 관계, 케이팝의 다음 단계나 지속가능성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 플레이브를 '케이팝'이라 할 수 있을까?

케이팝은 보편적으로 다음과 같은 5개의 필요 조건을 가진다. 몇 가지 세부 항목들이 추가될 수 있겠지만, 큰 범위에서는 이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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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기)

목차 🤔 플레이브는 '왜' 다를까? 케이팝의 넥스트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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