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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 며칠 너무 정신없었지? 눈도 오고 강풍도 불고.. 아니지, 아니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카카오M+카카오페이지)의 출범 소식을 정리할 틈도 없이 네이버+빅히트 연합 깜짝 발표에 빅히트+YG엔터테인먼트 연합 소식에다가 마침내 NC의 유니버스 오픈까지!
이거 보면서 '와 진짜 네이버 무섭네'라고 생각한 사람?! 하필 NC 유니버스 출시 전날, 빅히트의 YG플러스 투자 소식까지 한꺼번에 내놓는 바람에 네이버와 빅히트 소식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게 우연이라니... 물론 이사회 의결 직후 배포된 보도자료니까 우연이겠지...만.
아무튼 증권사 리포트부터 경제, 문화 섹션에 이르기까지 관련 뉴스가 쏟아진 한 주였어. 덕분에 너무나 깔끔하게 정리된 리포트와 기사들이 많이 나왔으니 여기서는 '음악 산업의 관점'에서 이번 이슈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해서만 얘기할 거야. 응, 이게 바로 오늘의 주제. (좀 많이 길지만...! 읽어줘... ㅠㅠ)
1. 통신->IT: 음악 산업 헤게모니의 대전환
이번 사안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랫폼과 팬덤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나는 한국 음악 산업의 헤게모니가 마침내 통신사업자에서 IT 기업으로 전환된 시그널이라고 생각해.
21세기와 함께 한국 음악 산업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큰 변화를 겪었어. 알다시피 그 어느 지역보다 빨리 음반 시장이 몰락하고 누구보다 빨리 음원 시장으로 재편되었다는 게 이제는 상식이지. 다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신사가 음악 산업을 주도하는 시장이었어.
SKT는 2004년 11월에 멜론을 론칭하고, 다음 해인 2005년 5월에 서울음반(당시 국내 최고의 음반 유통사)을 인수한 뒤에 이름을 로엔 엔터테인먼트로 바꾸지. 로엔 쪽에 멜론의 운영권을 완전히 넘긴 건 2008년 10월이었어. 이 4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KTF도, LGT도 음악 산업에 진출하며 음원 유통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통신사 주도형 한국 음악 산업 구조가 확립되었어.
물론 이 시기에는 음악 산업에만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야. 2006년에는 CJ 미디어가 tvN을 개국하며 케이블 방송 시장에 진출했고, 2007년에는 올레TV같은 IPTV가 본격적으로 방송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지. 그 과정에서 연예 매니지먼트사, 드라마 제작사 등이 통신사 등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어. 3대 통신사에서 '인터넷+휴대전화+TV'의 결합 요금제를 출시하고, 가입자 확보를 위해 독점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출시한 것도 이쯤이야.
그리고 이 경쟁 구도에서 '음원'은 가장 중요한 미끼 상품이었어.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무선통신 시장에서 음악은 늘 통신사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요소였거든. (얘들아... MP3폰 ㉠i억ㄴr㉡i…) SKT가 서울음반을 인수한 것도 바로 그 때문. 이렇게 형성된 '통신사 주도형 음악 산업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었고, 이게 바로 한국만의 기형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모순된 콘텐츠 산업 구조가 만들어진 계기라고 생각해.
KT와 SKT, 그리고 LGT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이들을 통신망 사업자이자 하드웨어 유통사이자 콘텐츠 배급사이기도 한 '키메라'로 만들었어.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국 통신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네트워크-미디어-콘텐츠의 강력한 연결 구조에서 가능했던 거지.
2. 콘텐츠로서의 음악: IP비즈니스의 가능성
이런 단단한 구조가 흔들린 게 2016년일 거야. 카카오가 1조 8700억 원을 들여서 로엔 엔터테인먼트를 전격 인수했던 2016년 1월. 다음 해인 2017년 3월에는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원 투자를 결정하며 한 번 더 판이 흔들렸고, SKT는 2018년 12월에 새로운 음원 서비스 플로(FLO)를 출시했지.
