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적인 팬들이 생겼을 때: 영파씨의 "On My Scars (feat. Lil Cherry, Dbo)" 뮤비

영파씨(Young Posse)의 "On My Scars (feat. Lil Cherry, Dbo)"는 6월 26일에 발매된 음원인데, 두 번째 EP [XXL]의 수록된 "Scars"의 리믹스 싱글이다. 한 달 뒤 7월 24일에는 뮤직비디오도 나왔다. 이 뮤비에는 '팬 비디오'란 부제가 붙었다. 영파씨의 팬덤 '텔레파씨(TELEPOSSE)'와 함께 제작했기 때문이다. 

👻 적지만 열정적인 팬들

이 노래의 원곡이 되는 "Scars"는 [XXL]에 1번 트랙으로 영파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노래다. 정선혜, 위연정, 지아나(Jiana)가 작사에 참여했고, 멤버들에 따르면 이 노래만 3년 정도 연습했다고 한다. 영파씨에겐 의미가 남다른 노래라고 짐작할 수 있다. 

영파씨는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와 함께 '실력파 중소돌'로 언급되며 주목 받고 있다. 두 팀은 90년대 알앤비와 힙합이라는 음악적 기반과 누구나 인정할 만한 실력으로 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파씨는 '국힙 딸내미'라는 별명이 생길만큼 힙합 커뮤니티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관심은 단지 힙합이란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은 아니다. 힙합은 사실 '태도'로 소비되는 장르다. 여기에는 '실력으로 증명할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이란 전제 조건이 붙는다.

영파씨를 향한 관심의 근거도 마찬가지다. 팬들은 대체로 '데뷔할 때는 주목 받기 위해 힙합 스타일을 강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XXL] EP 발매 후에는 이들의 '진정성'을 느껴서 팬이 되었다'는 반응이 많다.

이런 관심과 애정의 핵심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작사/작곡 뿐 아니라 트랙 소개도 멤버들이 직접 하고 있는데 [XXL]의 수록곡 "나의 이름은 (ROTY)"처럼 영파씨의 노래에는 거창한 주제 의식이나 허세 없이 멤버들의 평균 나이인 17.6세의 자연스러움이 묻어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영파씨의 초기 팬은 케이팝 걸그룹의 팬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진다. 비주류 장르 팬나 서브컬쳐 팬, 음악성을 우선시하는 팬 등 여러 성향이 겹쳐진다. 이들에게 영파씨는 '굳이 어려운 장르를 애써서 재현하는 어린 친구들'이기도 하고, '메인스트림 케이팝 걸그룹과는 다른 길을 개척하는 허슬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귀엽게 보는 시선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영파씨의 초기 팬들이 열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팬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방법

음악 산업에서는 팬의 역할과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팬에 대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소위 '팬 인게이지먼트'라는 개념은 팬을 찾고, 모으고, 성장시키면서 아티스트의 활동 기반이자 기업의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모든 과정을 통칭하는 개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어떻게 팬을 찾을 수 있을까? 

팬의 단순한 정의는 '(아티스트/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핵심은 그 사랑의 이유다. 사랑이란 곧 마음이다. 그건 어떤 마음일까? 바로 그들의 태도, 생각, 의견, 입장, 정체성, 활동 등에 대한 신뢰다.

이 모든 걸 일종의 '메시지'라고 부를 수 있다면, 팬이란 '(아티스트/브랜드)의 메시지'에 반응하는 그룹이 된다. 그리고 이때의 메시지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될 수밖에 없지만, 일련의 과정과 누적된 시간을 통해서만 비로소 증명될 수 있다.

과거에는 매스미디어가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데 매스미디어와는 속성이 다르다. 소셜미디어는 단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브랜드나 아티스트, 개인의 '역사'와 '여정'을 보여주는 매체다. (소개팅 상대의 인스타그램을 미리 살펴보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따라서 진정성을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노력'이라고 정의한다면, 소셜미디어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진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팬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방법은 다음 단계를 따른다.

1) 자신의 메시지와 방향성을 정하고, 꾸준히 쌓아올린다.

2) 그 과정에서 만난 지지자들, 동료들, 팬들과 무언가를 함께 한다.

팬 참여를 높이는 일에 대해서 나는 2021년의 칼럼, 2023년의 책 [마음의 비즈니스: 핑크퐁에게 배우는 팬덤과 콘텐츠 비즈니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핵심은 팬을 동료로 생각하고 그들과 미션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인 소수의 팬들이 모였다. 이제 무엇을 해야 더 많은 팬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팬의 참여를 높이려면 실제로 팬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단, 이벤트가 아니라 공식적인 결과물이어야 한다. 영파씨의 "On My Scars (feat. Lil Cherry, Dbo)"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 이유다. 이 비디오는 영파씨의 음악적 방향, 마케팅 전략과 팬덤 전략이 모두 일치된 결과물이다.

조회수가 중요할 순 있지만, 이 맥락에서는 딱히 상관없다. 팬들이 이 영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거나 다른 팬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통해 자신이 특별한 공동체(텔레파씨)의 일원인 것을 확인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음악적 기반과 실력'에 더해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든다'는 방향성이 없었다면 애초에 음악 커뮤니티의 관심도 없었고, 열정적인 팬들도 없었고, 이러한 뮤직비디오 기획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파씨는 팬들의 비디오를 단 3일간 모집했고, 그 중 28명의 비디오 클립으로 완성본을 만들었다.

🧑‍💻 그 밖의 참고 사례들

이와 유사한 사례 몇 개를 공유한다. 사실 이 사례들은 별도의 아티클로 써도 될 만큼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짧게 소개하고 조만간 개별적으로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1) 지드래곤: "니가 뭔데" 뮤직비디오

10년 전인 2013년 10월, 지드래곤은 2집 [쿠데타 (COUP D'ETAT)] 발매와 함께 "니가 뭔데" 뮤직비디오를 팬 참여 비디오로 제작하기로 했다. 지드래곤은 트위터를 통해 "10.5 니가 뭔데? 나 감독!"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분이 직접 저를 촬영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리고 일산 킨텍스에서 1천 명의 팬들을 초대해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행했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했고, 이때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조합해 공식 뮤직비디오로 제작했다.

당시 [쿠데타] 앨범 중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COUP D'ETAT" 단 한 곡이었고, "니가 뭔데"는 타이틀이었다. 팬의 입장에서, 지드래곤은 타이틀 비디오를 온전히 팬들에게 맡긴 셈이었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편, 비교하자면 지드래곤의 비디오에는 팬들의 촬영본이 나오고, 영파씨의 비디오에는 팬들의 얼굴이 나온다. 시대의 감수성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생각이다. 또한 "니가 뭔데"의 촬영 현장은 마치 현대미술 퍼포먼스처럼 보이기도 했을 것 같다. 유튜브 댓글에는 최근에도 추억을 회상하는 팬들의 이야기가 있다. 2018년 9월, 이 비디오는 1억뷰를 넘겼다.

2) 프레드 어게인: 팝업 콘서트

2023년 1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TMI.FM 스테이지: 음악 마케팅 웨비나에서 나는 프레드 어게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2022년 10월 27일,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프레드 어게인의 깜짝 리스닝 파티 사례였다. 그는 [Actual Life 3] 공개 하루 전 '자전거를 타고 하이드 파크에 모여 파티를 하자!'고 공지했고,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당일 팬들이 촬영한 영상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공개했다.  

사실 프레드 어게인은 팬 인게이지먼트 뿐 아니라 여러 관점에서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아티스트다. 그는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얼마 전 그는 LA의 메모리얼 콜로세움 스타디움에서 깜짝 콘서트를 열었다. 불과 공연 3일 전에 공지된 이 콘서트는 실시간으로 매진되는 놀라운 풍경을 만들었다. 물론 너무 늦게 시작되거나, 팬들의 참여로 무대가 일부 파손되거나, 교통 체증이라는 운영 상의 문제는 있었지만, 시도와 결과 모두 획기적이었던 분명했다.  

그런데 프레드 어게인은 여기서도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그가 LA에서 첫 공연을 했던 2021년, 바로 그 현장에 함께 있었던 150명의 팬들을 LA 메모리얼 콜로세움으로 초대해 신곡의 리스닝 파티를 연 것이다. 

우리는 흔히 팬과 아티스트의 성공 사례를 케이팝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매스미디어 시대 이후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재설정되고 있다. 프레드 어게인은 바로 그 지점을 보여주고 상징하는 아티스트다. 이 사례는 다음에 더 깊이 다뤄보겠다.

3) 트리플S(tripleS): 탈중앙화 시스템

트리플S는 24명이라는 멤버 수와 팬 참여 NFT, 유닛 결성과 활동에 팬 투표가 활용된다는 점으로 화제가 된 걸그룹이다. 그런데 이 내용 만으로는 오해의 여지가 많다. 특히 NFT, 팬 투표 기반의 활동 등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트리플S의 시스템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팬들의 투표권은 NFT 기반 포토 카드 구매로 얻을 수 있는데, '그래비티'라고 불리는 투표 이벤트는 팬들이 활동 멤버 선정과 타이틀곡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실패 확률을 줄이고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정서적 역할이라면, NFT 판매 수익의 일부가 멤버들에게 정산 되는 시스템은 팬과 아티스트의 경제적 연결을 강화한다. 이로 인해 멤버들의 정산 기간이 짧아질 뿐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런 구조의 핵심 기반은 음악이다. 트리플S의 음악은 다양한 장르와 훅으로 완성도 높은 팝을 구현한다. 시스템, 음악, 활동 방식 등 트리플S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하투리' 영상을 추천한다. (10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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