그런데 절대 무너질 리 없는 통신망을 가진 통신사업자들과 전국민을 회원으로 확보한 IT기업들이 음악시장에 개입할 때, 정작 음악 기획사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아니야. 시간을 약간만 더 뒤로 돌려보자.
2007년부터 케이팝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어. 소녀시대, 빅뱅, 2PM, 2NE1, 카라, 포미닛, 샤이니 등이 아시아와 남미에서 팬덤을 만들고 새 시장을 만들던 그때, 음악 생산자들은 비로소 통신사 위주로 재편된 음악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기회가 생긴 거야.
2010년에 SM, JYP, YG 엔터테인먼트 외 스타제국, 미디어라인, 캔엔터테인먼트, 뮤직팩토리 등 7개 회사는 KMP홀딩스라는 합작 법인을 만들어. 음악 서비스 외에도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디지털 음원 유통사업을 포함한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만든 회사. 그리고 2013년에 KT가 KMP홀딩스 인수해. KT+KMP홀딩스는 SKT+로엔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다가 2018년에 이해관계가 틀어지면서 와해되고 말았어.
왜? 바로 카카오+멜론으로 상징되는 시장 구조의 변화 때문이야. 핵심은 SM엔터테인먼트가 JYP, 빅히트와 함께 SKT의 아이리버(현재 드림어스 컴퍼니)에 음원/음반 유통권을 맡긴 거지.
기획사들에게 불리한 음원 유통 구조를 바꾸고 수수료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어. 동시에 스마트폰이 만든 1인 미디어 환경이 콘텐츠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는 판단도 있었겠지. SKT의 플로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어. 자세한 얘긴 너무 길어지니까, 아래 기사를 참고해.
이런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게 뭘까? 바로 음악의 콘텐츠화야. 여기서 콘텐츠를 좀 정의해볼게. 단,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사전적 정의보다 법률적 정의가 더 유용할 거야.
1. “콘텐츠”란 부호ㆍ문자ㆍ도형ㆍ색채ㆍ음성ㆍ음향ㆍ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
2. “콘텐츠산업”이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 또는 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제작ㆍ유통ㆍ이용 등과 관련한 산업을 말한다.콘텐츠산업 진흥법 [시행 2020. 3. 4.]
애초에 콘텐츠란 '인터넷 등의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의 디지털 정보'를 가리키는 용어야. 이걸 음악에 적용하면 네트워크 상에서 유통되는 오디오 정보가 되겠지. 사실상 현재 음악 산업의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고 봐야 해. 네트워크는 음악 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의 가격을 거의 무료로 만들어버리니까.
그러나 동시에 콘텐츠는 또 다른 가치들을 연결해. 그건 실제의 제품일 수도 있고, 경험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지. 음원이 음반, 굿즈, 콘서트로 연결하는 비즈니스 구조의 핵심이 되는 이유야. 모든 콘텐츠의 핵심 가치는 바로 이 연결성에 있어. 그리고 이게 바로 음악이 IP 비즈니스로 확장되는 이유지.
IP 비즈니스를 전개하려면 콘텐츠와 연결된 다수의 사용자가 필요해. 이게 팬덤이야. 이 연결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콘텐츠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해. 그래서 앞으로의 콘텐츠 비즈니스는 결국 팬덤 비즈니스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거야. 나는 2016년 이후 음악 산업의 헤게모니가 통신사업자에서 IT기업으로 넘어간 것 역시 이 때문이라고 봐.
2019년에는 경쟁 구도였던 카카오와 SKT가 3천억 규모의 지분 교환으로 극적인 전략적 제휴를 맺고, 2020년에는 네이버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EJ Plus와 미스틱스토리 등에 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정말 이 판은 정신없이 바뀌었어.
이걸 한 번 네이버와 빅히트의 연합 이슈에 적용해보자고. 그럴려면 이 둘의 공통분모, 다시 말해 양쪽 모두 간절히 원하는 게 뭔지 찾으면 돼. 그게 뭘까. 콘텐츠? 플랫폼? 글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내 생각엔 바로 '사용자'야. 쉽게 말해 사람 수. 네이버도, 빅히트도 이 숫자를 원해. 그냥 많은 숫자가 아니라, 이들이 계속해서 커지고 커지고 커져나가길 원하겠지.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사용자 규모를 얻을 수 있고, 빅히트는 그 과정에서 확장되는 팬덤을 얻을 수 있어. 그리고 이건 통신사가 줄 수 없는 거지.
3. 제페토 혹은 UGC: 플랫폼의 성장을 위한 핵심 자원
자, 그러면 이제 빅히트와 네이버는 뭘 하려는 걸까? 이 얘길 하려면 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어.
먼저 뉴스를 꼼꼼하게 볼게. 이 발표는 27일, 빅히트 이사회를 통해서 나왔어. 뉴스는 두 개였는데, 1)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의 'V라이브'를 양수한다 2)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YG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1) 'V라이브' 양수= 이 계약의 주체는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beNX)야. 위버스를 운영하는 회사. 네이버는 (빅히트가 아니라)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되고, 양사는 연내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어.
2) YG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에 빅히트가 300억 원, 비엔엑스가 400억 원 등 총 7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거야. 네이버가 비엔엑스의 2대 주주니까, 이 과정에서 네이버도 간접 투자한 셈. 그런데 네이버는 이미 YG플러스의 2대 주주이기도 해. 결과적으로 네이버와 YG플러스는 운명의 데스티니처럼 더 딴딴한 관계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
한편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돈만 지출했다는 얘기기도 해. 정말 네이버가 네이버한 거지... 실무와 협업은 모두 빅히트와 비엔엑스, YG플러스가 맡게 되는 거. 비엔엑스는 이름도 '위버스 컴퍼니'로 바꿨는데, 난 이것도 흥미로웠어. 'V라이브'가 '위버스'에 완전히 귀속된다는 뜻으로 들렸으니까. (가만, 'Weverse'와 'V LIVE' 모두 알파벳 'V'를 공유하니까 새로운 플랫폼의 네이밍에 이게 반영될지도?)
이번 계약에 대해 잘 정리된 도표인데, 이미지를 클릭하면 <더 벨>의 해당 기사를 볼 수 있어.
나는 이번 협상에서 두 가지를 인상적으로 생각해.
1) 향후 5년간 YG플러스가 빅히트 및 계열사의 음반·음원 유통권을 맡는다. 이제까지 음원은 카카오M(=멜론), 음반은 드림어스컴퍼니(=플로)가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달까.
그런데 사실 이 결과는 YG플러스가 안정적인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는 메시지기도 해. 무슨 얘기? 음반, 음원에 굿즈를 제작/유통하는 YG플러스는 이제 빅히트 관련 아티스트들의 상품도 계속 개발해야 하는데, 거기엔 돈이 엄청 들어갈 수밖에 없잖겠어? 그래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짠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도 속속 나오지 않을까 싶고.
2) 네이버 제트에 빅히트, 위버스, YG플러스가 깔끔하게 연결되는 구조. 맞아, 제페토 얘기야. 작년 10월에 빅히트 70억, YG플러스가 50억을 투자했어. 나는 이때가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YG플러스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한 시점이라고 보는데, 바꿔 말하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의 실행 단계라고 봤어.
정리하면, 네이버와 빅히트의 협상에서 주도권은 빅히트가 갖고 가는 것 같고, 거기엔 YG플러스와 제페토가 슬쩍 끼어있는 그림이지. 자 그럼 이제는 다음 질문. 여기서 V라이브, 위버스, 제페토는 어떻게 연결될까?
다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이 서비스의 강점은 하나도 겹치지 않아.
1) V라이브는 사실 '아티스트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라고 생각해. 그 어디보다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콘텐츠가 매일같이 쏟아지니까.
2) 위버스는? '팬덤과 아티스트 간의 커뮤니케이션 툴'이야. 아무리 빅히트가 돈도 많고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이미 V라이브에 엮여 있는 모든 기획사와 계약할 수는 없을 거였어. 네이버는 모두에게 너무나 중요한 협력사니까. 하지만 V라이브에서 잘 안되는 게 있었지. 바로 아티스트와 팬덤의 커뮤니케이션. 위버스는 그 문제를 해소해줄 수 있다고 봐.
3) 제페토는? 나는 이게 'UGC(User-Generate Content) 서비스'라고 생각해. 그리고 UGC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플랫폼의 필수 조건이라고 보고. (이건 한 달 전에 쓴 스포티파이에 대한 글에서도 얘기했어)
이 셋을 잘 붙이면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무엇보다 지속가능하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럴 듯 한가?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결합 구조가 글로벌을 겨냥한다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미국' 시장. (어머 소름... 나 혼자 놀랐나봐....)
4. 승부처는 미국: 팬덤 비즈니스, 독립 음악의 전략은?
빅히트와 네이버의 결합에서 의외로 중요한 역할은 제페토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러냐면, 앞에서 양쪽이 모두 원하는 게 '사람 수'라고 했잖아? 그 때문이야. UGC는 가급적 사용자들이 쉽게 만들고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해. 그걸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지. 제페토 한 번 써봐. 진짜 쉽고 자연스럽고 재미있어.
제페토는 네이버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빅히트+YG는 IP를 갖고 있어. 여기에 음원 유통까지 결합하면 그야말로 제페토는 미친듯이 성장할 지도 모르는 거지. 미국에서 진짜로 틱톡을 능가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봐.
여기서 잠깐 '팬덤'에 대해 짚어보자. 아래는 내가 2018년부터 정리한 팬덤의 형성 구조를 다듬은 내용인데, <트레바리> 클럽이나 강의에서 쓰는 자료야.
팬덤은 마음의 변화에서 발생하고, 그 변화를 촉진시키는 건 스토리텔링이란 뜻이야. 이때 스토리텔링은 '캐릭터'의 일환이야. 가상 캐릭터 같은 거 말고, 팬이 되기 전 단계의 소비자가 아티스트들과 다른 관계를 맺게 되는 요인. 친근함 뿐 아니라 애달픔, 보호본능, 존경심 등 모든 감정적인 요소들 말이야.
팬덤 비즈니스는 이렇게 콘텐츠로 연결된 팬들이 계속 돈을 쓰고, 심지어 그걸 즐거워하거나 자랑하는 구조를 만들 때 성립되는 거라고 할 수 있어.
가상 캐릭터를 이용해 직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제페토는, 음악과 패션을 통해 아티스트와 사용자의 거리감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팬덤의 확장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사실, V라이브와 위버스의 문제는 의외로 팬덤인데, 팬이 아니면 가입조차 하지 않는 서비스라서 그래. 그런데 나는 제페토가 그 간극을 줄여줄 수 있다고 보는 거야. 게다가 이런 구조는 미국의 팝 산업에서 빅히트와 네이버의 영향력을 높여줄 수도 있을 거고.
유니버설이나 워너뮤직은 계속 새로운 고객들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어. 게임 플랫폼을 인수하거나,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과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야. 얼마 전 위버스에는 작년에 가장 핫한 신인 중 하나였던 '그레이시 에이브람스'도 입점했잖아? (유니버설 뮤직 소속이자 J.J.에이브람스의 딸이기도 해)
빅히트와 네이버가 새로 만들게 될 플랫폼은 글로벌 유통사들이 함께 하고 싶어지는 플랫폼이어야 해. 그래야 네이버든 빅히트든 미국에서 제대로 뭔가를 벌릴 수 있을테니까. (최근에 네이버가 인수한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
어 그러면 이때, 몇 가지 질문이 더 생길 수 있어.
일단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고 생각하는데, 짧게 얘기하자면 카카오는 수직계열화 구조로 '디즈니 모델'을 따른다고 보고, 네이버는 개방형 협력 구조로 '아마존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봐. 이건 다음에 얘기해볼게.
또 다른 질문은, 이런 점입가경의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나 기획사들은 어떻게 하냐는 거야. 여기엔 독립 레이블, 중소형 아이돌 기획사 모두 포함돼. 이 또한 계속 고민해볼 건데, 일단 '경쟁자들이 못하는 걸 하고, 협력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향이 중요한 거 같아. 내가 부자라면, 나한테 없는 걸 갖고 있고, 심지어 잘 하고 있는 친구들한테 돈을 쓰지 않을까?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봐.
다만 '가치 연결'이란 관점에서 온라인 콘서트, 디지털 콘텐츠의 역할이 높아지면서 50%에 달하는 플랫폼 사용료가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온라인 콘서트를 예로 들면 현재 유튜브, V라이브, 위버스, 카카오TV 정도에서 대용량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거든. 이 중에서 V라이브와 위버스가 결합했으니 유튜브, 카카오, 빅히트로 줄어들지. 자기가 음악 사업자라면 이 중에서 누구와 주로 일하고 싶을까? 위버스 컴퍼니의 비전에는 이런 요소도 조금은 묻어 있을 거라고 봐.
자, 오늘은 여기까지.
이런 변화가 앞으로 더 빠르고 거세질 것 같다는 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그래서 사실 세부 변화를 따라가는 건 크게 의미 없다는 생각도 들어. 좀 더 넓게 보고, 세부적인 사항들의 연결 방식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음악 산업의 주도권이 통신사에 있냐, 기획사에 있냐 정도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장 구조였다면 이제는 업종 간 교차, 경쟁사 간 협력, 회사 간 지분 구조와 지배 구조가 계속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혼란한 시기가 지속될 것 같기도 해. 물론 몇 년 이러다가 안정화되는 시기가 오겠지. 그때까지 우리는 잘 버티고 잘 살아남아야 할 거야. 그걸 전략적 목표로 삼아야할 필요도 있을 것 같고... 뭐 그래. ㅠㅠ 진짜로 생존이 중요한 시대인 것 같아.
다만 분명한 것은, 콘텐츠 산업의 맥락에서 음악의 '지위'가 정해지는 시대가 마침내 와버렸다는 점일 거야.
[공지사항 있어욥]
2월 1일부터 <드래프트 브리핑>은 '기다리면 무료'로 전환될 예정이야. 토요일의 <커피 브리핑>은 무료, 일요일의 <드래프트 브리핑>은 유료. 유료로 발송된 메일은 2주 뒤 '전체 공개'로 전환돼.
여기에 대해 좀 설명을 하고 싶어. 글쓰기가 업인 나로서는 가급적 '내 글이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거든. 하지만 동시에 뉴스레터의 유료화도 시도해보고 싶지. 덕분에 좀 난감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나만큼 말 많고 욕심도 많은 글쟁이는 '유료 뉴스레터의 경험과 기대 수익' vs '널리 계속해서 읽히는 글' 중에 단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겠더라고.
그래서 '기다리면 무료'를 적용하기로 했어. 그만큼 더 애쓰겠지만, 여러분도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어. 그러니까 함께 잘 해보고 싶어.
정기 구독 기능은 2월 1일부터 오픈될 거야. 가격은 월 1만원.
늘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
그리고, 트레바리에서 새로 오픈한 클럽 소식도 공유할게. <팬덤: 마음의 비즈니스>라는 제목이야. 기존의 클럽이 주로 '팬덤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했다면 이번에는 '팬덤을 만드는 방법론과 사례' 위주로 리뉴얼했어. 책에 없는 내용을 내가 50분 정도 발제한다는 게 특징이랄까.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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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니뿌니
우진님의 깊이 있는 분석. 감동입니다.
차우진의 TMI.FM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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